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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40억년의 비밀( 리처드 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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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으로(2) 역사적 사건들이 생명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생각해 보면 흥미롭다. 칼레도니아 산맥과 애팔래치아산맥을 밀어올린 지구의 경련이 없었다면, 신종이 형성될 수 있는 온산인 수많은 호수와 하천도 생기지 못했을 것이다. 종種은 격리를 통해서 생기며, 데본기 산맥들에서는 이런 독특한 역사적 상황에 힘입어 다양한 동물들이 나름대로 진화할 수 있는 작은 고립된 영역들이 생겨났다. 언어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인구가 수백만에 불과한 노르웨이는 미국 전체보다 훨씬 많은 사투리가 있다. 이 사투리는 대서양 연안에 놓인 넘을 수 없는 칼레도니아 산맥을 따라 형성되었다. 이곳 해안은 빙하에 침식 되면서 곳곳이 깊이 파인 피오르가 되었다. 피오르 해안에서는 인접한 마을끼리도 바다를 통하지 않으며 왕래하기 ..
뭍으로(1) 지구가 푸르게 변한 것보다 더 중요한 사건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 뒤로 진화의 주요무대가 된 육지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의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육상동물들은 녹색식물곁에서 자랐으며, 우리는 지금도 식물에 얽매여 있다. 초록빛은 지금도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며, 사람들은 복잡한 도시에 살고 있어도 공원과 정원으로 가고픈 충동을 느끼다. 캄브리아기에 세계의 3분의 1은 생명이 없는 곳이었다. 매마른 토양을 뭉칠만한 것도, 심한 날씨의 변화를 완화시킬 만한 것도 전혀 없었을 것이므로 폭풍우가 오기만 하면 즉시 홍수가 일어나서 비탈을 따라 크고 작은 돌들이 굴러서 강바닥을 채웠을 것이다. 자연이 자신의 분노를 마음껏 쏟아내던 침식의 시대였다. 지각의 변동으로 산맥이 높이 솟아오르자마자 서리가 암석을 쩍..
풍요로운 바다(2) 세계의 모습이 계속 변하면서 그것들은 지각판들의 변덕에 휘말려 현재의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대양의 섬들은 지질학적으로 훨씬 더 나중에 생겼다. 그 섬들은 지금도 연기를 피우고 부글거리며, 이따금 폭발하기도 하는 화산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용 정밀시계로 가장 좋은 것은 삼엽충도 코노돈트도 아니다. 그것은 필석이다. 필석은 언뜻보면 셰일판 표면에 휘갈긴 낙서로 착각할 수 있다. 그냥 선들을 죽죽 그은듯한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필석은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의 요둉치는 해안에서 밀려나 쌓인 거의 모든 퇴적암들에서 발견된다. 필석류는 고생대의 바다를 수동적으로 떠다니는 플랑크톤 종류였다. 그들은 산소가 있는 수면에서 살았고, 죽어서 바다밑으로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렇게..
풍요로운 바다(1) 생태체계 전체를 작동시키는 것은 에너지이다. 그 에너지는 태양에서 나오며 광합성을 통해서 고정된다. 그 외의 모든 것은 그 에너지에 의존한다. 선캄브리아대의 상당기간까지 생명의 이야기는 광합성에서 끝이 났다. 하지만 캄브리아기초에 큰변화들이 일어난 뒤로 동물들은 새로운 역할들을 맡았고, 그들이 상호관계를 빚어낼 새로운 가능성들이 열렸다. 캄브리아기에는 조류 플랑크톤이 풍부했고, 많은 동물들이 지금이 후손처럼 그 풍성한 수프를 탐식하는 동물성 플랑크톤 유생단계를 거쳤을 것이 확실하다. 바닥에 사는 동물들은 곧 식물을 뜯어먹을 수 있게 되었다. 동물성 먹이는 식물성 먹이보다 무게당 영양가가 높으며, 따라서 동물을 먹는 동물들은 더 크게 자랄 수 있다. 몸집이 크다는 것은 여분의 먹이를 몸구석에 지방 형태로 ..
