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가족(1)

20세기 중반의 핵가족은 안정된 직장을 가진 남편, 평균2.7명의 아이들을 돌보면서 습관적으로 집안 청소를 하고 가사를 돌보는 아내, 온 식구가 모여서 저녁 식사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에나 찾아볼 수 있는 이상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요즘은 일 때문에 과거보다 더 오랜 시간동안 집을 떠나있기도 하고, 심지어 가족들과 같이 있을 때도 일 생각밖에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회학자들은 DINS double incom no sex 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었다. 현대의 부부들은 침대에서 잠자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을 못할 정도로 항상 피곤에 절어있다. 어린 아이가 있을 때에는 놀이방에 맡겨진다. 연로한 부모들은 혼자 살거나, 아니면 양로원으로 간다. 모든 식구가 저녁식사를 같이 할 만큼 스케줄을 맞출 수 있는 집은 거의 없다. 직장에 나가는 부모가 들어오는 시간은 아이들이 저녁을 먹고 난 한참 뒤다. '온 식구가 모여서 함께 저녁을 먹는다. '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기혼자 수는 지난 20년 동안 50퍼센트에서 34퍼센트로 1/3 정도 감소했다. 가족 모임은 마치 회사의 프로젝트 업무보고 하는 회의와 같다. 서로 돌아가면서 다음 주 무엇을 할 것인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한다.

 

1970년대부터 여성들을 직장으로 나가게 한 첫 번째 요인은 남편 수입감소 현상이다. 구매자 천국시대에서 쇼핑도 더 효율적으로 하는 이런 시대에서 조차도, 과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회적 지위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미국인들의 전체적 생활수준이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확고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가족들은 현재 자신들이 생활기반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입을 위해서 직업을 갖을 필요가 없는 데도 직업을 갖는 여성들도 있다. 이런 여성들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데도 왜 직업전선에 뛰어들었을까? 집 밖에서 일한다는 데서 오는 자연스러운 만족감 이외에도, 일하지 않는데서 오는 비용이 계속 증가한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직업의 기회가 더 많아지고, 그에 따른 보상도 더 커짐에 따라 집이나 가족을 중시한 나머지, 직업을 갖지 않는데서 오는 희생도 함께 커진 것이다.  신경제에서 최고의 전문직을 수행하려면 거의 모든 것을 일에 바쳐야 한다. 빠른 길에 계속 남길 원한다면, 고객과 함께 밤늦게 까지 일하면서 항상 대기해야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 인맥을 다져야하며, 끊임없이 소개되는 신기술과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가사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불행하게도 많은 남성들이 그것을 원하고 있다. 한 집에서 돈도 가장 많이 벌어오고 집안 일도 가장 많이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여자는 앞으로 높은 수입을 올릴 가능성이 많다. 남자도 여자만큼이나 아기를 원할 경우에는 여자는 양육에 있어 최소한 절반에 대한 책임을남자가 지는 쪽으로 협상해야 한다.

 

여성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만약 부부가 정규직 맞벌이를 한다면, 두 사람중 한명은 빠른 길과 느린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여성이 아이의 양육을 위해 느린 길을 선택하면 남편은 빠른 길을 가게해야 할 것이다. 경제가 변하면서 결혼과 일에 대한 태도 역시 변했다. 1970년대 후반을 예로들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아내가 가구소득에 기여 조차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여성이 직장에 나가면서 가족규모가 줄었다. 여성은 과거보다 아이를 덜 낳고 있으며, 아예 낳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더 낳을 여유가 없어서일 수도 있고, 아기들에게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줄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모든 기업이 고정비용을 가변비용으로 돌려 모든 사람들의 일자리와 봉급에 대한 미래의 확신이 더 줄어든, 다시 말해 위험도가 더 높아진 경제하에서 많은 여성들은 본인이 부담하는 고정비용중 가장 비중이 높은 아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

 

아이가 제대로 자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가정이 안정적이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신경제는 연속적이지 않다. 게다가 불안정하고 의지하기도 어렵다. 요즘 많은 직장여성들은 아이를 키우는 재미보다 다른 재미를 추구한다. 현재 남자들의 봉급수준에 가장 근접해 있는 여성은 아기가 없는 근로자다. 그러나 일단 아기를 낳으면 빠른 길과 느린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대개는 느린 길을 선택한다. 그 이후에는 남자에 비해 입지가 약해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