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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뇌가 보내는 하루(주디스 호

우울한 시간, 즐거운 시간 17:00-18:00

날이 저물면 우리의 마음도 저문다. 낮동안 팽팽했더 긴장감이 사라지면서 왠지 기분도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특히 겨울이 되면 해가 금방 지니까, 아무래도 여름에 비해 처지는 기분이 드는게 사실이다. 우리는 이런 기분을 우울하다고 표현한다. 우리 대부분은 일시적으로 우울할 때도 우울증이라 칭한다. 계절이나 날씨 때문에 우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진짜 우울증은 심각한 만성질환으로 평범한 사람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증상이 심각하다. 우울증 환자는 대부분 우울감만 있는게 아니라, 무엇에도 즐거움이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집중하지 못하며 몸무게가 급격히 줄거나 증가하고, 지나치게 많이 자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잠을 못잔다.이들은 자기혐오로 에너지를 소모하며 그 무엇과도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자살 위험이 높다. 게다가 이런 기분은 도통 사라지지 않는다. 

 

낮이 짧은 겨울이 오면, 계절성 우울증(SAD)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 특히 겨울철에 햇빛이 부족해 북쪽지역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SAD는 멜라토닌이 증가하고, 세로토닌이 감소하면서, 인체시계인 교차상핵에 착오가 발생한다. 교차상핵은 밤에 멜라토닌을 방출하고, 해가 뜨면 줄인다. 이때 밤이 길고 해가 짧아지면 몸속에 교차상핵이 혼돈을 일으켜 SAD에 걸리는 것으로 추측한다. 빛이 부족하면 몸에 엄청난 영향이 온다. 과학자들이 쥐실험을 통해 빛이 부족할 때, 뇌화학물질의 질서가 깨지면서 뉴런이 죽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늦은 오후에 치매나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많이 찾아오는 권태감, 불안, 혼돈, 짜증이 일몰 증후군이다. 항우울제가 소용이 없는 환자들에게 경두개 자기자극술(TMS)이라는, 뇌에 자기에너지파동을 보내 뉴런을 활성화 시키기도 한다. 자살 사망자의 60% 이상이 심각한 우울증 환자다. 낮은 세로토닌 수치가 원인인데, 우울하거나 충동적인 사람은 뇌의 세로토닌 수치가 낮다고 알려져 있다. 충동 역시 자살의 한 요인이다.

 

초저녁은 다양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뇌의 사교시간이다.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은 식당에서 친구를 만나거나. 집에서 가족을 만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심장과 뇌활동이 다소 활발해지며, 옥시토신이 분비되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옥시토신은 모성애, 신뢰감, 유대감을 일으키는 호르몬이다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역할을 모두 하는 옥시토신은 시상하부에서 생산되어 뇌하수체를 거쳐 혈액으로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여성의 몸에서 출산시 자궁을 수축시키고, 모유를 만들어내도록 아기와의 유대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한다. 자식을 보살피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포유류 어미의 옥시토신은 뇌속 깊숙이 자리한 중뇌에서 보상물질인 도파민과 합동작전을 벌인다. 섹스를 하거나 오르가즘을 느낄 때 남녀 모두 옥시토신이 증가해 유대감과 사랑의 감정이 강해진다.

 

퇴근후 텅빈 집에 들어갈 때나 아무런 약속도 없는 깨끗한 달력을 볼 때, 왠지 인생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자신이 고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마음 아파한다. 오래전부터 고독이 마음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마음이 아프면 몸도 따라 아프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사들은 오랜 고독감이 유전활동의 변형을 촉발한다고 한다. 가족은 물론 중요하다. 호주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건강을 지키는 데는 친구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한다. 친구를 사귀고, 우정을 유지한다는 것은 무병장수에 큰 이득이 된다.사회경제적 지위라든가. 건강상태 생활방식은 장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자식과 친척과의 잦은 교류보다 친구와의 우정이 훨씬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퇴근후 친구나 가족들과 마시는 약간의 술은 몸도 마음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친한 친구나 가족이 조니워카나 잭다니엘 뿐이라면, 이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국립약물 오용연구서의 표현을 빌리면 중독이라는 해로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충동적으로 물질을 갈구하고 음용하는 뇌의 만성질병이다. 중독의 중심에는 도파민이 있다. 도파민은 쾌감을 주는 보상중추를 조절해 보상반응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오르가즘이나 모유수유, 맛있는 음식처럼 생물학적으로 인간에게 유용한 행위나 물질이 도파민을 치솟게 한다. 하지만 중독성 약물과 술은 실제로 체내의 쾌감경로를 변화시켜 반응을 극대화시킨다. 

 

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약물은 보상회로에 과도하게 작용해 엄청난 양의 도파민이 측좌핵에 갑작스레 솟구치게 만든다. 매우 합리적인 우리의 뇌는 도파민 수용체의 양을 줄여 도파민 급증을 막는 방식으로 솟구치는 도파민을 처리한다. 결국 이러한 방식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도파민 수용체가 적을수록 도파민을 끌어당기고, 그러면 수용체는 더 줄고 그러면 도파민은 더 필요해져 중독성 물질을 갈구하게 된다. 그래서 악순환이 계속된다. 중독자들이 쾌감을 느끼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양의 중독물질을 필요로 하게되고, 결국에는 아무런 쾌감을 느낄 수 없게 되는 이유는 이러한 뉴런의 변화 때문이다. 과음을 하면 태아의 뉴런이 죽고 성인의 뇌가 수축하며, 심각한 정신질환이나 신경계질환에 걸리기도 한다. 알콜중독자는 농담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웃을 기회를 많이 놓칠 수 있다. 술의 독성에 취약한 전두엽이 손상되어 행동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사회적 인식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타인과 잘 지내기가 힘든데 알콜 중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