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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루덴스(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

철학, 예술 그리고 놀이

소피스트는 고대문화 생활에서 중심적 위치에 있었던 인물로서 예언자, 의사, 점쟁이, 마술사, 그리고 바테스라는 명칭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소피스트의 일은 자신의 경이로운 지식과 기술의 신비로움을 드러내고 동시에 공개적인 경쟁에서 라이벌을 물리치는 것이었다. 원칙적으로 수사법의 한 형태로 간주되는 궤변법은 소피스트의 전임자인 바테스에게서 발견되는 원초적인 놀이와깊은 연관이 있다. 또한 궤변은 수수께끼와도 가깝다. 놀이 혹은 교묘한 말재주는 까다로운 질문으로서 사람들을 궁지에 빠뜨리도록 설계되었고, 또 그리스 대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소크라테스는 "이러한 것들은 사물의 본질에 대해서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오로지 미묘하고 애매한 말을 사용하여 사람들을 어떻게 속이는 지만을 가르쳐줄 뿐이다."라고 했다. 소피스트와 수사학자의 일상적인 행동에서 주된 목표는 진실이나 욕망 그 자체에 있지 않고, 순전히 '자신이 옳다'는 개인적인 만족을 성취한는데 있다. 그들은 경쟁의 원시적인 본능, 영광을 위한 투쟁에 의해 움직인다. 학문적 논의를 대신하는 끝없는 논쟁, 여전히 대학생활의 현저한 특징인 장엄한 의례, 나라별, 부별, 분파별로 모임을 만드는 학자들, 모든 것이 경쟁과 놀이 규칙의 영역에 속한 현상들이다. 모든 지식은본질적으로 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논쟁은 경쟁으로부터 떨어질 수 없다.

 

학교라는 단어는 아주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원래 이 단어는 '여가'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문명이 젊은이들의 자유시간을 점점 제한하고, 유년기 이후 일상생활에 전념하도록 젊은이들을 유도함으로써 이제 학교는 체계적인 작업과 훈령이라는 원래의 뜻과 정반대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다이고게라'는 그리스어는 매우 중요한 말이다. 문자 그대로 시간을 보내는 것 혹은 소비하는 것이지만, 이를 '취미'로 표현할 때는 이라스토텔레스의 일과 여가에 대한 사상을 전제로 해야만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일을 잘 하기도 바라지만, 잘 빈둥거리는 것 또한 바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빈둥거림 즉 여가를 우주의 원칙으로 생각했다.  일을 중시하고 여가를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는 우리의 노동관을 전도시킨 이러한 사상은 분명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가 그 자체에 모든 즐거움과 인생의 기쁨을 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 여가는 최종 목표이고 완성이며, 따라서 이 완전한 것에는 불완전한 자가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음악을 즐기는 것은 그런 마지막 행동목표에 가까운 것인데, 이는 미래 이익을 위해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메시스, 즉 모방의 효과는 긍정적이거나 혹은 부정적인 종류의 도덕적 감정을 일깨우는 것이다. 멜로디는 열정을 깨우고, 다른 리듬과 멜로디는 분노, 진정, 용기, 명상 등을 제시한다. 플라톤에게 있어서 모방은 예술가의 정신적 태도를 서술하는 일반적 용어였다. 미메테스, 모방하는 사람은 즉 창조하고 제작하는 예술가는 그가 모방하는 사물이 좋은지 나쁜지 스스로 알지 못했다. 모방은 그에게 단지 놀이일 뿐, 진지한 일이 아니었다.

 

전세계에서 벌어진 경쟁의 오래된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은 실용성과 효율성이 그런 경쟁적 예술의 형태를 오늘날 까지 지속시켰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가장 훌륭한 시청 건물의 도면에 상을 주거나, 예술학교에서 가장 훌륭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줄 때 발명을 자극하고, 재능을 발견하고, 가장 나은 결과를 얻은 사례에서 그렇게 추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실용적 목적들 뒤에는 항상 그런 경쟁에 수반되는 원초적 놀이의 기능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