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이루어 내는 기크와 슈링크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계나 컴퓨터 혹은 다른 나라 근로자를 사용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단순직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 이는 모든 기업이 비용절감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고, 기술의 발달로 전세계의 자원을 이용한 비용절감이 더 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능 있는 기크와 슈링크에게는 더 많은 돈을 쓰면서 단순직 근로자의 일자리나 임금을 줄이고, 의료혜택을 없애거나 삭감하며 이들보다 임금이나 수당이 낮은 외부업체에 외주를 준다. 거점도시를 갖고 있는 기업의 수는 줄고 있다. 이제 대기업 본사가 어디 있다고 해서 과거처럼 많은 인원을 고용하거나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해주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모든 기업이 인원을 감축하고 작업은 외주를 주며, 여러 지역으로 흩어지고 있다.
모든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가중되면서 유대관계의 고리는 느슨해지고 있다. 구매자의 선택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제한적이고, 보다 나은 거래조건으로 이동하기 어려웠던 몇 년전만 하더라도, 소비자와 투자자는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결과 조직내 유대관계는 지금보다 더 긴밀했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암묵적인 계약관계 같은 것이 존재했다. 다시 말해 직원들은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고, 조직에 충성하며 열심히 일했고, 그 대가로 회사에서는 적자를 보지 않는 한 계속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던 것이다. 20세기 중반대기업 임원은 안정된 시장과 투자자와 소비자의 이동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모두에게 마음을 넓게 쓸 수 있었다. 21세기에는 경영진에서는 과거와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은 이제 직원이나 지역사회 그리고 일반 시민에 대한 책임을 더 이상 지지 않는다. 그들의 유일한 의무는 기업의 주식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이고 이를 위해 비용을 엄청나게 줄이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기업이 갈수록 돈 버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바로 내 잘못이다. 아마 당신 잘못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우리가 고의로 만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더 좋은 조건으로의 이동이 점점 쉬워지면서,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만연된 신의를 지키지 않는 현상이라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그 원인이다.
한 기업의 주가는 기업의 미래 수익성을 예측하는데 가장 뛰어난 척도다. 그렇다면 주가는 일종의 조기 경보시스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경영진이 미래의 수익을 감소시키는 결정을 내리면 주가는 떨어질 것이다. 너무 낮게 떨어지면 미래 혁신을 위해 필요한 자금 유치가 어려워질 것이다. 투자자들은 현재 경영진이 그 돈을 잘 사용하리라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가가 낮아지면, 현 경영진을 퇴진시키고, 더 유능한 인물로 대체하려고 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더 좋은 조건으로 이동할 의지와 능력이 과거보다 더 강해졌기 때문에 이러한 일에 더 강력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적대적 매수를 하는 이들, 기업들 사이에서 침략자로 불리게된 이들은 한 기업을 손에 넣은 비용을 줄이면, 나중에는 커다란 수익이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찾는다. 이들은 안정적 과점체제에 익숙해져 별 걱정 없이 살고 있던 기업의 경영진이 미처 보지 못한 가능성을 본 것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거리낌 없이 잔혹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있다. 침략의 결과 이익이 불어났고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비용 삭감과 이익증대를 위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경영진에게는 놀랄 정도의 보상을 해준다. 목표를 달성하거나 초과할 경우 경영진에게 주는 보상패키지는 고액 스톡옵션이나 보너스 형태로 주가와 더 많은 연관성을 갖게 되었다. 경영진의 보상패키지는 일반근로자 봉급의 500배 가까이 되기도 한다. ( 삼성전자의 경우 70배 이상이다.) 이러한 환경은 경제의 규칙을 바꿔 놓았다. 투자자의 가치를 더 높이고 경영진들은 주가 상승에만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엄청난 부와 해고의 가능성, 바로 경영자들의 마음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부분이다. 모든 분야의 최고의 경영자들이 비용을 줄이고, 상품을 개선해서 주가를 올리는 데만 관심을 쏟고 있다. 좋은 점이 있다면 미국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대폭 개선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점도 있다. 일자리와 수입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단순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이나 각종 혜택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기술 위주의 기업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조직을 도려내는지를 아는 기업으로 변모한 것이 진정한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한다. 세상이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성공을 위해서 우리도 변해야 한다. 신임 경영자들마다 하는 말이다. 대기업은 조직 전체에 매스를 가하고 있다. 계산서 발행이나 물품조달 재고관리에 컴퓨터를 투입해 군살빼기 작업을 하며 고객서비스는 인터넷으로 옮기고, 공간과 장비를 구입하지 않고 대여하며, 거의 모든 부문에서 인터넷 경매를 통해 가장 조건이 좋은 업체와 계약하고 있다. 과거 피라미드식 조직은 이제 잊어야 한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미래의 기업은 모든 분야에서 최고 조건의 거래를 위해 경매기능을 활용할 것이며, 수많은 계약의 연속이라는 양샹을 띨 것이다. 짜고 짜고 또 쥐어짜도 끝없이 즙을 내는 레몬과 같은 것이 인간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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