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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 (셸리 키건, 박

영혼은 영원히 죽지 않는가?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는 독약을 마시고 세상을 뜨는 순간까지 동료들과 영혼불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의 존재를 믿었고, 육체적 죽음 뒤에도 영혼은 살아남을거라 확신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어떤 것은 다른 것보다 더 아름답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물체도 어떤 측면에서는 아름답다. 즉 부분적으로 아름답다. 사회적 질서는 다양한 수준으로 정의롭거나, 부당하다. 인간 역시 다양한 수준으로 정의롭다. 하지만 어떤 사회적 질서도 그리고 어떤 인간도 완벽하게 정의로울수는 없다. 경험적 세상에서 정의는 다양한 수준으로 공유되고 존재한다. 완벽한 정의는 일상생활 속에서는 발견할 수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상상할 수 있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세상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원하기만 한다면, 우리 마음은 얼마든지 다양한 존재들을 떠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런 존재를 위하여 특별한 용어가 필요해진다. 플라톤은 에도스(eidos)라는 단어를 상용했다.  오늘날에는 이 그리스 단어를 ‘마음로 이해할 수 있다’ 는 뜻에서 이데아(idea)로 번역된다. 나는 이데아라는 표현 대신 '형상'이라는 용어을 쓰고자 한다. 정의, 아름다움, 건강, 선함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형상은 일반적이고, 일상적이고 경험적인 세상의 일부가 아니다. 현실에서 발견할 수 없다고 해도 얼마든지 그것을 생각할 수 있다.

 

숫자는 물리적인 실체가 아니라 개념이다. 2라는 숫자는 우리가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질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 실체가 무엇이든지 2라고 하는 숫자는 이성으로만 인식할 수 있으며, 실제 세상에서는 발견할 없는 존재이다. 물리적 실체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커지기도 하고, 추했다가 아름다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름다움 그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숫자3은 개념이기 때문에 절대 변화할 수도 파괴할 수도 없다소크라테스는 보이지 않는 것은 소멸하지 않는다 하였다. 정신이란 육체가 만들어 내는 화음과 같은 것이다. 화음은 보이지 않지만 소멸할 수 있다. 화음을 만들어 내는 악기를 파괴함으로써 우리는 보이지도 않는 화음도 소멸시킬 수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은 소멸하지 않는다는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인가? 눈으로 볼 수 없으며, 오감으로 확인할 수 없으며, 어떤 방법으로도 검출해낼 수 없다는 의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우리는 라디오 전파의 존재를 확신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지금 함께 철학적 논의를 하는 것처럼 육체가 수행하는 다양한 기능을 통해 우리는 영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모든 믿음과 목표, 의지와 욕망은 끊임없이 변한다. 플라톤은 영혼은 세가지 부분으로 이뤄져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세부분이란 이성을 관장하는 합리적부분, 의지와 같은 정신적인 부분 그리고 식욕, 성욕, 소유욕 등과 같은 욕망적 부분을 말한다. 제대로 조율된 악기가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제대로 조율된 육체가 훌륭한 영혼을 만들어 낸다고 말한다. 물리주의의 관점에서 정신에 대한 논의는 곧 육체에 대한 논의다. 육체가 제대로 기능할 때, 조율이 잘되어 있을 때, 우리의 몸이 수행할 수 있는 특정기능에 관한 논의이다. 이런 차원에서 물리주의자들은 정신을 화음과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정신은 육체가 만들어 내는 화음이라고 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이 주인의 권리로 육체체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육체의 의사에 반해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영혼은 육체의 욕망을 언제든지 묵살할 수 있다. 하지만 영혼이 육체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영혼이 육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인간의 육체도 영혼에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