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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꿀 권리(박영숙 지음)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물음표가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하는 열쇠라면, 그 꿈을 이뤄내는 힘은 공공성과 자발성의 화학적 결합으로 생긴다. 공공성이 일방적으로 주어질때 획일적이 되어 다양성을 담기 어렵고, 반면 자발적으로 공공성을 체득하고 실천할 때 스스로 도익를 갖고 움직이기 때문에 즐거운 배움과 능동적인 존중, 역동적인 상호관계, 자유로운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다. 도서관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쳐 세상이 더 나아지도록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배움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말은 좋은 프로그램 몇가지를 덧붙이거나, 학습능력 평가기준을 바꾸는 정도를 가르키는 것이 아니다. 배움을 가르치는 사람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 스스로 실천해 가는 과정이 되도록하자는 것이다.  책을 도구 삼아 논리력, 사회성, 인성, 창의력까지 온갖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결국 점수로 연결되는 학습능력을 높이는데 매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스펙을 쌓느라 바쁜 일상에 또 하나가 과업으로 얹히면 대체 누가 책을 좋아할 수 있을까?

 

우리는 도서관이라는 배움의 공간에서 배움이 어떤 것과 다른 어떤 것의 관계를 읽어가는 과정이라는 깨달았다.  단절된 개체에 대해 가르치고, 단절적으로 평가하는 학교 교육과 다른 점이다.  외워야 할 과제가 아니라 인물들이 살아나고, 나의 삶과 의미있는 관계로 연결되는 경험, 시험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맥락을 읽는 눈을 떠게 되는 것이 도서관에서 만나는 배움이다. 도서관은 참 많은 권리를 보장한다.

 

- 나이가 어리고 학력이 낮아도 진지할 권리

- 가진게 많지 않아도 당당할 권리

-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괜찮을 권리

- 인간의 본성에 대해 절망하다가도 사유하고, 변화하고

 - 상상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권리

 

어떤 서비스, 교육을 받지 않으면 루저가 될 것이라는 협박이 교육, 보육, 건강 같은 분야의 시장에서 불안이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배경이다.  빼앗기지 않을까, 밀려나지 않을까?  분명한 근거가 없어도 벗어나기 힘든 두려움은 스스로 경계와 방어벽을 쳐서 자신을 소외시키게 만든다. 자발성과 상호작용, 공공성의 힘이 바로 그것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이 따로 없이 스스로 배우고 서로에게배우는 과정은 관계 자체의 패러다임도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했다. 우리가 관계의 패러다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화두는 '존엄함'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무한대로 존중한다면 모든 사람은 대등하다. 도서관에서 배우는 존재, 성찰하고 사유하며 꿈꾸는 존재로서 만나는 관계는 대등하다. 다양성과 차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 의미를 갖는 대등한 관계는 각자에게 이름 붙여진 몫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조건이다.

 

평가가 불러일으킨 동기는 경쟁에 매이게 만들지만,  호기심이 불러일으킨 동기는 상호관계의 역동으로 이어진다. 알고 싶고, 알리고 싶고 즐겁기 때문이다.  그런 즐거움속에서 상상력의 지평이 넓어진다. 불안과 피해 의식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도서관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가능성은 공공성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라는 말과 이기주의라는 말을 거의 같게 보는 성향이 있다. 개인의 고유한 특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 금기시 되기도 한다.  그런 의식에서 벗어나 자신을 하나의 개체로 분리해서 볼 수 있는 힘이 생기면 좋겠다.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소중한 존재로 여길 때, 비로소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도서관 문화가 삶터와 일상에 스며들어 이용자들이 수동적인 정보의 소비자나 공공서비스의 수혜자로 머물지 않고, 세상의 흐름 속에서 주체로 살아가면서 자기 삶의 내러티브를 엮어갈 힘을 갖길 바란다. 그럴 때 도서관은 민주적인 시민들이 태어나는 제3의 공간으로 뿌리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