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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40억년의 비밀( 리처드 포티,

생명의 탄생

생명을 만드는데 필요한 단순한 유기화합물들은 초기 지구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었을 것이다. 그 과정을 추진하는 데에는 에너지만 있으면 되었다. 어느 생물이든 번식하려면 에너지를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화학적 가마솥은 수십억년 동안 창조적으로 부글거리고 지글거렸으며, 한번 돌파구가 마련되자 즉 수억가지의 화학반응들로 이루어진 복권 추첨에서 무엇인가 뽑히자, 그것을 스스로 유지해 나갔을 것이다. 그리하여 먹이가 출현했을 것이고, 거기에서 생명이 탄생했을 것이다. 식물과 동물이 서로 다른 근원에서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버섯의 먼 사촌도, 촌충의 조카도 아닐지 모른다. 불쾌한 기생생물 및 질병 매개체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가설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하등한 무척추동물과의 형제관계를 그렇게 쉽게 끊을 수 없다. 우리의 분자들이 우리의 역사를 알려주며, 우리 계통에서 과거에 일어난 범죄들과 우리를 관련짓기 때문이다. 세포에는 핵산, 즉 DNA와 RNA를 이용한 유전메카니즘이 있고, 세포와 몸의 화학을 담당하는 수많은 효소들과 기타 생화학물질들도 있다. 구조도 하나하나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생물학적으로 만들어진 이 모든 분자들은 단순한 물질들이 결합하여 형성된 아주 복잡한 구조물들이다. 세균에서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이 분자 수준에서 공통의 특징을 짓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모든 생물학적 존재들을 하나로 엮는 공통의 실이 있다. 모든 생물은 리보솜 RNA를 만드는 유전자들을 지니며, 그 유전자들은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우연히 그런 유전자의 유사성이 나타났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생명의 가장 근본적인 구조와 원자는 1953년 크릭과 왓슨이 핵산의 나선구조, 즉 유명한 이중나선을 발견했을 때 마침내 서로 만났다. 생명의 가마솥을 끊이려는 시도가 1950년대 밀러와 유리가 한 실험으로 밀러-유리 반응이라 부른다. 그들은 대기에 암모니아와 메탄, 수증기가 들어있었지만, 자유산소는 없었다. 이 대기에 번개역을 할 전기방전을 가하자 다양한 유기화학 물질들이 만들어져 축적 되었다. 비록 살아있는 생물은 형성되지 않았지만 화학물질 스프는 예상보다 훨씬 풍요로웠다. 그것에는 아미노산의 양이 아주 많았다. 단백질의 기본구성 단위 말이다. 생명유지 분자들 중에는 유기적 성질을 깊이 따지다 보면, 시안화물라디칼을 지닌 것이 아주 많다. 휴스턴의 오로 교수는 시안아미드라는 화학물질이 생명에 더욱더 중요한 분자들의 합성을 매개한다고 주장했다. 유독성 물질들이 생명의 기원에 관여했으며, 지금도 우리 몸의 화학반응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점토는 전적으로 무기물이며, 물이 암석을 침식시키기 시작할 때부터 흔했다. 점토 광물의 원자들은 판들이 서로 헐겁게 겹쳐진 형태로 배열되어 있다. 점토가 끈적거리고 미끈거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판 사이에 다른 원자들이 결합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화학물질들이 서로 반응을 일으킬 만큼 농축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점토는 유기분자들의 크기와 복잡성을 증가시키는 자연적인 공장이 된다. 생명은 단순히 화학의 문제가 아니다.

 

생명은 분자들 사이의 협력을 도모함으로써 부분들의 합보다 훨씬 더 큰 결과를 빚어낸다. 생명의 역사에서 조직화에 큰 돌파구가 된 것은 세포의 형성이었다. 세포를 정의하는 중요한 발명품은 성분들, 즉 세포기관 들을 가두는 용기, 살아있는 세계와 불활성 세계를 나누는 얇은 장벽이었다. 바로 세포막이다. 최초 세포는 길이가 수천분의 1밀리미터에 불과한 세균이었다. 세포는 얇은 껍질로 둘러싸인 화학반응들의 집합이지만, 그 껍질을 통해서 환경의 소식을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다. 생명활동중에는 세포막의 선택적인 투과능력에 의존하는 것들이 많다. 에너지는 세포로 들어가고 세포는 충분히 에너지를 얻었을 때 분열할 수 있다. 그렇게 두배, 네배로로 늘어남으로써 세상은 세포로 가득해진다. 조립이 다 이루어지고, 모든 분자들이 제자리에 끼워지고, 모든 것들이 막으로 둘러싸였다해도 그것은 끈 없는 꼭두각시 처럼 생명이 없는, 아직은 생명의 모사품에 불과하다. 생명의 불꽃이 당겨지려면 에너지, 즉 번식이라는 모터 자체를 움직을 연료가 공급 되어야 한다.  이 활력이 없었다면, 세균의 원시세포는 먼 선캄브리아대의 해안에서 망각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생명은 도둑이다. 살아있는 세포는 성장하려면 에너지를 생성하는 반응을 훔쳐와야 한다.

