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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수전블랙모어, 김명남

진화생물학

정치인은 섹스를 무기로, 영향력 확보 도구로 동맹을 다지는 방편으로 활용한다. 그 동맹이라는 것도 모두 정치적 meme를 퍼뜨리기 위한 것이다. 섹스는 meme을 맘깟 확산하고, 통제하고, 조작하게 해주는 멋진 신세계다. 현대 사회에 와서는 meme이 우리의 성을 장악하여 meeme 확산에 투입했다. 산아제한 기술은 유례없는 성공적 meme 집합으로 한편으로는 성산업을 촉진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평생 자녀의 양육이 아닌 다른 일들로 사람들의 에너지를 돌려놓았다. 어떤 시점이 되면 인구밀도가 너무 낮아지는 바람에 번성하는 meme 세상을 지탱할 정도의 하부구조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고, 그래서 meme 추진속도가 누그러지면 더불어 산아제한도 덜 시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유전자가 주도권을 쥐고 인구는 증가할 것이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성공하는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도 빼놓을 수도 없다. 언제나 더 좋은 음식을 많이 먹고 싶어하고, 더 멋지고 더 편안한 인생을 보장받고싶어하는 인간의 탐욕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불변의 이기적 존재일까? 아무 생각없이 평생 탐욕을 추구하도록 되어 있을까?

 

이타성에 대한 밈이론은 '이타성은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생물체에 도움을 주는 행위'라고 정의된다. 즉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 노력, 자원을 소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른 동물에게 식량을 제공하는것, 다른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자연에는 이런 상황에 많다. 따라서 사회생물학에서 보면 당연한 미스테리다. 공동체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살아가는 사회적 곤충도 있고, 식량인 피를 나눠먹는 박쥐도 있다. 시림은 그 중에서도 특히 협동적인 동물로 자신을 넘어서 남을 이롭게 하는 일에 상당한 시간을 쓴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친사회적 행동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도덕 관념을 갖고 있다. 인간이 합리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가정했던 사회심리학자들과 경제학자들에게는 이타성이 난감한 문제였다.  초기 다윈주의자들의 생각처럼 진화가 궁극적으로 개체의 이익을 위해 진행된다면, 왜 개체가 심각한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남을 돕겠는가? 영국의 철학자 헬레나 크로닌이 '대의주의'라고 부른 것으로서 진화가 집단이나 종의 이익을 위해 진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배신의 가능성을 보면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이타성 문제를 살짝 비틀어 성공적으로 풀어낸 대답이 등장했다. 그것이 이기적 유전자 이론이다. 우리가 복제자를 진화의 중심에 두면 즉, 특정 유전자 이득을 다른 유전자의 이득보다 앞세우는 것이 선택이라고 보면, 이타성의 여러 형태들이 불현듯 완벽하게 이해가 된다. 사람도 의식적 계산을 통해서 진화논리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 수행자로 기능하도록 설계된 감정을 따를 뿐이다.  생물학이 거둔 또 하나의 승리는 상호적 이타성을 설명한 것이다. 다원은 사람이 동료를 도울 때는 나중에 보답을 바라는 것이라고 추론했다. 우리가 남들과 자원을 공유하되 내 유전자의 이득을 단속하는 것도 잊지않도록 진화했다면, 정말로 우리의 감정들은 진화가 제공한 도구들인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개인이라면, 언제나 배신을 해서 제 이득을 챙기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협동 행위는 대체 어떻게 생겨났을까?  답은 일회성 게임에서는 결코 협동이 이뤄지지않는다는 것, 하지만 인생은 일회성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만났던 사람을 또 만나고 그들의 신뢰도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

 

'죄수의 딜레마'를 해소하는 해답은 반복에 있다. 죄수의 딜레마를 가듭 겪으면 사람들은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할지 짐작하게 되고, 따라서 협동을 통해 이득을 나눌수 있게 된다. 이전에 서로 만나지 못했던 사이라면 서로를 따라 할 때가 많다. 협력자에게 협력하고, 배신자에게 배신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배신만 하는 사람은 누구나 꺼리는 상대가 되므로, 그는 남을 이용할 기회를 점점 잃게 된다. 전략 프로그램 팃포탯(tit for tat, 받은 대로 돌려준다)은 처음에는 협력으로 시작하고, 나중에는 상대가 하는 대로 따라한다. 상대가 협력하면 둘다 계속 협력하여 둘다 좋은 관계를 얻는다. 상대가 배신하면 보복한다. 그래서 배신자를 상대하더라도 크게 잃지 않는다. 죄수 딜레마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제로섬 게임에서는 내가 얻으면 당신은 잃는다. 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실생활의 여러 상황은 그렇지 않다.  배부른 녀석이 미래의 호의를 보장해 두는 것은 손쉬운 방법이다. 그리고 배부른 사람에게 그런 도움은 별로다. 그런데 협상 사냥꾼은 절실한 처지에 놓인 상대방만을 골라 도와준다. 그러면 그들은 내게 빚이 최대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도덕의 진화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응당 배신자를 처벌해야 마땅하고, 심지어 배신자를 처벌하지 않는 사람도 처벌해야 한다. 이런 게임에서는 신뢰도가 귀중한 화폐나 다름없다.  우리는 협동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야 추후에 보답을 거둘 수 있을지 모른다.

 

두 사람을 상상해 보자. A는 이타주의자다. 그는 친절하고, 너그럽고 사려가 깊다. B는 치사하고 이기적이다. 누가 밈을 더 많이 퍼뜨리겠는가?  물론 A이다. 그는 친구가 많고, 친구들과 이야기할 시간도 많다, 친구들은 그를 좋아하고, 그의 말을 경청한다.  그가 퍼뜨리는 밈으로는  그가 하는 이야기, 그가 좋아하는 음악, 그가 입은 옷, 그가 따르는 유행 등이 있다.  그가 토론하기 좋아하는 과학이론,  그가 신봉하는 경제이론, 그의 정치적 견해도 포함된다. 이타적인 사람은 인기인이 된다. 인기 때문에 모방되고, 모방되기 때문에 그의 밈은 덜 이타적인 사람의 밈보다 더 널리 퍼진다. 행동의 확산 메카니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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