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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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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한다.(2) 1908년 하버드 철학자 조시아 로이스는 ‘충성심의 철학’이라는 책을 펴냈다. 로이스 교수는 나이들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삶의 유한성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느끼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삶이 가치있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더 무엇이 필요할까? 로이스 교수는 스스로 대의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그것을 인간 본연의 욕구로 보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대의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위해 희생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삶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점이다. 로이스는 인간에게는 충성심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주장했다. 충성심이 필연적으로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며, 심지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삶을 견뎌내기 위해 자신을 넘어선..
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한다.(1) 1991년 뉴욕주 빌 토머스라는 젊은 의사가 실험을 했다. 응급실을 찾는 사람은 개별적이고, 치료 가능한 문제를 가지고 온다. 환자가 더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온다면, 토머스는 두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해당문제를 무시 하거나, 그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곳, 예를 들어 요양원 같은 곳으로 보내는 것이다. 돌보는 것과 치료하는 것을 혼동하고 있었다고 그가 말했다. 그는 요양원에 없는 요소가 바로, 생명 그 자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학창시절 그는 책을 열렬히 탐독했고 독학으로 많은 것을 배우는 타입이었다. 그저 선생님이 시키는 과제를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고, 그런 자신의 마음을 망설임없이 선생님에게 이야기했다. 토머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 나는 거절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세일즈맨..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다(3) 우리는 지금도 저물어 가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그가 편안한 일상을 보낼수 있게, 곁에 있는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수 있게, 그리고 그저 수수한 목표를 성취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어시스티드 리빙이라는 개념이 인기를 끌자 개발업자들이 아무데고 이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명칭을 사용하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어시스티드 리빙은 온갖 곳에서 가져다 쓰는 이름이 되었다. 윌슨이 당초의 설립 철학을 지켜내려 해도 그녀처럼 확고 하고 충실하게, 그 개념을 따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어시스티디 리빙은 독립주거공간으로부터 요양원으로 가는 과정에서 잠깐 경유해 가는 곳이 되는 경우가 가장 많아졌다. 2003년 1500개의 어시스티드 리빙시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다.(2) 윌슨이 실행한 프로그램의 핵심은 믿을수 없을 만큼 단순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늙고 쇠약해져서 더 이상 스스로를 돌볼수 없게 되었을 때도, 삶을 가치있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1943년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발표한 영향력 있는 논문 ‘인간동기부여 이론’에는 인간욕구의 위계가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가장 밑바닥에 기본적인 욕구가 자리한다. 여기에는 생리적 생존에 필요한 음식, 물, 공기에 대한 욕구와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법, 질서, 안정감 등에 대한 욕구가 포함된다. 그 다음 단계로 올라가면 애정과 소속감에 대한 욕구가 포함된다. 그 위에는 성장에 대한 욕구, 즉 개인적 목표를 이루고 지식과 기술을 연마하고, 성취에 대한 인정과 부상을 받고자 ..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다(1) 도움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게 불가능할 만큼 노쇠해졌을 때 취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믿지 않지만 그래도 요양원은 필요하다. 요양원의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남아있는 것이 가족이다. 그러나 수명이 늘어남과 동시에 맞벌이 수입에 기댄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는게 문제다. 그 결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고통과 불행을 경험하게 되었다. 루 할아버지는 여든여덟살이 되던 해에 아주 어려운 결정을 해야만 했다. 루 할아버지는 일흔여섯살에 혼자가 되었다. 그동안 할아버지는 건강이 악화되어가는 아내를 돌보면서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법을 익혔다. 아내의 죽음이 슬프기는 했지만, 점점 혼자 사는 일에 익해 익숙해졌고 만족스럽게 살았다.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신문을 읽은 다음 산책을 하고, 슈퍼마켓에서 그날 필요한 ..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렸다(2) 내일 죽는다고 해도 내가 할수 있는 것을 모두 해보고, 원하는 것을 다 누린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사라져버린 시대에 큰 의미를 남긴다. 할머니의 아파트에 독립 주거공간 이라는 이름이 붙어있긴 했지만, 이전까지 한번도 당해보지 않은 규칙과 간섭을 피할 수는 없었다. 도우미들이 할머니의 식단을 살폈고, 간호사들이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할머니가 균형을 잘잡지 못하는 것을 보고 보행 보조기를 사용하게 했다. 이 모든 것이 가족들에게는 안심되는 일이지만, 할머니 자신은 아이처럼 사사건건 간섭당하는 것이 싫었다. 앨리스 할머니는 자신이야말로 이억만리 낯선 땅으로 건너가 다시는 그것을 떠날수 없는 운명에 처한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할머니는 누군가가 자신을 돌보는 것을 원치 않..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렸다(1) 아주 나이 많은 사람들의 경우,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고 말한다. 죽음에 이르기전에 일어나는 일들, 다시 말해 청력, 기억력 친구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생활방식을 잃는다는 것이 두렵다는 것이다. 실버스톤 박사의 표현대로 나이가 든다는 것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잃는 것이다. 운이 좋고 꼼꼼하게 자기관리-건강한 식습관, 운동, 혈압조절, 필요할때 의학의 도움을 적절히 받을 것-를 한 사람은 오랫동안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점점 많은 것을 잃어가다 보면, 일상적인 삶을 유지 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충족하기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버거운 상태에 이르게 된다.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 하는 경우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우리 대부분은 삶의 상당기간을 독립적으로 사..
모든 것은 결국 허물어지게 마련이다(3) 노인병 클리닉에 여든다섯 살의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독신자 단지에서 요크셔테리어와 함께 살고 있었다. 남편은 23년전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근처에 사는 아들이 일주일에 한번 장을 봐다주고 날마다 들여다보곤 한다. ‘그저 내가 아직 살아있는지 보려는거지요’ 할머니가 농담을 던진다. 그는 혼자서도 상당히 잘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요리와 청소도 스스로 하고, 약복용과 공과금 관리도 혼자서 해내고 있었다. 할머니는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옷을 입는다. 약을 먹고, 개밥을 주고, 아침식사를 한다. 아침은 시리얼과 바나나를 먹고, 다음에 마당에서 개를 산책시킨다. 그 다음 빨래나 청소와 같은 집안 일을 한다. 늦은 아침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서 쉰다. 점심 메뉴는 샌드위치에 오렌지 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