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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 대하여(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그저 조금 뒤로 물러나 껄껄 웃으라!

화를 자극하는 것들 음식과 술, 마치 그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보이는 세련되고, 까다로운 취미, 모욕적인 말들과 몸짓, 당신을 존중하지 않는 듯한 태도, 말을 듣지 않는 가축, 게으른 노예, 의심, 다른 사람의 말에 대한 악의적 해석, 다른 사람의 말에 제멋대로 곡해하는 것은 '인간이 말을 할줄 안다'는 것을 오히려 자연이 우리에게 끼치는 해악으로 간주하게 만든다. 우리가 정색하고 화를 내는 그일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며, 아이들을 치고 받고 싸우게 만드는 그런 일들과 다를바가 없다. 우리가 심각하게 수행하고 있는 일들 중에 중요한 일은 하나도 없다. 당신이 하찮은 일에 대단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아내가 혹은 당신 부하가, 당신 노예가, 말대답 못하는 것에 분개한다. 공동체가 자유를 박탈했다고 불평한다. 묻는 말에 노예가 묵묵부답이면, 당신은 반항하는 것이냐고 화를 낸다. 말을 해도 탈이고, 말을 안해도 탈이다. 심지어 웃는 것도 잘못이라고 한다. 당신의 두 귀는 합당한 말, 달콤하고 부드러운 소리만 들어라고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너는 웃는 소리, 우는 소리, 부드러운 말과 비참한 말,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사람의 목소리와 동물이 짖거나 우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당신이 당신을 잘 단련 시키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혐오감에 시달리게 된다. 왜 밖에서는 무심히 넘기면서 집에서는 까다롭게 구는가?  당신은 밖에 나가면 한없이 관대하고 인내심을 보이면서 집에만 오면 불만에 가득 차서 잔소리만 한다. 섹스티우스는 하루해 가 저물면 잠자리에 들면서 이렇게 물었다. “ 오늘은 네 마음의 악덕 중에서 어떤 것을 고쳤는가?  너는 오늘도 악덕에 저항했는가? 어떤 점에서 너는 조금이라도 나아졌는가? ”  하루의 일상을 꼼꼼히 들여다 보는 것보다 더 좋은 습관이 있겠는가?  " 이번은 용서할테니 두 번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라. 오늘 토론은 너무 시비조로 말했다. 자기가 모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과 앞으로 얽히지 마라.  이제까지 배우지 못한 사람은 앞으로도 배우기를 원치 않는다. 그 사람에게 필요 이상의 충고를 했다." 

 

그 결과 당신은 그 사람의 잘못을 고친 것이 아니라, 기분만 상하게 했을 뿐이다. 네가 하는 말이 진실이냐 아니야에 두지 말고 그 말을 듣는 상대가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지 함께 생각해라. 좋은 사람은 충고를 기꺼이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지적으로 받으면 분하게 생각한다. 뒤로 물러나서 껄껄 웃어라! 아무나 쉽게 들어설 수 없는 대문을 부와 권력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문은 감옥문이다. 어쩔수 없이 당신이 참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겨울이 추운 것은 당연하다.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면 멀미가 나고, 붐비는 길을 가면 사람들과 부딪히는게 이상할 게 없다. 각오가 되어 있으면, 담대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다. 당신이 초대를 받은 곳에서 별로 눈에 띄지않는 자리에 앉게 되었다 하여 동료 손님들에게, 초대한 주인에게, 당신보다 상석에 앉은 사람에게, 공연히 심통이 나기 시작한다. 그게 왜 그리 중요한가? 어떤 사람이 당신의 재능이 나쁘다고 말했다고 해서 당신은 그를 곱지 않는 눈길로 노려본다. 이것은 당신의 행동 원칙인가?  당신은 사람들의 평가를 기다리는 후보자로서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는가?

 

화가 처음에 끊어오르는 순간에는 남의 말이 들리지도 않고 마음도 정상이 아니기에, 그때 섣불리 말로써 화를 진정 시키려고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럴 때는 시간을 좀 주자. 화난 사람을 질책하고, 도리어 이쪽에서 화를 내는 것은 그들을 더 자극할 뿐이다. 막강한 힘이 있는 사람은 우월한 위치에서 타인의 화에 접근하고 그것을 거칠게 다루어도 되겠지만, 야만적이고 피에 굶주린 화는 자기보다 훨씬 더 힘센 상대를 두려워하게 만들지 않고서는 대처가 불가능하다. 평정은 끊임없는 성찰과 바른 가르침, 공명정대한 행동, 그리고 오직 고결한 목표에 대한 추구에 생각을 집중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남에게 좋은 평판을 얻으려고 애쓰지말라. 악평이 따라다닌다해도 그것은 선한 행동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면 신경쓰지 말라. 무모하게 덤벼드는 사람들은 존경받고 온유한 사람에게는 무능하다는 평가가 돌아온다. 적의찬 격정은 아무런 유익함이 없다.

 

우리는 왜 자신이 약세임을 잊고, 터무니 없는 앙심을 품고는 다른 사람을 무너뜨리기 위해 일어서다가 서서로 허망하게 부서지고 마는가? 아무리 우리가 가슴 깊이 원한을 품고, 적의를 불태워도 언젠가는 열병이나 우리 몸의 다른 질병이 그것을 방해할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필사적으로 싸워대는 두 사람 사이에 죽음이 끼여들어 영원히 둘을 갈라 놓을 것이다. 어째서 당신은 고압적으로 당신을 대하는 저 사람을 끌어내고 싶어하는가? 왜 너를 향해 짖어대는 사람- 천하고 비열하지만, 윗사람을 화나게 말들고 짜증나게 하는- 을 손봐주는데 자신의 권력을 사용하려 하는가? 당신이 노예에게, 주인에게, 황제에게, 당신의 부하에게 왜 화를 내는가? 조금만 기다려라. 음이 너희 모두를 똑같이 만들 것이니! 승리한 자와 패배한 자에게 똑같은 결말이 닥쳐온다. 시간 차이도 얼마나지 않는다. 더 위협적인 두려움이 다가오면, 우리는 시시한 적들과 싸울 겨를이 없다. 당신이 화를 내는 상대에게 죽음 이상의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그는 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