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말은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하지만 우리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 잘 알고 있다고 하는 주장이 외면당하기도 한다. 죽어있는 나의 상태를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상태를 생각할 수 없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잠을 잘 때 우리는 어떤 것도 경험하지 않고, 상상하지도 않는다. 즉 꿈없는 잠 또한 아무것도 아닌 상태이다. 그렇게 때문에 그 상태로부터 어떤 것을 상상해 볼 수 없다. 뭔가를 믿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분이 죽어있는 상태를 마음속으로 떠올릴수 없는 데도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 어느 누구도 자신의 죽음을 믿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무의식 속에서는 자신의 불멸을 확신하고 있다. 여러분이 참석하지 못한 회의를 상상해 보자. 여러분은 회의하는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마음의 눈으로 그런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즉 이미 여러분 자신을 그 장면 속으로 끼워 넣은 것이다.
회의장 어디에선가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그 말은 여러분이 빠진 회의를 상상하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여러분이 어떤 형태로든 참석해 있어야지 여러분이 빠져있다면, 회의를 상상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 회의가 여러분 없이 열릴 것이라는 사실을 실제로는 상상하기 힘든다. 우리가 어떤 그림을 볼 때 내가 그 그림을 보고 있다는 객관적인 사실과, 자신이 그림내부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그림은 언제나 특정한 위치와 특정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여러분은 지금 아무도 없는 해변을 찍은 사진을 보고 있다. 그 사진 속에 내가 있는가? 그 사진 속에는 아무도 없다. 몸의 눈이든, 마음의 눈이든 내가 그 사진을 보고 있는동안 내 자신은 존재하고 있다. 동시에 존재하지 않고서는 그 사진을 보거나 상상할 수 없다 . 해변의 사진을 보거나, 자신이 없는 회의를 상상할 때 우리는 공간적인 특정 지점에서 이를 바라보게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육체가 결국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람들은 생명보험을 든다. 왜? 자신의 육체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믿고 있고, 그때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언젠가 죽을 것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사실 우리는 그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믿는다고 말하는 것을 실제로는 믿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별생각 없이 뭔가를 믿는다고 말한다. 사실은 안 믿으면서. 죽을 운명에 직면할 ,그래서 자신이 죽을 거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는 인생의 우선 순위를 바꾸고, 비로소 생존경쟁의 쳇바퀴속에서 벗어니고자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자신에게 더 가치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 모두가 자신이 언젠가 죽을거라고 스쳐지나가듯 말하지만, 근복적인 차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사람 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일관적인인 믿음을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휴가를 즐기고,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함께 죽지는 못한다. 우리는 모두 홀로 죽을 운명이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죽음의 본질에 대한 또 다른 깊은 성찰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수 있다. 죽음에 대한 심오한 분위기 마저느낀다. 우리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친구와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난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모두 홀로 죽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인간은 모두 '홀로 죽는다'는 말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다고 해도, 결국 혼자서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나의 죽음은 나만이 겪는다.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은 모두 고독과 유사한 심리상태를 겪게 된다. 인간은 모두 홀로 죽는다는 진정한 의미의 주장은 아마도 이런 외로움인지도 모른다. 임종의 순간에 드는 극심한 외로움을 우리는 쉽게 납득할 수 있다. 결국 소외와 외로움의 감정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잠을 자다가 급사한 사례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아무런 고통없이 죽는다. 잠을 자던 중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했기 때문에 소외감을 느낄 새도 없이 죽음을 맞이했다.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사실을 인식할 때만, 모든 사람들은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며 죽는다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인간은 모두 홀로 죽는다.
우리 대부분은 오랫동안 공부하고 살아왔지만, 우리가 하는 많은 말들에 대해 아직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충분히 생가해 보지도 않고 쉽게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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