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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꿀 권리(박영숙 지음)

다름, 차이에 우리는 얼마나 서툰가?

말로 하기 힘든 느낌을 말로 주고 받는 동안 평소 우리가 나누는 대화에서 얼마나 많은 것이 생략되고 있는지 새삼 까닫는다. 앞을 못보는 사람에게 예술작품을 설명하면서 작품을 본 느낌, 다음 작품을 보기 위한 동선안내, 작품 크기나 걸려있는 위치와 배경에 대한 설명 등등...  말로 주고 받지 않아도 많은 느낌이 공유될 있다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온 몸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는지 확인했다. 늘 서 있던 자리에서 한 뼘만 자리를 옮게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덤덤해지면 소통의 길이 열린다. 장애인에 대해서도 그냥 인정하면 된다. 소통으로 서로의 차이를 좀더 잘 이해하게 되면, 넘치지 않는 적절한 배려를 할 수 있다.  넘치는 베려도 문제다.  장애인을 너무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나 지나친 배려가 오히려 장애인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이주민 100만 시대에 이주민들이 정체성을 잃지 않고 어울려 살아갈 환경을 만들려면, 중요하게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여전히 폐쇄적이라고 할 만큼 이 땅의 문화와 정서는 낯선 사람을 만나는 데 서툴다. 자라면서 단일 민족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교육을 받았고,  그것이 왜 미덕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고, 다양성을 경험할 기회도 갖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며 어울리는 일은 일상 속에서 함께 하는 삶으로 살아내야 할 문화다. 장애인이나 이주민 학교밖 청소년,  미혼모 같은 소수자들을 돌보고 치료하고 교정해서 적응하도록 도와야 할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서로 배워야 할 것이다. 

 

다문화 서비스가 더 이상 ‘소수자를 위한 서비스’기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당연한 공공 도서관 서비스이다. 다문화서비스 대상1호는 이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다. 도서관의 다문화서비스가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같은지 다른지 맞춰보려 하기보다  소외 계층이라서 돕기보다, 차이와 다양성이 있는 그대로 살아있을때 삶이 더 풍성하고 행복해진다는 걸 알게 되면 좋겠다. 세대, 직업, 학력...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따지는 요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숫자만큼 차별과 소외와 억압이 일어날 수 있다.  한 식구로 친구로 이웃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힘를 기르는 기회가 필요하다.

 

넘치는 우정과 배려도 일방적인 돌봄이나 자원이 되면, 자유롭고 행복한 관계를 이어가기 힘들다. 생존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은 언제나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중요한 책임이다. 있는 그대로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며어울리는 일은 일상과 속에서 함께 하는 삶으로 살아내야 할 문화다장애인이든 소년소녀 가장이든 이주민이든 지원하거나 보호하고 치료, 교정할 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배우고, 복돋우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말에는 비효율적이지만, 따지고 보면 이유있는 배려를 위해 때로는 고집을 부려서라도 지켜야 할 각자의 몫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