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당신을 버리는 것보다 당신이 먼저 화를 버려라

우리가 삶을 등지게 할 만큼 견디기 힘든 것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엄청난 재앙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만들어주는 것은 그것을 견디는 것이다. 그가 평소에 지각있는 사람이라면 그를 믿어주고, 그가 평소에 어리석은 자라면 그를 용서해주자.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도 실수할 때가 있다. 완벽한 사람도 주의를 소홀히 할 때가 있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도 과격하게 행동할 수 있으며, 남의 기분 상하게 할까봐 조심하는 사람도 실수로 남을 불쾌하게 할 때가 있다. 가장 위대한 인물들의 운명도 불안하게 흔들린다. 이러한 사실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이름없는 이들에게 위로가 된다. 부당한 일을 결코 당하지 않을만큼 대단한 권력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자는 누군가가 자신을 모욕하거나, 해를 입혀도 침착하게 이를 견뎌낸다. 자신을 자극하고 화나게 하려는 자를 무시해버리는 사람은 누군든 군중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당당하고 꿋꿋하게 견뎌낸다. 맞아도 타격받지 않는 것은 진정한 위대함의 특징이다.

 

몸이 정상이 아닌 사람이 짜증을 내고, 아이가 장난을 치다가 휘두른 주먹에 맞았을 때 왜 참는가? 당연히 그들이 자신의 행동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놓인 모든 사안에 대해 공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타고난 기본적인 조건을 고려하여야 한다. 모든 인간이 공유한 악덕에 대해 어느 한 인간을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 한 개인의 어떤 특성이 그 집단의 공통사항이라면, 너는 그것을 유난스럽다거나, 보기 싫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신뢰할 수 없고, 불평꾼이고, 욕심에 차 있다. 모든 인간은 사악하다. 우리가 남들에게서 발견하고 책망하는 허물은 우리 각자의 가슴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악인이며, 악인들 사이에 살고 있다. 우리에게 평화를 줄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서로서로 사정을 살펴주고,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상처받아 아파하는 시간보다 화를 내며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생각없는 동물의 행동이라서 당신이 화를 피해간다면, 사고력이 부족한 인간도 마찬가지여야 하는것 아닌가? '다시는 그러지 안 겠습니다'라고 말해도 그 말을 믿을 이유는 없다. 그는 여전히 잘못된 행동을 할 것이고, 그에게도 또 누군가가 잘못을 저지를 것이다. 화가 너를 버리는 것보다 네가 먼저 그것을 버리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언젠가는 당신의 화가 스스로 떠날 것이다. 화가 제풀에 지쳐 물러가는 것보다 당신이 화를 극복하는 편이 얼마나 좋은가?

 

도처에 화낼 이유는 널려 있다. 당신이 여기 이사람 때문에 화에 사로잡혔다가, 또 저기 저 사람 때문에 화에 사로잡힌다. 당신과 갈등하는 상대에게 해를 입히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무리 그가 당신보다 하수라고 해도 반드시 위험스런 저항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우리를 화내게 하는 많은 것들이 우리를 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라. 누군가 내게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나를 실망시킨 것인지, 그리고 내게서 빼앗은 것인지 아니면 내게 주지 않은 것인지 사이에는 커다라 차이가 있다. 하지만 내게서 앗아간 것과 내게 주지 않은 것, 내 희망의 싹을 짤라버린 것과 그 성취를 잠시 연기한 것, 내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 것과 그 자신의 이익을 쫓아 행동하는 것,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한 행동과 나를 증오해서 한 행동을 다 똑같이 간주한다. 사실 어떤 사람들이 우리에게 적대적 행동을 하는 데는 정당할 뿐아니라, 고결한 이유가 있다. 누군가 자기아버지를 위해서 누군가는 자신의 형제를 위해서, 또 어떤이 자기 조국을 지키려고, 또 어떤 이는 벗을 위하여 우리에게 맞서기도 한다.

 

칭찬할 만한 사람을 증오하는 것은 추하다. 가엾게 여겨야 할 사람을 증오하는 것은 더욱 추하다. 우리는 최초에 마음이 시키는대로 화를 버럭 내었다가, 그럴만한 이유도 없는데 공연히 화를 낸걸 보이지 않으려고 계속 밀고 나간다. 우리는 마치 심각하게 화가 난 것이 그 화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인 양, 그 화를 붙잡고 더 크게 키운다. 맨처음 그것이 얼마나 하찮은 것이었으며, 얼마나 무해한 것이었는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 좋다.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의심을 품는다. 때로는 적당한 호의라고 할 만한 것에 대해 '피해'라고 이름 붙이는데 이것이 화에 불을 붙이는 가장 흔한 이유가 된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또는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준 것보다 우리에게 적게준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화를 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것을 기뻐해야 한다. 자기보다 더 행복한 사람들 때문에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결코 스스로 행복할 수 없다. 율리우스 케이사르를 죽인 자는 적이라기 보다 벗이었다. 그가 그들의 끝없는 욕망을 채워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권한에는 한계가 있었다. 모두가 너무 많은 것을 갈망했으니 말이다. 남들이 가진 것에 눈을 돌리는 사람은 자신의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생각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하고, 신들에게도 화를 낸다.

 

인간들이 얼마나 경우가 없는지, 자기가 아무리 많이 받았어도 더 받을수 있었는데 못받은 것을 부당하다고 여긴다. 아직 당신이 다 갖지 못했음을 기뻐해라. 뭔가 바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인생의 즐거움 중에 하나이다. 우리는 자신이 준 것은 크게 생각하고, 받은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상황에 따라서 화를 억제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두려움 때문에, 어떠한 사람에 대해서는 존경심 때문에, 또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그럴 가치 조차 없어서 화를 참는다. 화가 나면 당신은 화가 시키는 대로 말을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 화가 가라앉으면, 그 불평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해야 할지 보일 것이다. 돈 문제에 관해서라면 고함소리가 끊일 날이 없다. 아비와 자식을 싸우게 만들고, 암살자들과 군단의 손에 검을 쥐게 만드는 것이 돈이다. 돈 때문에 남편과 아내가 매일 시끄럽게 말다툼을 벌이고, 황제들이 수백년의 노역으로 세워진 나라를 파괴하고, 잿더미로 변한 도시를 쑤시고 다니며 금을 찾게 만드는 것도 돈 때문이다. 돈을 쳐다보기만 해도 좋다. 그러나 눈알 튀어나오도록 소리를 지르고, 고함소리가 울려 퍼지고, 먼 곳에서 불려온 재판관들이 어느 쪽의 욕심이 더 정당한가를 판가름하기 위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도 실은 다 돈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