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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40억년의 비밀( 리처드 포티,

풍요로운 바다(1)

생태체계 전체를 작동시키는 것은 에너지이다. 그 에너지는 태양에서 나오며 광합성을 통해서 고정된다. 그 외의 모든 것은 그 에너지에 의존한다. 선캄브리아대의 상당기간까지 생명의 이야기는 광합성에서 끝이 났다. 하지만 캄브리아기초에 큰변화들이 일어난 뒤로 동물들은 새로운 역할들을 맡았고, 그들이 상호관계를 빚어낼 새로운 가능성들이 열렸다. 캄브리아기에는 조류 플랑크톤이 풍부했고, 많은 동물들이 지금이 후손처럼 그 풍성한 수프를 탐식하는 동물성 플랑크톤 유생단계를 거쳤을 것이 확실하다. 바닥에 사는 동물들은 곧 식물을 뜯어먹을 수 있게 되었다. 동물성 먹이는 식물성 먹이보다 무게당 영양가가 높으며, 따라서 동물을 먹는 동물들은 더 크게 자랄 있다. 몸집이 크다는 것은 여분의 먹이를 몸구석에 지방 형태로 저장한다는 의미다. 그럼으로써 힘든 시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 생물이 여과 섭식자이든 갉아먹는 자이든, 사냥꾼이든, 사냥 당하는 자이든 간에 다양한 섭식 습성들은 예기치 않은 생존전략을 낳았다. 상호작용 하는 방법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생태계의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단계가 하나 더 늘어나면 상호작용 가능성은 그냥 두배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연쇄반응처럼 엄청나게 확대된다. 그것은 갑부 자본가의 재산과 비슷하다. 거래가 이루어질 때 마다 한푼 한푼에 일일이 신경을 쓸 수 없을 만큼 많은 가능성이 열린다. 반면에 빈민은 한푼 한푼이 어디에 쓰이는지 잘 안다. 남들이 점점 부자가 되면, 기생하는 존재들도 생겨난다. 이 거대한 빼먹기 사슬의 맨 밑에 놓인 것은 아마 바이러스일 것이다. 바이러스는 세포보다 작기 때문이다. 비이러스는 비록 단순하기는 해도 세포 이전단계의 존재가 아니라, 단순해 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존재일 것이다. 기생생물이 감염능력을 획득한 뒤에 캄브리아기의 진화적 폭발이 일어났다면, 감염도 그 뒤로 계속 되었을 것이다.

 

공룡이나 삼엽충과 달리 바다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바다를 나누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빛이 닿는 상부와 빛이 닿지 못하는 하부, 영원한 어둠의 세계로 구분되는 것이다. 하부에서도 갑각류의 옆구리에 달린 특수한 기관에서 미생물들이 만드는 빛이 잠시 반짝일때가 있기는 하다. 광합성은 빛이 있어야 이루어질수 있으므로 일차 생산은 조류가 사는 바다 상부에서만 이루어진다. 대양은 플랑크톤의 세계다.  플랑크톤은 대부분 작으며, 광합성 조류를 비롯하여 선캄브리아대부터 존재했던 단세포 생존자들도 있다.  햇빛이 비치는 앞바다는 해양서식자들 중에서 가장 풍요로운 곳이다. 그곳에는 온갖 조류들이 무성하게 자란다. 캘리포니아 콘월의 앞바다 처럼 생산적인 곳에서는 갈조류들이 논이나 대나무 밭을 능가할 정도로 무성하게 자란다. 동물들은 이 무성한 산물들을 온갖 방법으로 먹고, 그 사이에 자신의 활동 거점을 마련한다. 

