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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40억년의 비밀( 리처드 포티,

풍요로운 바다(2)

세계의 모습이 계속 변하면서 그것들은 지각판들의 변덕에 휘말려 현재의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대양의 섬들은 지질학적으로 훨씬 더 나중에 생겼다. 그 섬들은 지금도 연기를 피우고 부글거리며, 이따금 폭발하기도 하는 화산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용 정밀시계로 가장 좋은 것은 삼엽충도 코노돈트도 아니다. 그것은 필석이다. 필석은 언뜻보면 셰일판 표면에 휘갈긴 낙서로 착각할 수 있다. 그냥 선들을 죽죽 그은듯한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필석은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의 요둉치는 해안에서 밀려나 쌓인 거의 모든 퇴적암들에서 발견된다. 필석류는 고생대의 바다를 수동적으로 떠다니는 플랑크톤 종류였다그들은 산소가 있는 수면에서 살았고, 죽어서 바다밑으로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렇게 해서 생명이 없는 심해의 검은 뻘이 그들이 무덤이 되었다. 톱날을 따라 늘어선 관들에 살던 동물들은 선캄브리아대부터 10억년 넘게 살아온 단순한 단세포 조류를 비롯하여 훨씬 더 작은 플랑크톤을 먹었을 것이 분명하다.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에 바다 밑에 수평으로 층층이 놓여 있었던 그 지층들은 현재는 수직으로 서 있거나 구부러져 있고, 심지어 통째로 뒤집혀져 있기도 하다.

 

반색동물은 생물계통수에서 등뼈를 가진 동물보다 더 아래쪽에 놓인 원시적인 동물이다. 현재 살아있는 극소수의 반색동물들은 찬란한 전성기가 지난 뒤 몰락하고 남은 후예들이다.  먼 옛날 그들의 친척인 필석류는 전세계의 바다에서 플랑크톤을 먹는 주된 섭식자 역알 했고, 죽어서 어두컴컴한 바디밑에 수많은 잔해를 남기에 되었다. 그래서 그들의 화석은 기록상에서 아주 천연시계들 중 하나가 되었다. 그 시계는 전세계에서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 사건들의 연대를 보정하는 역할을 했다. 바다는 언제부터 지금 처럼 되었을까? 산호초와 조개들이 우글거리는 플랑크톤이, 바다의 자원들이 현재 우리의 친숙한 형태의 생태계로 나누기 시작한 때는 언제일까? 바다가 다양한 생태계로 나누어지면서 자연적인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4억9천만년전에서 4억3천만년 사이인 오르도비스기였다. 오르도비세스족은 로마군의 영국정복 때 웨일스산지에서 살던 부족이었다. 랩워스는 머치슨이 실루레스족의 이름을 따서 실루리아기 이름을 인 것처럼 오르도비세스족 이름을 빌려 오르도비스계라는 명칭을 붙였다. 오르도비스기의 암석은 이 고지대의 상당부분을 이루고 있다. 오르도비스기 암석들이 진정한 규모의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완족류, 삼엽충, 코노돈트 동물들이 우글거리고, 그 위에 필석류가 한가로이 떠다니며, 계속 플랑크톤을 낚는 바다위로 격렬하게 분출했던 용암과 속돌로 보강되어 있다. 1879년 찰스 랩워스는 웨일스의 오랜된 암석은 캄브리아기로, 더 젊은 암석은 실루리아기로, 둘사이의 중간지대를 떼어내어 오르도비스기라고 이름 붙였다.

 

캄브리아기에도 포식자들이 있었지만 오르도비스기에는 모든 서식지에 포식자들이 우글거렸던 것처럼 보인다. 갑각류들은 몸집이 더 커지고, 더 두꺼운 껍데기를 갖추게 되었다. 그러면서 현재 강어귀에 굴껍데기들이 암초처럼 쌓이듯이 그들의 잔해들이 바다 밑에 쌓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동물들이 이때 처음으로 출현했고, 그들 중 일부는 지금도 살고 있다. 성게가 처음으로 등장했고, 현재 지중해의 하얀 석회암에 달라붙어 있는 그들의 사촌들도 출현했다. 오르도비스기의 바다를 우리가 뛰어들어 보았다면, 현재의 바다와 그리 다르지 않은 광경을 보았을 것이다. 오르도비스기가 끝날 무럽의 지층을 찾아보면, 밑의 지층들과 전혀 다른 이상한 지층이 나온다. 언뜻 보면 바위덩어리들을 그냥 마구 쌓아 놓은 듯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큰 바위들 사이에 작은 돌들이 흩어져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미세한 점토에 돌들이 군데군데 둥둥 떠 있는듯 한 형상이다. 이 암석은 빙하기의 유산이다우리 조상들이 북유럽에서 툰드라를 배회하던 털북숭이 매머드와 씨름을 하던 빙하기보다 더 오래된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4억3천만년 의 빙하기를 말한다. 이 빙하기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오르도비스기가 끝날 무렵 기후가 심하게 악화 되었다는 증거는 전 세계에 남아 있다. 기후는 점점 더 추워졌다.

 

빙원이 자라면서 전세계의 해수면이 급격히 낮아졌으니까. 기후 변화로 많은 동물들이 멸종했다. 사실 그때까지 살던 종의 절반이 사라졌다. 마지막 빙하기인 플라이스토세 빙하기에 일어난 멸종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이 냉각현상은 전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바다는 유독한 곳으로 변했다.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양의 영양염류가 순식간에 바다로 흘러들어 조류 “대발생”이 일어나 바닷물의 산소가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오르도비스기말은 생명의 역사에 마침표를 하나 찍은 시기이며, 맨 처음으로 이루어진 해양

생물들의 엄청난 다양화와 조직화가 자연적으로 종식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동식믈은 살아남아 결국 현대 세계를 형성했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빙하기는 그때가 처음이 아니며 앞으로도 일어날지 모른다. 앞서 선캄브리아대말에도 더 규모가 큰 빙하기가 있었다는 증거들이 많다는 말을 한다. 지구는 2억년마다 냉각되는듯 하다. 그것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위기다. 대륙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열대와 극지방을 서서히 빙빙 돌며 오가는 요동치는 행성에서는 기후가 더웠다가 차가웠다가 주기적으로 요동한다.

 

빙하기라는 큰 위기를 사이사이에 작은 규모의 주기적 기후변화도 무수히 일어난다. 따라서 생명이 오랫동안 편안히 지낼 기회는 없다. 세계가 그토록 자주 변하는데 생명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어떻게 버틸수 있겠는가? 그러나 오르도비스기말의 큰 위기는 대사건들이 재편한다는 것을, 그런 사건이 벌어진 뒤 세계는 결코 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빙하기는 모든 생물에게 일종의 제비뽑기를 강요한다. 당신의 적응양상이 유용하다는 것이 드러나면 살아남고, 그렇지 않다면 죽는다.

 

부석(속돌): 화산이 폭발할 때 나오는 분출물 중에서 다공질의 지름이 4mm 이상의 암괴를 말한다. 속돌, 경석이라고도 하며 비중이 작아 물에 뜬다. 마그마가 대기 중에 방출 될 때 휘발성 성분이 빠져나가면서 기공이 생긴 것이라 생각한다.

반색동물: 체강(體腔)동물의 한 문(門). 이에 속하는 벌레는 매우 종류가 많은데, 좌우 상칭(相稱)으로 주둥이, 목, 몸뚱이의 셋으로 나누어지며 자웅이체(雌雄異體)임. 자랄 때에 변태(變態)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음. 장새류와 익새류 등이 이에 속함. 원색(原索)동물의 한 강(綱)으로 분류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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