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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40억년의 비밀( 리처드 포티,

생명의 발전

최초 대륙은 열수분출구에서 나온 물로 채워진 바다들 사이에 생긴 작은 육지였을 것이다. 열수분출구에는 호열성세균들이 번성했을 것이다. 원시바다 위로는 화산섬들이 솟아나서 황을 함유한 연기와 증기를 품어내고, 지구속에 있던 많은 기체들을 방출했다. 그 가장자리에서 부글거리는 온천들은 살아있는 스튜였다. 그곳에서 단순한 생명체들이 단순한 원자들을 이용하여 단순하게 증식했다. 더 차가운 웅덩이, 즉 생명을 주는 빛이 투과하는 맑은 물속이나 해변의 모래알 사이의 틈새에서 시안세균은 나름대로 중요하지만 반복되는 삶을 살았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높았을 때는 무더운 온실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두꺼운 대기가 유입된 태양복사선이 다시 빠져 나가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기온이 높아졌다. 분기공에서 쉿쉿거리는 소리와 끝없이 벌거벗은 황량한 해안에 서서히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만 들리는 침묵의 세계를 상상해보라. 최초로 명확하게 모습을 드러낸 생물학적 구조물은 미생물의 집합인 볼품없고 약간 끈적거리거나 진득한 거죽이었다. 그것은 침전물을 얇은 붕대처럼 덮고 있었다. 이 얇은 깔개가 바로 우리의 궁극적인 요람이었다. 그 깔개의 얇은 바깥층에서는 광합성을 하는 실과 공이 서로 얽히고 설켜서 거죽을 만들고 있다.

 

산소를 내품는 곳도 이부분이다. 그 표면밑으로 가면 산소가 거의 없고,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번성하는 원시적이거나 분화한 세균들, 혐기성 세균들이 위쪽의 시안세균이 남긴 것들을 먹으면서 살고 있다. 축 소판 먹이사슬인 셈이다. 깔개에 미세한 흙과 먼지 알갱이들이 섞이면서 생물과 흙이 결합된 복합적인 땅이 된다. 그것들은 층층이 자라며 한 층의 두께는 1-2밀리미터이다. 그 중에는 우리 할머니가 다리 올려놓고 하시던 가죽 방석처럼 불룩하게 솟아오른 것도 있다. 그 방석을 세로로 잘라보면 미세한 독특한 띠무늬가 나타난다. 그렇게 솟아오른 것을 스트로마톨라이트 라고 한다. 그들은 30억년 넘게 지구에 존재해 왔다. 고생물학자들은 암석을 얇게 자른 단면에서 그 화석들을 찾아냈다.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 연구에 가장 적합한 암석은 처트다. 처트는 무형의 미세한 이산화규소 알갱이들로 이루어진 단단한 암석이다. 이산화규소는 깔개에 스며들어 선캄브리아대 생물들의 세포와 실같은 구조물을 에워쌈으로써 타임캡슐 역할을 했다. 이산화규소는 생물이 분해되는 과정을 중단시켰다. 남아프리카 암석들에는 썰물때 해변 모래밭에서 볼 수 있는 잔물결 자국들과 아주 흡사한 물속에서만 형성될 수 있는 연흔 형태로 화석들이 배열된 지층들이 있다. 그 먼 과거에 물이 존재했다는 확실한 증거다. 그 화석들은 대부분 작은 실처럼 생겼다.

