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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왜 짧은가? (세네카, 천병희

섭리에 관하여

'섭리가 있다면 왜 선한 자들에게 불행이 자주 닥치는가?' 에 대해 세네카는 무엇보다도 고통과 시련을 통해 인간은 더 강해진다고 대답한다. 별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은 우발적 충돌의 결과가 아니라오. 우연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방향도 없고 서로 충동할 가능성도 많지만, 영원한 법칙에 따른 운행은 빠르고 반칙도 하지 않으며, 지상과 바다의 수많은 사물들과 정해진 법칙에 따라 찬란히 빛나는 더 없는 밝은 별들을 함께 실어 나르오. 무질서 하고 뒤죽박죽인 것처럼 보이는 현상도 이를테면 비, 구름, 부서지는 벼락의 섬광, 찢어진 산정에서 흘러내리는 화염, 흔들리는 땅속 요동, 대지위에서 벌어지는 다른 격동도 예상하지는 못하지만, 계획없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오. 이런 것들도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법이오. 신은 선한 자를 응석받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험하고 단련하며 자신을 위해 준비시키니까 말이오.

 

그토록 많은 강물과 그토록 많이 쏟아져 내린 빗물과 광천수의 힘도 바닷물의 맛을 바꾸기는, 아니 묽게도 하지 못하듯이, 사납게 덤벼드는 불운도 용감한 자의 마음가짐을 바꾸지 못하오. 그는 꿋꿋하게 버티고 서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을 자신의 성향이 맞추지요. 그는 어떤 외적인 것들보다도 강력하기 때문이오. 그것은 그가 외적인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극복한다는 뜻이오, 명예로운 것을 노리는 올곧은 사람이라면, 적절한 노고를 추구하며 설사 위험이 따른다고 하더라도 의무를 수행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미덕도 적대자가 없다면, 무기력해지기 마련이오. 미덕이 참고 견디면 자신이 무엇을 할수 있는지 보여줄 때, 비로소 그 진정한 위대함과 힘이 드러나는 법이지요. 단련과 어려움 앞에서 몸을 사리거나 운명에 대해 불평해서는 안되오.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 좋게 받아들이고 좋게 바꿔놓아야 하오. 잘 사육된 것들은 무위도식으로 무기력해지며 운동이 아니라 제 몸무게 때문에 탈진하지요. 얻어 맞아보지 않은 행복은 한 방에 나가떨어지지요.

 

나는 그대를 불행하다고 여기오. 그대는 불행한 적이 없기 때문이오. 그대는 역경없이 인생을 통과헸소. 아무도 그대의 능력을 알 수 없을 것이오. 그대 자신 조차도 말이오. 그대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실험이 필요하오. 시도해보지 않고서는 아무도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오. 신은 기백있고 용감한 행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되도록 존경받았으면 싶은 자들을 배려해 주지요.그런 행위를 하자면 역경이 필요하오. 키잡이는 폭풍을 겪어봐야 알고, 군인은 싸움터에 나가봐야 아는 법이오. 부가 넘쳐난다면 그대가 가난을 얼마나 용감하게 참고 견딜지 내가 어떻게 알겠소. 재앙은 미덕에게 기회라오. 너무나 큰 행복으로 나른해진 자들, 잔잔한 바다위에서 처럼 나태한 평온에 사로잡힌 자들은 불행하다고 불러 마땅할 것이오. 무슨 일이 생기든 그들에게는 놀라운 일이오. 잔혹한 운명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일수록 더 무겁게 짓누르지요. 과도한 것은 무엇이든 해롭지만 과도한 행복이야말로 가장 위험하오.

 

운명이 우리를 때리고 매질한다고요? 우리는 참아요 하오. 그것은 잔혹행위가 아니라 싸움이오. 우리는 자주 싸울수록 더 용감해지지요. 우리 몸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고 단련하는 부위가 가장 단단한 법이오. 우리는 자신을 운명에게 맡겨야만 다름 아닌 운명의 도움으로, 운명에 대해 단련될 수 있소. 운명은 차츰 우리를 자신의 적수로 만들것이며, 위험에 늘 노출 되어야 위험을 무시할 수 있을 것이오게르만족과 이스트로스 강주변에 무리지어 몰려다니는 유목민족들 말이오. 끝없는 겨울과 암울한 하늘이 그들을 짓누르고 있고, 불모의 땅이 마지못해 그들을 부양하고 있소. 그들은 짚이나 나뭇잎으로 비를 막고, 얼어붙은 늪지 위를 뛰어다니고, 야수를 사냥하여 양식으로 삼지요. 그대들에게는 그들이 비참해 보인다고요. 습관에 의해 천성이 된 것은 어떤 것도 비참하지 않지요.

 

처음에 마지못해 시작한 것이 나중에 즐거움이 되지요. 그들에게 집도 그처도 없고, 그날그날 지쳐 거친 곳에 누워 쉬지요. 양식이라해야 보잘 것 없고, 그나마 손수 구해와야 하지요. 기후는 혹독한데 몸은 노출되어 있지요. 그대에게 재앙으로 보이는 것이 많은 민족의 일상생활이지요. 왜 우리가 분개하며 왜 불평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그것을 참고 견디도록 태어났는데 말이오. 자연이 자신의 것인 우리 몸을 어떻게 쓰든 우리는 매사에 쾌활하고 용감해야 하오. 멸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 어떤 것도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며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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