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모루덴스(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

놀이, 경기 vs 문화

생각하는 행위는 언어들 속에서 거듭 되풀이 된다. 놀이는 특정 시간과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자발적 행동 혹은 몰입행위로서 자유롭게 받아들여진 규칙을 따르되 그 규칙의 적용은 아주 엄격하며, 놀이 그 자체에 목적이 있고 일상 생활과는 다른 긴장, 즐거움, 의식을 수반한다. 놀이하기는 경연 혹은 경기 영역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아곤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놀이의 기본적 요소들 가령 경쟁, 공연, 전시, 도전, 자랑하기, 과시하기, 구속력 강한규칙 등은 동물의 생활에서도 발견된다. 함께 놀이하기는 본질적으로 대립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놀이는 두 명의 상대자 혹은 팀들 사이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춤과 같은 것은 대립의 요소가 없다.  아주 흥미로운 탐구의 대상이지만 도박성 게임은 생활과 정신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쓸모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게임이 지식, 기량, 용기, 힘 등을 요구하는 게임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게임이 까다로울수록 관람자의 긴장은 높아진다. 체스게임은 문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시각적인 매력도 없지만 구경꾼을 매혹시킨다. 신체적, 지적, 도덕적 혹은 정신적 가치 또한 놀이를 문화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놀이가 개인이나 집단의 생활 강도와 분위기에 영향을 줄수록 문화의 일부분으로 쉽게 편입된다. 성공은 놀이하는 사람에게  형편에 따라 짧은 혹은 긴 만족감을 안겨준다. 구경꾼은 놀이의 본질적 조건은 아니지만, 그들이 있음으로 해서 만족감은 더욱 높아진다. 게임에서 구경꾼이 있을 때 기쁨은 두배가 된다.  모든 게임에서 경기자가 남들에게 자신의 성공을 자랑할 수 있는 상황은 매우 중요하다.  승리는 경기 결과에서 남보다 우수함을 과시하는 것이다.  경쟁적 본능은 권력 욕망이나 지배 의지가 아니다.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은 욕망,일등이 되어서 그로부터 명예를 얻는 것이다. 원래 gage와 동의어 였던 wage가 도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띤다. wage는 놀이영역에서 경제영역으로 옮겨가서 봉급 혹은 소득과 동의어가 되었다. 리는 wage를 얻기 위해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한다.  과감하게 나서고 모험을 걸고, 불확실성을 견디고, 긴장을 참는 것, 이런 것들이 놀이의 본질이다. 긴장은 게임의 중요성을 배가하고, 긴장이 커질수록 놀이 하는 사람은 자신이 놀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된다.  영어단어 athlete, 운동 선수는 경기, 갈등, 훈련, 노력, 인내, 고통의 뜻이 모두 종합 되어 있다.

 

경쟁은 무언가를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무언가와 함께 혹은 무엇인가의 속에서 수행된다.  사람들은 먼저 힘과 기술, 지식과 부, 영광, 자유속에서 경쟁한다. 또 신체의 힘, 무기의 위력, 합리적인 정신, 주먹 등과 함께 경쟁하며, 과시,허장성세, 자랑하기, 욕설, 교묘한 꾀와 기만술과 함께 경쟁한다. 놀이와 진지함의 경계가 애매하다는 사실은 증권거래소의 작전세력을 가르켜 놀이하기 혹은, 도박하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의해서 잘 드러난다.  룰렛테이블의 도박사는 자신이 놀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선선히 시인한다.  하지만 증권 거래인은 그것을 시인하지 않는다. 주가의 등락을 미리 예상하고,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은 진지한 생활 혹은 비즈니스 생활, 나아가 사회 내의 경제적 기능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경제적 성격의 사건들이 미래에 성취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생명보험이 생겨났다. 가령 사람들의 생사, 소년 혹은 소녀 탄생,  여행과 순례의 결과, 잡다한 토지 등을 두고 내기를 걸었다.  17 세기에 들어와서도 생명보험 거래는 '내기'라고 불렀다. 행운 이라는 것은 그 안에 신성한 의미를 갖추고 있다고 보았다. 주사위를 던진 결과는 신의 뜻을 의미하고, 결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주사위 던지기는 다른 형태의 경기 못지않게 신들을 움직일 수 있었다. 인간의 눈으로 볼 때 행복, 행운, 운명은 신성의 영역 가까이 있는 것들이었다.

 

쿨라제도에서 그 물품의 소유권은 한 그룹에서 다른 그룹으로 잠시 넘어간다. 그리고 현재 소유권을 갖고 있는 그룹은 일정한 시간내에 쿨라체인 안에 들어 있는 다른 섬의 그룹에게 그 물품을 넘겨야 할 의무가 있다성스러운 의례의 뿌리에는 아름다움 속에서 살고자 하는 인간의 뿌리 갚은 욕구가 깃들어 있다. 이러한 욕구는 놀이 이외의 것으로는 충족시키지 못한다. 누구나 자신의 미덕에 대해 칭찬을 받고 싶어한다. 우리는 무슨 일을 잘해냈다는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한다. 어떤 일을 잘했다 것은 남보다 잘 했다는 뜻이다.  남보다 뛰어나기 위해서는 그 뛰어남을 입증해야 한다.  경쟁은 뛰어남의 증거를 제시한다. 명예는 정당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공개적으로 남의 인정을 받아야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강제로 유지되어야 한다. 심지어 아리스토텔레스도 명예를 가리켜 미덕의 보상이라고 했다. 인간은 자신의 진정한 가치로 인하여 판단력 있는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기를 원한다.

 

말로써 자신이 상대방보다 뛰어나다고 주장할 경우, 그것은 상대방을 깔보는 오만, 무례함으로 변질될 수 있고, 이것이 그 나름대로 하나의 경기가 될 수 있다.  상대방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신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서 이다.  고상한 인생의 가장 큰 요구사항은 자신의 명예를 안전하고, 흠결없이 보존하는 것이다.  반면에 당신의 적은 모욕으로서 당신의 명예를 훼손 하고 파괴하려 할 것이다. 자기자신의 우월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적에게 욕설과 조롱이 뒤따르게 되어 있다. 그리스 사람들은 싸움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에는 경기의 성격을 부여했다. 남자들의 아름다움을 겨루는 경기는 축제의 한부분이었다. 심포지움에서는 노래부르기, 수수께끼 풀기, 잠 깨어 있기, 술마시기 경기가 벌어졌다.

 

 

'호모루덴스(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학, 예술 그리고 놀이  (0) 2012.02.10
놀이, 전쟁 그리고 시  (0) 2012.02.09
놀이와 법률  (0) 2012.02.08
놀이의 본질과 의미2  (0) 2012.01.16
놀이의 본질과 의미1  (0) 2012.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