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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 대하여(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화는 어려서부터 양육이 좌우

용맹한 기질의 사람들은 쉽게 격노하지만, 불꽃처럼 타오르는 그들의 성향에는 사소함이나 연약함 따위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다듬어지지 않는 특성이 그러하듯 그들의 활력은 완전한 것이 못된다. 길들이지 않으면, 용맹함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성격은 무모함과 경솔함에 익숙해진다. 길들여지지 않는 포악함으로 인해 자유롭게 사는 그 모든 민족들은, 마치 사자나 늑대처럼 노예로 굴종시킬 수도 없지만, 또한 지배자가 될 수도 없다. 남의 지배를 받을 수 없는 자는 남을 지배할 수도 없다. 동물들의 경우에도 똑같은 충동이 모든 동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자에게는 격노가 도움이 된다면, 사슴에게는 겁이, 매에게는 공격성이, 비둘기에는 소심함이 도움이 된다. 군중 앞에서나 어디서건 자기 의지대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할 때, 우리는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공포심을, 때로는 연민을 직접 드러내 보임으로써 그들의 마음에 똑같은 감정을 불어넣고자 한다. 우리는 연민에 빠져 살아도 안되고 무자비해서도 안된다.

 

화를 치료하는 방법 두가지는, 화라는 감정에 빠지지 않는 것과 화가 났을 때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몸을 생각할 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방책이 있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방책이 있듯이 화에 대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격퇴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것이 더 왕성해지지 않도록 억제해야 한다. 몸과 마음을 좀먹는 것은 무엇이나 우리의 생각을 병들게 하고, 툭하면 불평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습관이다. 습관이 건전하지 못할 때 악덕이 자란다아이에게 행동의 자유를 주면 기백이 자라고, 구속하면 기백이 눌린다. 칭찬을 해주면 기가 살아나고 자신에 대한 바람직한 기대를 형성하게 한다. 오만과 화는 그 기원이 같다.  우리는 가끔은 고삐를 쥐고, 가끔은 박차를 가하기도 하면서 둘 사이에서 중용을 취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의 정신이 노예에게나 해당되는 비굴함을 겪게 해서는 안된다. 절대로 아이들이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애원할 필요가 없도록 하라. 그들이 그런 행동을 통해서 바라던 것을 얻게끔 하지 말라.

 

친구들과 경쟁할 때 아이가 결코 지지 않으려고 하거나, 화를 내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아이가 가끔 한번씩 친구들과 경쟁을 하게 함으로써, 아이가 친구를 해롭게 하지 않고 정당한 승리를 원하고, 이것에 익숙해지게 해야 한다. 아이가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거나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을 때는, 기를 북독아 주되 으시되게 해서는 안된다. 기쁨은 의기양양함을 낳고, 이것은 다시 교만함과 자신에 대한 과도한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어느 정도의 휴식은 허락해야겠지만, 나태와 무기력에 빠지게 해서는 안되며 사치는 결단코 멀리하게 해야 한다. 오냐오냐 버릇없이 자란 아이들이 누구보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이 된다. 외동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울수록, 아이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줄수록 정신이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

 

안돼’라는 말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항상 엄마가 안절부절 못하며 달려와 눈물을 닦아주는 아이, 양육자가 그의 한마디에 쩔쩔매는 아이는 남들이 자신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누리는 행운이 늘어갈수록 화도 커진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는가? 경박하고 공허한 그들이 정신은 등뒤에서 행운의 미풍이 불면,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다. 한 무리의 아첨꾼들이 거만한 인간을 에워싸고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이면서 그의 화를 부추긴다. 가끔은 아이가 두려움을 알게하라. 화를 내며 요구하는 것은 들어주지 말 것이며, 징징거리고 우는 아이는 진정을 하고 난 뒤에야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음을 알게 하라. 그리고 부모의 재산은 그가 사용하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음식은 간소하게 의복은 호사스럽지 않게 하며, 또래 아이들의 생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하라. 처음부터 아이가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게 하면, 누군가와 비교될 때 화를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