내 동물들과 다른 식구들 부드러운 몸을 지닌 동물들이 남긴 흔적들과 자국들보다 더 위의 지층들에는 작은 관 모양의 화석이 들어 있다. 관들중에는 인산칼슘으로 된 것들이 많다. 해면동물의 골격을 이루는 골편인 듯하다. 관, 껍데기, 골편들은 모두 단단하다. 즉 이 시기의 동물들은 골격 물질을 분비하는 법을 이미 습득한 상태다. 그것은 우리가 캄브리아기로 넘어왔다는 뜻이다. 캄브리아기 껍데기 화석들이 처음 나타나는 시기이다. 수백만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전세계에서 껍데기의 발달이라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이때부터 5억4천만 년동안 아주 많은 화석들이 나타난다. 껍데기는 단단한 광물질이라서 보존이 잘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관 모양의 화석들이 처음 나타난 뒤 곧바로 캄브리아기초에 엄청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관모양의 화석들은 클로..
세포, 조직, 몸 동물과 식물은 언뜻 보면 확연히 다른 것 같지만, 언제나 그렇게 여겨졌던 것은 아니다. 고대세균인 고세균영역, 남조류를 포함한 일반세균, 진핵생물 영역이 그렇다. 진핵생물은 유전의 기본기구를 담은 핵을 지닌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고, 대개 더 고등하고 복잡한 형태를 지닌 생물이다. 동물, 식물, 균류는 모두 진핵생물에 속한다. 곰팡이는 동물에 더 가깝다. 그러나 곰팡이는 동물과 같이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니지는 못한다. 그 대신 곰팡이는 남이 애써 만든 것들을 즉 나무와 풀의 잔해들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운다. 마굴리스의 세포소기관 포획이론에서는 점점 더 복잡한 세포들이 형성되는 것이 가능하다. 한때 원핵생물로 독립생활을 했던 단세포들 중 점점 더 많은 수가 숙주 세포속으로 들어갔다. 미토콘드리아도 그런 과정을..
생명의 발전 최초 대륙은 열수분출구에서 나온 물로 채워진 바다들 사이에 생긴 작은 육지였을 것이다. 열수분출구에는 호열성세균들이 번성했을 것이다. 원시바다 위로는 화산섬들이 솟아나서 황을 함유한 연기와 증기를 품어내고, 지구속에 있던 많은 기체들을 방출했다. 그 가장자리에서 부글거리는 온천들은 살아있는 스튜였다. 그곳에서 단순한 생명체들이 단순한 원자들을 이용하여 단순하게 증식했다. 더 차가운 웅덩이, 즉 생명을 주는 빛이 투과하는 맑은 물속이나 해변의 모래알 사이의 틈새에서 시안세균은 나름대로 중요하지만 반복되는 삶을 살았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높았을 때는 무더운 온실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두꺼운 대기가 유입된 태양복사선이 다시 빠져 나가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기온이 높아졌다. 분기공에서 쉿쉿거리는 소리와 끝없..
생명의 탄생 생명을 만드는데 필요한 단순한 유기화합물들은 초기 지구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었을 것이다. 그 과정을 추진하는 데에는 에너지만 있으면 되었다. 어느 생물이든 번식하려면 에너지를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화학적 가마솥은 수십억년 동안 창조적으로 부글거리고 지글거렸으며, 한번 돌파구가 마련되자 즉 수억가지의 화학반응들로 이루어진 복권 추첨에서 무엇인가 뽑히자, 그것을 스스로 유지해 나갔을 것이다. 그리하여 먹이가 출현했을 것이고, 거기에서 생명이 탄생했을 것이다. 식물과 동물이 서로 다른 근원에서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버섯의 먼 사촌도, 촌충의 조카도 아닐지 모른다. 불쾌한 기생생물 및 질병 매개체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가설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하등한 무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