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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뇌가 보내는 하루(주디스 호

심야에 처리해야 할 임무들, 수면과 비만 01:00-02:00

자는 동안에 우리 몸과 마음은 휴식상태다. 의식은 마치 그물침대 누운 모양처럼 처진 상태이고, 근육은 휴식중이며, 밤이라 시력도 저하되어 있다. 신체 계기판의 눈금은 전체적으로 내려가 있어서 청각과 체온, 호흡, 심박수도 모두 아래쪽에 있다. 하지만 뇌는 마치 손님이 모두 가고 난 후 집안을 치우고, 정리하는 집주인처럼 해야 할 일이 많다. 집안 일을 하느라 눈코 뜰새가 없는 뇌는 기억을 굳히고, 신경을 연결하고, 불필요한 세포를 처리하고, 시냅스를 연결하고, 성장호르몬을 분비하며 약 90분에 한번씩 휴식을 위해 꿈을 꾸게 만든다. 물론 꿈은 렘수면 중에 발생한다. 그리고 렘수면이 아닌 깊은 수면 중에는 중요한 재생작업이 진행된다. 단백질을 포함해서 많은 세포가 생성되며, 면역체계가 재충전된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뇌는 자는 동안 하루 종일 습득한 정보를 샅샅이 검토해 처리한다. 뇌는 기억을 정리해 복제하고, 기억을 없애기도 하고, 새롭게 습득한 기술을 연결하고, 깨어있는 동안 배운 기술을 연마하도록 준비하며,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다.  이 모든일이 수면 중에 일어난다, 뇌가 24시간 쉬지 않고 일한다.우리가 잠을 잘 때 뇌는 대기상태가 아니며, 복잡하고도 질서정연한 활동을 펼친다. 해마의 뉴런이 피질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뉴런이 더 강해지기 때문에, 잠을 자고 난 후 기억을 더 잘하는 모양이다. 우리 몸은 매일 밤낮으로 손상 되었거나, 죽은 세포를 없애는 자가포식현상의 과정을 겪는데, 이는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없애는 방식과 비슷하다. 자가포식소체가 세포내의 물질을 청소하고 처리한다. 세포는 복잡하고 방대한 작업을 통해 쉽게 말해 쓰레기를 생산한다. 이를테면 세포의 모든 임무를 수행하는 단백질의 경우, 때로는 결합이 잘못되어 작동을 못하거나, 더 안 좋은 경우 오작동을 하기도 한다. 자가포식 현상은 오래되어 엉켜버린 이 단백질 조각과 낡고 손상된 세포조직의 세포질을 청소한다. 자가포식현상이 깔끔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알츠하이머 병, 파킨슨 병, 헌팅튼 병 같은 신경변성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옛적부터 낮에는 사냥하고 밤에는 쉬도록 하는 것이 진화한 뇌의 습관이다. 밤에 뇌는 이미 자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세월이 흐르면서 낮에는 정보를 습득하고, 밤에는 그 정보를 처리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기억을 처리하기 위해 밤에 잠을 잠으로써 들어오는 신호에 대응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10%만을 사용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있는가?  이 이론은 대중심릭학에서 자리잡은지 오래지만 근거 없는 소리다. 

 

새벽 2시다. 야간에 근무하는 사람, 비행기를 자주 타는 사람 등을 제외하고는 온 세상이 곤히 잠들어 버렸다. 밤낮이 바뀐 사람들은 일어나 돌아다니고 있을지 모르겠다. 밤낮이 바뀐 생활 패턴에서 살면 가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인체시계가 그 밤낮이 바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잠을 못자면 계획을 하고, 결정하고,, 선택하는 능력인 뇌의 CEO역할을 특히 더 못하게 된다. 새로운 사건과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과 위기대처 능력 또한 떨어진다.  거기다 추가로 감정조절 능력까지 잃기도 한다. 부주의한 실수는 그 대가가생각보다 크다. 야간근무조 생산능률은 주간근무조보다 5%정도 밑돌며, 부상입을 확률은 43%나 높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부족은 의사들에게 음주와 똑같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말하자면 피로에 찌든 수련의들이 칵테일 서너잔 마신 상태라는 얘기다.

 

생체주기는 신진대사를 조절하기 때문에 수면이 체중을 조절하는 핵심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동물실험을 통해 생체주기에 결함이 있을 경우 체중이 과도하게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면은 또한 식욕을 조절하는 두 가지 중요한 호르몬인 렙틴과 그렐린의 수치가 영향을 준다. 렙틴은 지방세포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배가 많이 고플 때는 렙틴의 수치가 내려가면서, 식욕자극제인 그렐린의 수치가 높아져 식욕이 왕성해지고, 밥 맛도 좋아진다면이 부족한 사람은 충분히 자는 사람에 비해 렙틴 수치가 16% 적었고, 그렐린 수치는 거의 15% 더 많았다는 것이다. 출산후 24시간 엄마를 찾는 아이와 씨름하느라 수개월간 수면이 부족한 엄마들도 충분히 수면을 취하면, 지방이 사라진다는 보고가 있다.

 

아이가 6개월이 될 때까지 하루 5시간 이하로 잔 엄마는 7시간 동안 잔 엄마보다 출산 1년후에 5Kg 이상 체중이 더 나갔다고 한다. 야간근무를 하는 사람은 보통 새벽 3-4시에 식사를 하는데, 이 시간의 코르티솔 농도는 아직 식사를 해도 좋은 수준이 아니다. 즉 이때 몸은 음식을 받아 처리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신진대사도 원활히 일어날 수 없다. 야간근무만 우리의 잠을 빼앗아 가는게 아니다. 스트레스, 질병, 외상도 인체시계를 고장나게 하며 우리 중 일부는 애초에 몸에 맞지 않는 시계를 갖고 태어나거나, 시간과 관련된 질병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 생물학적 시간의 작용을 연구하는 시간 생물학자들은 수면장애가 암에서부터 알츠하이머 병까지 여러 질병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체시계가 바깥 세상과 다르게 돌아갈 때, 삶은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