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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루덴스(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

놀이의 본질과 의미2

무엇보다 모든 놀이는 자발적 행위다. 명령에 의한 놀이는 더 이상 놀이가 아니다. 놀이를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른이나 책임있는 사람의 경우 놀이는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는 기능이다. 놀이의 필요라는 것은, 그 놀이를 즐기고자 하는 욕망에 정비례한다. 놀이는 언제라도 연기되거나 정지될 수 있다. 육체적 필요나 도덕적 의무에 의해서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결코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자유시간에 한가롭게 할 수 있는 행위다. 놀이가 사회적 기능으로 인식될 때 비로소- 의례, 의식-강제와 의무의 개념과 연결된다. 놀이는 실제 생활에서 벗어나, 그 나름의 성향을 가진 일시적인 행위다. 놀이를 하다보면 몰두하고 열광에 빠지게 된다. 그 어떤 게임이라도 일정한 순간에 도달하면 게임하는 사람을 완전 몰입시킨다.

 

놀이는 그 자체로 만족감을 얻는 일시적인 행위이며, 그것으로 놀이의 소임은 끝난 것이다. 놀이가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긴장 이완행위가 될 때, 생활전반의 동반요소, 보완요소 나아가 필수요소가 된다. 그것은 인생을 장식하고 풍요롭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과 사회의 필수품이 된다. 놀이는 일단 시작되면 적절한 순간에 종료된다. 놀이는 어느 정도 벌어지다가 스스로 종료된다.  일단 놀아버리면, 놀이는 정신이 새로 발견한 창조물, 기억에 의해 보유되는 보물로서 유지된다. 그것은 전통이 된다.

 

놀이터 내부에는 특정하면서도 절대적인 질서가 지배한다. 여기서 우리는 놀이의 또 다른 특징을 발견한다. 놀이는 먼저 질서를 창조하고, 그 다음에는 스스로 하나의 질서가 된다. 놀이는 질서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학의 한 부분이 된다. 우리가 놀이의 요소들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들은 아름다움의 요소들을 설명하려는 용어들과 상당 부분 중복된다. 가령 긴장, 안정된 자세, 균형, 대비, 변화, 해결, 해소들이 그렇다. 놀이는 사람을 황홀하게 하고 매혹시킨다. 놀이에는 사물을 지각하는 가장 고상한 특질인 리듬과 하모니가 부여되어 있다. 

 

놀이 하는 사람은 자신의 노력이 성공하기 바란다. 뭔가 어려운 일을 하고 성공하여 긴장이 끝내기 바란다.  그래서 놀이는 긴장이다. 놀이가 경쟁의 특성을 띠게 되면 더욱 치열해진다. 그 치열함은 도박과 운동 경기에서 그 절정에 이른다. 놀이 그 자체는 선과 악을 초월하지만 놀이에 내재된 긴장의 요소는 놀이하는 사람의 심성 즉 용기, 지구력, 총명함, 정신력, 공정함 등을 시험하는 수단이므로 특정한 윤리적 가치를 부여한다. 그는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하는 강렬한 욕망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심판의 휘슬이 울리면 놀이의 마법은 깨어지고 실제 생활을 작동시킨다. 놀이 공동체는 게임이 끝난 후에도 항구적인 조직이 되는 경향이 있다.  떨어져 있으면서 함께 있다는 느낌, 중요한 어떤 것을 함께 나눈다는 느낌, 세상에서 벗어나 통상적인 규범을 일시적으로 거부한다는 느낌 등은 어느 한 게임이 끝난 뒤에도 지속되는 것이다. 남들이 우리의 경계가 아닌 저기 바깥에서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은 현재로서 우리의 관심사가 되지 못한다. 어떤 게임동아리 내에서는 일상생활의 관습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놀이의 형태적 특성을 요약해 보자면 이러하다.  일상생활의 바깥에서 벌어지고 진지하지 않는 성격을 갖고 있으며 독립되어 있는 자유로운 행위이나, 놀이하는 사람을 완벽하게 몰입하게 만든다.  그것은 물질적 이해와는 상관없는 행위이고 아무런 이득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 나름의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가진 놀이터내에서 고정된 규칙을 따라 일정한 방식으로 수행된다. 사회집단의 형성을 촉진하고, 그 집단은 은밀함속에서 자신들을 감추면서 위장과 기타 수단을 동원하여 평범한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우리는 예식, 주술 등이 모두 놀이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놀이하는 사람은 그 게임에 무아상태로 몰입하고, 그것이 단지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잠시 사라지게 한다. 게임에 결부되어 있는 즐거움은 긴장을 낳을 뿐아니라, 정신의 고양을 가져온다.  사람들이 성당, 절 같은 성사에 모여드는 것은 집단적인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이다. 놀이는 일상생활의 필요와 진지함에서 벗어나는 곳에서 그 자신을 드러내고 성취하는 행동이었다. 이런 신성한 놀이터라는 관점에서 볼 때 원시인은 어린아이와 시인에 가까운 존재다. 가면과 위장 등은 현대의 교양인과 예술 애호가들에게 아름다움, 공포, 신비감 등이 복합된 미학적 정서를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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