 

살아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발견된 곳은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이다. 주도인 퍼스에서 북서쪽으로 해안을 따라 650 킬로미터쯤 가면 새크만이 나온다.  작은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자신이 생존할 수 있는 곳에서 자란다. 동물들 중에는 바닷말을 갉아먹는것이 있다. 이런 동물들이 단단하게 뭉친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먹어치운다. 높은 염도와 뜨거운 열기 같은 요인들이 결합되어 뜯어먹는 동물들이 발을 못붙일 때만 이 고대의 공동체는 복원될 수 있다. 선캄브리아대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훨씬 더 넓게 분포되어 있었다. 당시에는 뜯어먹는 동물이 없었으니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자랄수 있었을 것이다. 먼저 광합성을 하는 살아있는 거죽밑으로 다양한 세균들이 여러 층을 이루며 살고, 일부는 위층에서 나온 폐기물을 발효시켜 분해하며 살아갔다. 초기 생물의 세계가 이렇다면 협력과 공존은 생명이 시작될 무렵 부터 생명의 일부였던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오존층이 형성될 만큼 많은 산소가 뿜어져나왔고, 오존층은 대기 상부에 있는 변형된 형태의 산소를 지닌 층으로서 햇빛중 새로운 성분인 자외선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자외선은 세포에 손상을 입히거나 유해한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더 복잡한 형태를 한 최초의 세포는 오래전에 사라진 어느 해안의 끈적이는 깔개속에서 탄생했다. 그 세포는 세포핵 이라는 별도의 기관을 지니고 있다. 세포핵은 유전적 청사진을 담고 있으며,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 들어 있다. 또 기능이 제각기 다른 여러 기관들도 들어있는데 그것들은 세포 소기관이라고 한다. 세포 소기관들 중에는 세포 바깥에서 독립생활을 하는 세균과 아주 흡사한 것들도 있다. 그래서 포획과정을 통해서 복잡한 세포가 생겨났다는 이론이 등장했다. 즉 한 세균이 다른 세균을 품음으로써 한층 복잡한 생명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작고 단순한 생물들이 서로 연합한 덕분에 복잡하고, 효율적인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 독특한 발전 양상은 공생의 일종이다. 앞서 말한 세균들은 핵이 없었다. 즉 그것들은 원핵식물이었으며, 단순히 갈라져서 즉 이분법으로 나뉘어 자신의 사본을 만드는 식으로 번식했다. 그들은 스트로마톨라이트 같은 커다란 구조물을 만들 능력이 있었지만 하나하나는 대개 지름이 작고 수천분의 1미리미터에 불과했다. 반면에 핵을 지닌 세포들은 더 복잡했고, 따라서 훨씬 더 컸다. 몸집이 크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 같은 세포 소기관들도 들어갈 수 있었다. 엽록체는 풀, 덩굴, 나무 등 모든 녹색식물의 세포에 살면서 광합성을 한다. 세포는 화학연료를 필요로 하지만, 저절로 작동하는 모터를 통해서 가동되는 엔진에 비유할 수 있다.

 

지의류는 생물들 중에서 가장 강인하다. 뜨겁게 달구어지는 사막의 죽은 돌 위에 어쩌다가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살아갈 수 있을 정도다. 지의류는 곰팡이와 조류의 협동체다. 생물은 세균과 협력관계를 택하는 경향이 있는듯 하다. 질병은 같은 과정의 어두운 측면이다. 아메바는 원형생물에 가장 근접한 생물이다. 그것은 잠시 생겼다가 사라지는 제멋대로 모양이 변하는, 다리들을 이용하여 느릿느릿 기어다니는 세포이다. 아메바의 원형질은 움직일 때 형태의 변화에 맞추어 세포속에서 흐른다. 아메바는 먹이를 감지할 수 있고, 유동성을 이용하여 먹이를 에워싼 다음 삼킨다. 아메바는 스스로 먹이를 만들지 못하므로 외부에서 먹이를 얻는다. 아메바는 핵을 지닌다. 잘 보존되었다가 발견되는 진핵세포는 대개 식물들이다. 즉 다양한 종류의 조류들이다. 일부는 시안세균의 것과 별로 다르지 않지만, 훨씬 더 크고 복잡한 실 같은 구조물을 형성했다. 일부는 함께 모여 스트로마톨라이트 군집을 형성했다.  지금처럼 당시의 지구도 3분의 2가 바다였다고 할 때, 산소를 만드는 생물로 가득한 묽은 수프는 원래 면적보다 세배쯤 더 퍼졌다. 낯선 서식지에서 새로운 기회를 접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세포들도 생겨났다. 시생대에서 원생대로 수십억년이라는 지질학적 시간이 흐르고, 다시 15억년이 더 흐르는 동안 다양성은 느리게 알아차릴 수 없을만큼 증가했다. 세계는 생명, 화학, 바다, 지질이 서로 연결된 그물로 자라고 있었다. 아마 최초의 진정한 세포가 나오기 이전에는 RNA세계가 있었을 것이다. 인산화합물이 생명의 에너지 전달수단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생명이 증식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단순한 화학반응들이 세포로 통합되었다. 효소가 등장하여 신진대사에 필요한 화학적 변화들을 촉진시키고, 안정화시켰다. DNA가 번식과 단백질 합성을 도맡기 시작했다.  이 모든 일들은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생물들에게 대기가 적대적인 심지어 치명적이었을 시기에 일어났다. 

