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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 (셸리 키건,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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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나쁜 것인가? (2) 월요일에 내가 권총으로 존이라는 사람을 쏘았다. 그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치명적인 부상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지만, 월요일에 그는 죽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내가 갑적스런 심장마비로 죽는다. 수요일 존이 죽었다. 나는 존을 죽였다. 내가 쏘지 않았다면 그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과연 언제 그를 죽인 것일까? 총을 쏘았던 월요일인가? 월요일 그는 분명 살아있었다. 나는 수요일에 그를 죽인 것일까? 그는 수요일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월요일에 내가 그를 총으로 쏘았고, 그로 인해 수요일 사망했다. 내가 존을 죽였다는 사실은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언제 죽였는가? 죽음이 내게 나쁜 것이라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내 죽음은 언제 내게 나쁜 것인가? 엄연한 사실이지만 정확하게 시..
죽음은 나쁜 것인가? (1) 거시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때, 죽음이란 육체가 더 이상 그런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나는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기를, 인격의 상당부분을 동일하게 유지한 채 존재할수 있기를 원한다. 죽음이 정말로 끝이라고 믿는다면, 죽음은 나쁜 것이 될 수 없다. 내가 없는데 무엇이 내게 나쁠 수 있다는 말인가? 죽음이 나쁜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해당한다. 주변에 누가 죽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그 사람을 만날수 없다. 함께 이야기를 나눌수도, 영화를 볼 수도, 웃을 수도 없다.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 모든 교류의 가능성이 막혀버린다. 아마도 이것이 죽음이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은 죽은 사람에게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죽음이 나쁘다고 할 수 있..
죽음에 관한 이야기 우리 모두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말은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하지만 우리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 잘 알고 있다고 하는 주장이 외면당하기도 한다. 죽어있는 나의 상태를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상태를 생각할 수 없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잠을 잘 때 우리는 어떤 것도 경험하지 않고, 상상하지도 않는다. 즉 꿈없는 잠 또한 아무것도 아닌 상태이다. 그렇게 때문에 그 상태로부터 어떤 것을 상상해 볼 수 없다. 뭔가를 믿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분이 죽어있는 상태를 마음속으로 떠올릴수 없는 데도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 어느 누구도 자신의 죽음을 믿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무의식 속에서는 자신의 불멸을 확신하고 있다. 여러분이 참석하지 못한 회의를 상상해 보..
죽음의 본질에 관하여 물리주의에 따르면 인간은 특정한 방식으로 기능하는 육체다. 대화하고, 사랑하고, 계획하고, 생각하고, 자의식을 가지는 그런 육체이다. 신체기능을 줄여서 'B기능'이라고 하자. 인지기능을 'P기능' 이라고 하자. 육체의 단계를 나누어 보면 어린시절을 A라고 하고, 성장하여 활발히 활동하는 시기를 B라고 하면, A 단계에서는 B기능이 활발하며 B단계에서는 P기능이 시작된다. 죽음 상태를 C라고 한다면, C단계에서는 아무 기능도 하지 못한다. 그런데 끔찍한 질병에 걸려 기능이 마비된 단계를 D단계라고 한다면, 이 단계에서 B기능과 P기능은 서로 다른 상태이다. C단계에서 '나' 라는 존재는 없다. 그럼 D 단계는 B기능은 하지만, P기능이 중지되어 믿음, 기억, 욕망 등 내 인격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사라졌다..
나는 영혼인가, 육체인가, 인격인가. 인격이란 계속해서 변하는 존재이다. 급격하게 변화하지 않는 한, 그리고 중복성이나 연속성이 익숙한 패턴을 유지하는 한, 동일한 인격은 얼마든지 그 변화를 수용할 수 있다. 정체성의 본질은 나와 관련된 특정한 사실 또는 '나'라고 하는 인간의 다양한 단계들 사이의 관계에만 의존한다. 육체는 복제도, 분열도 되지 않는다. 인간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핵심이 분열불가 조건을 추가한 상태에서 동일한 육체를 가지는 것이다. 내가 죽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생존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아니면 생존에서무엇이 중요한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동일한 인격을 가진 생존이다. 단지 육체적으로 생존해 있다는 사실로 부터 내가 원하는 가치를 발견할 수 없다. 내가 생존해 있을 것인..
나는 왜 내가 될 수 있는가? 나는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영혼을 받아들일 마땅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뭔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근거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龍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리는 용이 실재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론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이 믿지 않을 뿐이다. 龍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자 용의 존재를 반박해야 할까?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근거를 제시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증명할 필요는 없다. 영혼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다양한 주장을 살펴보고, 그 주장을 반박해 나가면 된다. '죽음으로부터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
영혼은 영원히 죽지 않는가?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는 독약을 마시고 세상을 뜨는 순간까지 동료들과 영혼불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의 존재를 믿었고, 육체적 죽음 뒤에도 영혼은 살아남을거라 확신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어떤 것은 다른 것보다 더 아름답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물체도 어떤 측면에서는 아름답다. 즉 부분적으로 아름답다. 사회적 질서는 다양한 수준으로 정의롭거나, 부당하다. 인간 역시 다양한 수준으로 정의롭다. 하지만 어떤 사회적 질서도 그리고 어떤 인간도 완벽하게 정의로울수는 없다. 경험적 세상에서 정의는 다양한 수준으로 공유되고 존재한다. 완벽한 정의는 일상생활 속에서는 발견할 수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상상할 수 있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세상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
육체 없이 정신만 존재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험적 차원에서 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론적 차원에서만 가능하다는 뜻이며, 다만 논리적인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몸 없이 정신만 존재하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리주의 관점에서 그렇다. 데카르트는 육체와 정신이 이론적인 차원에서 서로 다른 존재라고 말한다. 책상위에 연필이 하나 놓여 있다. 그 연필이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우리는 그 물체에 대해 존재하고 있거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론적 차원에서 A가 존재하고, B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A와B는 동일 물체가 아니어야 한다. 육체없이 정신만 존재하는 상황을 상상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