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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노예(로버트 라이시, 오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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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가족(1) 20세기 중반의 핵가족은 안정된 직장을 가진 남편, 평균2.7명의 아이들을 돌보면서 습관적으로 집안 청소를 하고 가사를 돌보는 아내, 온 식구가 모여서 저녁 식사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에나 찾아볼 수 있는 이상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요즘은 일 때문에 과거보다 더 오랜 시간동안 집을 떠나있기도 하고, 심지어 가족들과 같이 있을 때도 일 생각밖에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회학자들은 DINS double incom no sex 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었다. 현대의 부부들은 침대에서 잠자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을 못할 정도로 항상 피곤에 절어있다. 어린 아이가 있을 때에는 놀이방에 맡겨진다. 연로한 부모들은 혼자 살거나, 아니면 양로원으로 간다. 모든 식구가 저녁식사를 같이 할 만큼 스케줄을 맞출 ..
자신을 팔아라 이제 전국 각지 교수들도 현재의 보상 수준과 자신이 다른 곳에서 제시받는 조건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상대적 가치를 비교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아예 몰랐다면 편히 살 수 있었던 교수들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모두들 자신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한다. 현재 받고 있는 돈이 다른 교수들에 비해 특별히 높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서 돈이 의미하는 자신의 가치에 더 예민하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어느 정도 가치가 부여되는지 알려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교수들도 자신의 가치를 더 알아주는 곳에 가고 싶었을 뿐이다. 이렇게 네트워크 상의 모든 점은 자신의 원할 때 미래에는 다른 네트워크의 한 점으로 이동할 수 있다. 신경제에서 모든 것을 다 취하는, 아니 ..
열심히 일하라는 유혹(2) 돈버는 일이 우리 삶의 나머지 부분까지 밀고 들어오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것들이 밀려나고 있다. 아이들과 같이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밀려나는 것이 또 있다. 친구, 배우자, 부모,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활동, 재미있는 일들, 단순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큰 성취감을 주는 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두 우리 마음속에서 밀려나고 있다.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다른 모든 것들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아이들은 꽉 짜여진 일정에 맞춰 이것 저것 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주말은 항상 심부름, 행사, 접대, 사람들과의 바쁜 만남 등으로 가득 차 있고, 이러는 동안에도 머리 속에는 항상 무언가 가득 차 있다. 아직 끝내지 못한 일, 아직 만나보지 못한 고객, 다가오는 마감..
열심히 일하라는 유혹(1) 수입의 전망이 불투명하고 일자리도 전부다 불안한 상태, 그리고 매달 들어오는 소득까지 불규칙적이라면, 과연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더 열심히 일한다. 더 많은 시간, 더 집중해서 일하게 된다. 1969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55세 주부의 38%가 돈버는 일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거의 70%에 가까운 수준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적사정이 더 나빠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늘날에도 전자렌인지, 즉석 조리식품, 그리고 사방에서 찾아볼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 덕분에 식사 준비시간이 과거보다 훨씬 더 짧아졌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도 여러 가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 덕분에 쇼핑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할 일이 많다는 것이 반드시 나쁜 일만은 아..
과거 고용방식의 종말(2) 매년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 주던 안정적인 일자리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라졌다. 구매자의 선택 범위가 넓어지고, 이동이 쉬워짐으로써 어느 조직이든 조직원에게 일정한 수입을 계속 보장해 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렇게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직은 모든 고정비용을 구매자의 선택에 따라 가능한 가변비용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 결과 수입을 예측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일자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과거에는 영구직이나 정규직 등으로 분류되던 것이 일자리다. 그 일자리가 이제는 매달 혹은 매년 그 봉급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실제적인 측면에서 의지할 수 있는 일자리라고 할 수 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은 여러 경우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
과거 고용방식의 종말(1) 기술 덕택에 환상적인 조건의 거래에 더 빨리 그리고 더 넓게 접근할 수 있다. 구매자와 투자자는 점점 더 좋은 조건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판매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속적으로 혁신작업을 해야 하고, 또 경쟁자보다 더 빨리 해야 한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직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신경제의 논리는 고용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 근로자 개념으로 일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으며, 앞으로는 훨씬 더 줄어들 것이다. 지속적인 고용과는 동떨어진 길로 가고 있는 미국, 다른 나라의 근로자들도 몇 발자국 뒤에서 따라오고 있다. 앞으로의 우리 모습은 과연 어떨까? 개방된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에 개인의 서비스를 파는 완전한 형태의 프리에이전트는 되지 않을 것이다. ..
이제는 어울리지 않는 신의(2) 과감하게 비용을 삭감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투자자중에 대규모 자선단체, 퇴직연금, 그리고 심지어 노조연금기금도 있다. 이런단체에 투자하고 있는 우리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다른 모든 상황의 배후에 있는 셈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앞에서 말한 현상의 일부를 내가 발생시켰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내 저축액에 대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지 못한다면, 나는 다른 펀드로 옮길 것이다. 과거 어느때 보다도 더 쉽게 옮길 수 있다. 그 사람도 이것을 알기 때문에 이것에 맞게 행동한다. 또 우리는 무의식중에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다하면서, 이 모든 현상을 다그치고 있다. 우리 자신이 임금을 인하하고, 노조와 싸울 ..
이제는 어울리지 않는 신의(1) 혁신을 이루어 내는 기크와 슈링크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계나 컴퓨터 혹은 다른 나라 근로자를 사용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단순직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 이는 모든 기업이 비용절감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고, 기술의 발달로 전세계의 자원을 이용한 비용절감이 더 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능 있는 기크와 슈링크에게는 더 많은 돈을 쓰면서 단순직 근로자의 일자리나 임금을 줄이고, 의료혜택을 없애거나 삭감하며 이들보다 임금이나 수당이 낮은 외부업체에 외주를 준다. 거점도시를 갖고 있는 기업의 수는 줄고 있다. 이제 대기업 본사가 어디 있다고 해서 과거처럼 많은 인원을 고용하거나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해주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모든 기업이 인원을 감축하고 작업은 외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