 

세포는 분자들을 분해함으로써 전자를 얻는 방법을 습득했다. 아인슈타인 덕분에 우리는 에너지가 원자와 원자들의 집합인 분자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원시생명체는 분자들을 분해하여 부산물로 새 화학물질을 만든다. 많은 세균들이 가장 흔한 물질들을 이용해 에너지를 뽑아낸다. 어떤 것들은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물과 메탄을 만든다. 생물과 영양분 공급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는 원소인 산소는 사실 세균들에게 치명적인 독이다태초에 우리 앞에 보이는 것은 다윈이 말한 온화한 거의 안락한 작은 연못이 아니라, 정반대로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를 풍기는 황을 품어내는 산성을 띤 끊는 가마솥이다. 그리고 대기에는 산소가 거의 없다. 이 생물학적 에덴의 물질들은 거의 전부다 현재 살고 있는 대다수 동식물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다. 태초에 먼지와 혼돈과 운석들의 무자비한 폭력이 있었다. 그 운석들이 생명의 씨앗도 가져온 것은 분명하지만효소와 에너지 이용, 핵산과 단백질과 세포막 같은 중요한 것들은 지구에서 요리되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45-38억년 전 사이에 생겼다. 초기 세포들은 점액으로 진득거렸다. 즉 생명은 수프처럼 끈적거렸다.

 

생명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 사후 결과로부터 즉 살아있는 흔적들로부터 추론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시생대 지각, 25억년이전의 것에서 발견된 암석들은 초기 대기에 산소가 없었거나 있었어도 극히 적었음을 알려준다. 즉 25억년전의 암석들에서는 치밀한 띠무늬를 이루고 있는 철강석 철성분은 대기에 자유산소가 있을 때 형성된 것과 흡사한 산화된 광물이다. 초기 지구에는 산소가 부족했으며, 산소는 그 뒤에 적어도 10억년에 걸쳐 서서히 형성되었을 것이다. 즉 혐기성 생물들에게도 전성기가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의 수십억년 전의 조상들에게 말이다. 초창기의 세계에서 승리한 자는 빛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세균이었다.  빛을 이용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었겠지만, 지구의 전체 역사에 영향을 미친 세균은 엽록소에 닿는 빛을 이용하여, 기체인 이산화탄소를 둘로, 즉 자신을 부양하고 성장시키는데 쓸 탄소와 산소로 쪼갰다. 산소는 부산물이었으므로 그냥 대기로 방출되었다. 하늘로 버려진 가장 귀한 쓰레기였다. 이 과정이 바로 광합성이다. 광합성은 모든 녹색식물을 작동시키는 모터이다.

 

광합성의 핵심인 엽록소 분자들은 효율을 최대화 하기 위해서 마치 태양 전자판처럼 세균내에서 넓적하게 배열 되어 있다. 광합성 세균은 빛이 비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살 수 있었다. 이 기적 같은 일꾼들 중 맨처음 등장한 것은 시안세균이었다. 당시 대기에는 이산화탄소가 풍부했고, 인 같은 생명에 필요한 다른 원소들도 충분히 공급되었다. 세포들은 성장하면서 분열했다. 단순히 둘로 갈라지고 갈라지기를 계속 반복했다. 현재 살아 있는 시안세균들과 똑같은 실이나 공처럼 생긴 것들이 30억년 전보다 더 오래된 암석들에서 발견되었다. 35년억 전의 것도 있는 듯하다. 계속 분열하는 수많은 세포들이 세계를 두껍게 뒤덮고 있으며, 분열할 때마다 극히 적은 양의 산소를 공기속으로 내품는다고 가정하자. 이 과정이 우주에 있는 별 만큼이나 많은 세대에 걸쳐 계속된다. 그리고 세대마다 무수히 많은 산소들이 풍선처럼 날아오른다. 그리고 환경은 산소가 생성되자 마자 제거하려고 시도했다. 산소는 많은 원소들과 결합할 수 있으므로, 산소를 제거하는 방법은 아주 많다. 산소는 제거되는 것보다 더 급속히 생산되었고 그럼으로써 세계를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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