 

점토는 암석이 침식되어 생긴 것이다. 따라서 개펄은 재순환된 물질이다. 개펄은 다음 지질학적 주기에 다시 암석이 되었다가 그 다음에 다시 침식될 것이다. 대륙붕을 지나 점점 더 깊은 곳으로 가,면 광합성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빛이 약해지는 곳이 나온다. 광합성이 이루어지는 수면쪽에 사는 동식물들로부터 비처럼 떨어지는 물질들이 아래쪽 생물들의 먹이가 된다. 어두컴컴 하고 수압이 대단히 높기는 하지만, 심해는 결코 사막이 아니다. 그런 조건에 잘 적응하여 살아가는 생물이 많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마주치게 되는 먹이를 무턱 대고 삼킬 준비가 되어 있는 온통 입만 보이는 무시무시한 물고기, 발광 새우류와 오징어류, 그리고 상상도 못한 많은 종들이 우리가 발견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각판이 이동함에 따라 혜령들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해저가 생기고 오랜된 역사는 섭입으로 사라진다. 그 결과 1억2천만년보다 더 오래된 역사는 지워지고 없다. 캄브리아기 때부터 기나긴 지질시대 내내 열대의 맑은 바다에는 언제나 암초들이 자라고 있었다. 암초를 만드는 동물들은 시대마다 달랐지만, 형성된 암초들은 똑같은 기하학적 특징을 지닌다. 즉 그들은 똑같은 서식지를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든다. 오르도비스기가 되자 산호동물암초 조성작업에 뛰어들었다.

 

산호동물은 해파리의 친적으로서 군체를 형성하여 석회질 뼈대를 만든다. 그 뼈대에 연한 폴립들이 붙어서 햇빛을 향해 자란다. 암초에 서식하는 군체성 태형동물은 홀로 있을 때 허약하지만, 모여 있으면 물살을 가로막는 차폐장벽 역할을 한다. 맹렬하게 밀려오던 파도가 암초에 부서질 때 유기물 입자들을 걸러서 양분을 먹는 동물들에게는 그런 환경이 딱 맞다. 캄브리아기 말에서 트라이아스기에 이르는 시대의 해령 석회암을 아세트산에 넣으면, 녹지 않고 남는 것을 걸러내면 길이가 몇 밀리밖에 되지 않는 윤이 나는 작은 이빨조각이 남는다. 이것이 코노돈트이다. 대륙들의 지형도 계속 변했다. 한때 대륙이동설이라 불렀고 지금은 판구조론이라 불리는 개념은 우리의 귀에 거의 익숙해졌다. 지금은 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의 독특한 해안선들이 합쳐진 모습을 쉽게 떠올린다. 오스트레일리아를 드넓은 태평양을 가로질러 원래 있던 아프리카 옆으로 끌어다 놓을 수도 있다. 대서양을 닫아서 유럽과 아메리카를넓은 하나의 대륙으로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

 

약 2억2천만년 전인 트라이아스기에 하나의 초대륙 즉 판게아가 있었다. 그뒤 대양들이 커지면서 대륙들이 쪼개졌다. 대륙판들은 대류에 얹힌채 떠다닌다. 지진은 지각판이 상대의 밑으로 파고들거나, 서로 어깨를 비벼될때 지각이 몸서리 치는 현상이다. 화산은 지각판이 죽는 대륙의 가장 자리나 지각판이 탄생하는 대양의 한가운데에서 녹은 지각이 내뱉는 맹렬한 불꽃이다. 지구는 인간의 시간 관념을 무시한채 그리고 이따금 인간의 삶에 격변을 일으키면서 쉴세없이 이동한다. 판구조론은 과거의 지도를 그려냈고, 생명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대륙들의 지리가 변하면서 달라지는 지도의 모양에 대처해야 했다. 아시아 중앙에 꾸불꾸불 뻗어 있는 우랄산맥은 오래된 상처를 엉성하게 꿰맨 것처럼 보인다. 사실 그렇다. 한때 대양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었던 아시아의 반쪽들이 결합하여 판게아의 핵을 이룬 봉합부위이기 때문이다. 중국 동부 산시성을 관통하는 친링산맥은 현재 이런 사라진 바다중 하나의 해안선을 따라 놓인 것이라 여겨진다. 지난 20년동안 나는 사라진 세계의 그림자들을 끼워 맞추어서 오르도비스기의 세계지리를 상상하고자 무진 애를 썼다. 그것은 부스러기들과 꿈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조각그림 퍼즐을 완성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의 안내자는 화석이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뜨거운 기후는 독특한 퇴적물을 형성하며, 그 퇴적물은 시간이 흐르면 독특한 암석으로 변한다. 바로 대량의 석회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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