 

요약해 보면 최초의 세균, 즉 고세균은 뜨거운 세계, 거의 펄펄 끊을 정도의 세계에서 생겨났다. 이어서 세균들로 가득한 스튜의 어느 한구석에서 빛을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로부터 탄소를 얻는 세포가 나타났다. 그 세포는 부산물로 산소생성했다. 그 결과 세계는 새롭게 변화했다. 육지들이 뭉쳐서 현재까지 견딜 대륙들을 형성할 무렵 새균들은 서로 협력하여 깔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생명의 역사는 대부분 이 깔개 내에서 이루어졌다. 겉에 점액질을 둘러서 가혹한 자외선을 차단하면서 깔개들은 둔덕, 기둥, 베개, 손가락 모양을 만들었다. 광합성을 통해서 방출된 산소는 대기를 서서히 변화시켰고, 더 이상 생명발전을 가로막았을 처음의 대기기체들 중 일부를 중화시켰다. 세포의 크기와 복잡성의 증가는 혁신적이었다. 한 세균이 자신의 재능을 고스란히 간직한 상태에서 더 큰 세포속에 갇힌 것이다. 광합성을 하는 세균은 광합성 전담 세포소기관이 되었다발전의 의미를 놓고 논쟁을 벌일 수는 있지만 생명이 더 복잡해지고 더 흥미로워졌다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성은  풍성함을 촉진시켰다. 부모 양쪽 세포로부터 받은 유전정보를 조합하여 그 새로운 조합을 자손에게 물려주기 시작한 것은 중요한 혁신이었다.

 

대단히 많은 식물과 동물, 심지어 곰팡이도 유성생식을 한다. 맨 처음 넘은 높은 문턱이 유전자를 갖춘 세균의 등장이었다면, 두 번째 문턱은 광합성 출현이었고, 세번째 문턱은 다양한 종류의 복잡한 세균들이 출현이었다. 태초에 있었던 것은 먼지뿐이었으며, 있을 법하지 않은 엄청난 실험을 통해서 생겨난 생명은 언젠가는 다시 먼지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안전하지 않다. 우리의 탄생이 태양의 탄생, 소행성과 운석의 무시무시한 충돌과 얽혀 있듯이, 우리는 우주의 죽음과도 얽혀 있다. 시안세균은 산소를 함유한 대기라는 고치를 만들었다. 이 싸개 밖에는 냉엄한 우주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넓게 펼쳐져 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이따금 그 넓은 외계는 다시 세력을 뻗치곤 하며, 그럴 때면 치명적인 결과가 빚어진다. 하지만 미래에 어느 소행성이 지구를 공격하든 간에 원시세포들은 뜨거운 분출구와 배출구로부터 다시 지구를 다양한 색깔의 점액으로 뒤덮을 것이다. 설령 복잡하고 우아한 생물들은 종말을 맞이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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