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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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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결국 허물어지게 마련이다(2) 손에는 29개의 관절이 있는데 모두 관절염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관절사이의 공간이 없어져 뼈와 뼈가 닿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손에는 정식으로 명칭이 붙은 신경가지만 해도 48개나 있다. 손끝에 있는 피부 기계수용기(물리적 자극을 감각 신호로 바꾸는 기관)의 능력이 저하되면, 촉감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진다. 운동신경이 상실되면서 손놀림도 둔해진다. 이 모든 것이 정상이다. 물론 건강한 식생활과 신체활동 등으로 그 과정을 좀 늦출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멈추는 것은 불가능 하다. 폐의 기능이 줄고, 장운동이 느려지며, 분비선 기능이 멈춘다. 심지어 뇌마저 줄어든다. 70세가 되면 뇌가 줄어들어 두개골안에 2.5센티미터 정도 되는 공간이 생긴다. 나이든 사람은 머리에 충격을 받으면 뇌출혈을 일으킬..
모든 것은 결국 허물어지게 마련이다(1) 사람들은 보통 건강에 별 문제를 느끼지 않으며, 일상적 삶을 영위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병에 걸리면 갑자기 딛고 있는 땅이 꺼지듯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다. 세월이 흐르고 의학이 발달하면서 발밑의 땅이 꺼지는 시기는 점점 더 늦춰졌다. 위생 개념을 비롯한 공종보건 의식의 출현으로 전염병에 의한 사망자수, 특히 어린이 사망자 수가 급격히 줄었다. 또한 임상지식이 늘면서 출산이나 외상성 손상에 따른 사망률이 줄었다. 불치암에 걸린 사람들도 진단을 받은후 오랫동안 놀라울 정도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는게 가능해졌다. 이들은 치료를 받고 증상을 완화 시키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한다. 한동안 병에 걸렸다는 느낌 없이 지내기도 한다. 그러나 몸 속의 암은 비록 느리더라도 계속해서 퍼져 나간다. 그러다가 결국 언젠가..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나는 심각한 질병이나 노령에 따른 어려움을 보지 못하고 자랐다. 현대사회에서 늙어가며 겪는 일은 완전히 내 세상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인도 출신이라 그런지 나이든 식구와 함께 살며 돌봐주고, 말 동무가 되어 주는 것이 가족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미국인들의 노약자 돌보는 방식은 혼자 살게 내버려 두거나, 개인의 특성을 전혀 고려치 않은 획일적인 시설에 맡김으로써 그들이 정상적인 의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을 자기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간호사나 의사들과 함께 보내도록 한다. 미국에서라면 우리 할아버지의 경우도 요양원에 보냈을 것이 확실하다. 미국의 의료전문가들은 개인의 신체 기능에 등급을 매기는 형식적인 분류체계를 갖고 있다. 이 체계에 따르면 8가지 일상생활을 해내지 못할 경우 기본적인..
죽음을 눈앞에 두고 의과대학 전공교재는 '나이들어 쇠약해지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는 병'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않는다. 그 과정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이하는지 그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다루었다. 톨스토이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나이 마흔 다섯살인 이반일리치는 상페테르부르크의 치안판사로 항상 사회적 지위에 대한 자잘한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그는 어느날 사다리에서 떨어져 옆구리 통증을 느낀다. 통증은 갈수록 심해져 일을 할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전에는 지적이고, 세련되고, 활기차고, 상냥한 사람이었던 일리치가 우울해지고, 쇠약해지자 친구와 동료들은 그를 피한다. 의사들이 내린 처방은 하나같이 소용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