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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노예(로버트 라이시, 오성호

열심히 일하라는 유혹(1)

수입의 전망이 불투명하고 일자리도 전부다 불안한 상태, 그리고 매달 들어오는 소득까지 불규칙적이라면, 과연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더 열심히 일한다. 더 많은 시간, 더 집중해서 일하게 된다. 1969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55세 주부의 38%가 돈버는 일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거의 70%에 가까운 수준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적사정이 더 나빠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늘날에도 전자렌인지, 즉석 조리식품, 그리고 사방에서 찾아볼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 덕분에 식사 준비시간이 과거보다 훨씬 더 짧아졌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도 여러 가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 덕분에 쇼핑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할 일이 많다는 것이 반드시 나쁜 일만은 아니다. 일은 삶에 질서와 의무를 줄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가치와 중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밀튼 갈랜드라는 올해 102살의 최고령 봉급생활자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그는 1920년에 회사에 입사하여 78년 동안 계속 다니고 있었다. 길랜드는 국제특허 관련업무와 신참 교육업무를 현재 1주일에 20시간씩 하고 있다. 그는 뭔가를 시작하면, 그것이 좋아질때까지 계속하라고 충고한다.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전까지 좋아할 수 없다. 일단 전문가가 되면 기다리는 것은 즐거움 뿐이라고 한다.

 

직업을 가진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집밖에서 돈을 벌면서 하는 일이, 집안에서 아무 경제적 보상없이 하는 일보다 더 큰 성취감을 준다고 느낀다. 어떤 일에 대해 한 개인이 전심전력을 다할 때 혹은 그 일이 보수에 관계없이 사람의 재능이나 활력을 끌어낸다면, 그 일은 소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 나는 자신의 직업을 공공서비스이자 사랑과 의무에서 우러나오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의사들도 많이 보았다. 선생님들이나 정치인이들 중에도 있지만, 투자은행 직원중에는 이런 사람은 없다. 어떤 사람이 마음속으로 매력을 느끼는 일이라면, 단지 돈만 보고 일할 때보다 더 열심히 더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 일에서 느끼는 커다란 만족감이나 꼭 그 일을 해야겠다는 충동 때문에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의 뼈다귀가 무엇인지 아는 이런 현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 말은 작가 헨리 소로 글 “당신의 삶을 놓치지 말것이며, 항상 보조를 맞추면서 그 주위를 떠나서는 안될 것이다. 자신의 뼈다귀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뼈다귀를 찾았으면 갉아먹다가 일단 땅에 묻고, 다시 파헤쳐서 계속 갉아 먹어야 한다. ” 에 나오는 것이다. 삶이 제공하는 여러 뼈다귀 중 자신의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내고, 그 뼈다귀를 계속 갉아먹으라는 말이다. 자신의 좋아하는 것을 찾아 열심히 하라는 뜻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공식 통계에 나오는 정식 근무시간 뿐만이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 과거보다 우리 삶의 나머지 부분을 더 많이 침범하고 있다. 또 일은 우리 정신과 머리에 점점 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다. 깨어있는 시간중에 더 많은 부분을 일에 할애하고, 심지어 곤히 잠들 때 조차도 완전히 지유롭지 못하다. 미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고, 예측이 힘든 요구를 해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면에서 과거보다 그 정도가 심하다. 집에 있는 컴퓨터, 이동전화 등이 끈덕지게 강요하는 것이 있다. 대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당신이 어떤 사실을 알았을 때 만약 누군가에게 이 사실이 중요하고, 그 사람도 알고 싶어할 것이라는 생각이들면 이런 기기를 사용해야 한다. 이 기기는 우리를 항상 대기상태로 만들어 놓고 있다. 과거에는 완전히 개인 소유였던 작은 시간과 공간까지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뇌는 항상 그 침략을 대비한 비상상태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점점 더 개인영역 깊숙이 오고 있다.

 

필요하면 누구라도 밤낮 구별없이 우리와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원하면 그 장치를 끌 수도 있다. 그리고 누구에게 그 권리를 주느냐는 우리 자신이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하루 18시간은 그 장치를 켜놓아야 하는 부담과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업무상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까지도 포함할 경우, 침입자 리스트는 얼마나 길어질지 한번 생각해 보자. 시장은 항상 열려 있고, 언제라도 접촉 가능한 상태다. 따라서 무언가 다른 것을 하기로 분명하게 결정한 시간 외에는 일을 하지 않는데 대한 변명꺼리가 없다. 공간적 제약이 점점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