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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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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인과 안철수 누구나 취향에 따라 어떤 정당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권리가 있다. 내가 보수 정당을 싫어하는 이유는 보수주의가 인간의 여러 본성 가운데 진화적으로 익숙하고,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을 대변하고 부추기기 때문이다. 물질에 대한 탐욕, 이기심, 독점욕, 증오, 복수심, 두려움, 강자의 오만, 약자의 굴종 같은 것이 진화적으로 익숙하고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보수정당의 존재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진보정당은 인간본성 가운데 진화적으로 새롭고, 생물학적으로 덜 자연스러운 것을 대변하고 부추기는 정당이다. 자유, 정의, 나눔, 봉사, 평등, 평화, 생태보호를 추구하는 것은 진화적으로 새롭고 생물학적으로 덜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안철수는 문재인 후보와 단일 경쟁을 하다가 후보를 양보하고 사..
옳은 일을 필요할 때 친절하게 천부적 재능이란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타고난 음악 신동은 시키지 않아도 몇시간씩 앉아서 피아노를 친다. 재능이 있으면 재미를 느끼고 재미를 느끼기 때문에 더 집중한다.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 재미를 느끼고 집중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취향과 재능이 반드시 함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인생은 종종 비극이 된다. 생각이 자라고 사회를 배우면서 아이들은 알게 된다. 어떤 것은 자신의 능력과 재능으로는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을, 다른 것은 생각했던 것만큼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또 다른 것은 자신과 맞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스무살쯤 되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괜찮갰다..
즐거운 일을 잘하는 것 사회생활을 하고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려면 꾸준히 일을 해야 한다. 아무 직업도 없이 놀기만 하면 자부심을 가지기 어렵다. 일할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일을 해야 한다. 사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모든 직업은 저마다 가치가 있다. 사람들은 사실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귀천을 구분하는 기준이 분명치 않다. 돈을 많이 번다고 고귀한 건 아니다. 인기 있는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옳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최고로 통한다. 하지만 돈을 무엇이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돈이 아주 없으면 행복해지기 어렵다. 생명활동의 기본은 먹이 활동이다. 인간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분업사회에서는 자기손으로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쓸모 있는 사람 되기 호킹박사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았다. 뇌파를 활용해 생각을 읽어내는 장치를 개발하는 미국 의료기 회사의 임상실험에도 참가했다. 우주의 기원과 역사를 이해하고 우주의 미래를 탐색하려는 지적 호기심, 깨달음의 즐거움, 자기가 알게된 것을 사람들과 나누는 기쁨, 이런 것들이 그의 삶을 밀고나간 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사람은 존엄을 지키기 위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그것이 인간이다. 존엄이란 무엇인가? 이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디그니타스dignitas'이다. 존엄은 일상 언어생활에서는 '존경과 고귀함'을 의미한다. 칸트에 따르면 존엄한 것은 가치를 따질 수 없다. 존엄성의 필수 조건은 자유의지다. 살든 죽든 인간의 존엄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선택의 기초가 바로 당..
존엄한 죽음 주변사람에게 물어보니 제일 좋은 삶은, 건강하게 살만큼 산 다음에 어느 날 잠을 자다가 그대로 깨어나지 않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오래 중병을 앓다가 죽으면 자식들 한테 짐이 될까 걱정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몸보다 정신이 먼저 생물학적으로 사망하기 전에 철학적으로 죽는 것이 두렵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쓰면 흠뻑 젖는 일은 피할 수 있는 것처럼 뇌의 노화를 늦추는데 도움이 되는 활동을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치매를 막을 수 있다. 특히 정신을 집중해서 쓰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면 큰 도움이 된다. 나이를 먹는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청년기에 들끓던 욕망과 충동, 번민이 다소 잦아드는게 무엇보다 좋다. 예전보다 평온만 마음으로 아침을 맞을 수 있다. 여유있게 사람을 대할 수 있다. 나쁜건 여기 저..
나는 무엇인가? 사는게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앞날이 막막해 보이고, 어디에서 시작 되었는 모를 불안감이 피어오르고 닥친 일이 감당하기 어렵고, 하소연하거나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을 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나는 운동movement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정치운동까지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때가 없었다. 하고 싶다는 욕망보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이끌려 사는 인생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나들이를 가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까지 하고 싶다기보다는 해야 한다는 셍각이 더 컸다. 정당하지만 최선을 다해도 당장 들어줄 능력이 없는 요구와는 싸울 수가 없다. 정당한 요구인데도 다 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고 괴로웠다. 정치를 하면서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과 마주쳤던 사람이 나만..
타인의 죽음과 나의 죽음 죽음은 근본적으로 다른 두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타인의 죽음이다.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의 죽음이다. 사람들은 이 둘에 대해 크게 다른 태도를 보인다. 타인의 죽음은 객관적 이성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자기 자신의 죽음에는 주관적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사람들은 타인의 죽음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자기자신의 죽음은 그렇게 대하지 못한다. 어떤 지위를 누렸던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상관없이 나는 그저 죽을 뿐이다. 그가 누구든 타인의 죽음은 내가 사는 세상의 한 조각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죽음은 나의 삶과 내 자신, 내가 인식하고 상호작용하는 세상, 그 자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욕망과 감정, 기억과 소망의 덩어리다. 프로이드는 이것을 에..
나도 죽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내 인생 혹한기는 스물두살 군대에 있으면서 맞았던 1980년 겨울이 아니었나 싶다. 학생과 조직폭력배를 너무 많이 잡아들인 탓에 구치소 수용 공간이 모자라게 되자 전두환 일당은 병역미필 남자들을 감옥 대신 군대에 보내게로 한 것이다. 1981년 새해 첫날을 나는 서울 서빙고동에 있던 국군보안사 대공분실에서 맞았다. 낮에 철책선 초소에서 대공근무를 서다가 영문도 모른채 그곳으로 끌려갔다. 발도 동상으로 엉망이었고 몸은 옴이 잔뜩 올라 있었다. 국군 통합병원 의사가 말했다. ‘가벼운 신체접촉만 해도 재수가 없으면 옴이 옮겨 붙을 수 있다고 직원들에게 경고해 주었어요’ 그후 반경 1미터안에 접근하는 사람이 없었다. 신군부가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신문방송으로 하여금 인간 전두환과 헌법 개정안을 찬양하게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