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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40억년의 비밀( 리처드 포티,

세포, 조직, 몸

동물과 식물은 언뜻 보면 확연히 다른 것 같지만, 언제나 그렇게 여겨졌던 것은 아니다. 고대세균인 고세균영역, 남조류를 포함한 일반세균, 진핵생물 영역이 그렇다. 진핵생물은 유전의 기본기구를 담은 핵을 지닌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고, 대개 더 고등하고 복잡한 형태를 지닌 생물이다. 동물, 식물, 균류는 모두 진핵생물에 속한다. 곰팡이는 동물에 더 가깝다. 그러나 곰팡이는 동물과 같이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니지는 못한다. 그 대신 곰팡이는 남이 애써 만든 것들을 즉 나무와 풀의 잔해들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운다. 마굴리스의 세포소기관 포획이론에서는 점점 더 복잡한 세포들이 형성되는 것이 가능하다. 한때 원핵생물로 독립생활을 했던 단세포들 중 점점 더 많은 수가 숙주 세포속으로 들어갔다. 미토콘드리아도 그런 과정을 통해 영구히 세포속에 자리를 잡았고, 모든 고등한 세포의 에너지 대사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간세포에는 약 1000개의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다. 생물의 질서를 생각할 때 중요한 원칙은 식물, 동물, 곰팡이, 즉 다세포 생물들은 더 단순한 원생생물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아메바는 다세포식물 아래쪽 일종의 진화적 토대에 놓인다. 그리고 아메바가 동물이라면 논리적으로 볼때 고등식물은 동물에서 유래한 셈이다. 점균류는 이 이야기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다. 습한 늦여름에 숲바닥에는 점균류들이 흙과 낙엽위, 혹은 축축한 나무껍질 위로 미끄러지듯이 퍼진다. 그들은 형태도 없이 아니 마치 아메바들이 줄지어 다니듯이 계속 형태를 바꾸면서 성장하고, 분열하면서 낙엽의 잔해에서 양분을 흡수 한다. 큰 접시만큼  커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단풍이 지고 낙엽이 떨어질 때가 되면, 기이한 변신이 일어난다. 유체상태였던 원형질이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진해지고 응고된다. 그때가 되며 돌아다니는 짓을 멈추고, 곰팡이와 비슷해진다. 원형질은 갈색 포자 덩어리로 변형된다.  포자들이 다 그렇듯이 점균류의 포자도 퍼져서 숲바닥에 떨어지면, 새 개체로 자랄 수 있다. 그들은 이동하는 생물과 뿌리를 박고사는 생물이 갈라지는 먼 과거를 상기시키며, 그들의 아메바형단계는 모든 동물들이 뚜렷한 형태를 갖추지 못한 채 무정형 원형질 상태로 돌아다니는 시기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동물은 무엇일까? 우선 동물은 먹이를 먹는다. 그들은 직접 식물을 먹거나, 식물을 먹은 다른 동물을 먹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식물을 먹는다. 동믈은 열심히 광합성을 하는 생물에 빌붙어 사는 존재이다. 식물이 스스로 물질을 만들어서 성장한다면, 동물은 종속영양 생물이라는 자신의 역할에 따라 착취하며 살아간다. 많은 동물들은 이동할 수 있으며, 원시적인 동물들도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점균류 처럼 양분을 찾아 돌아다닌다. 동물은 산소를 이용하여 대사활동을 진행 시킨다. 유기물 먹이를 먹는 것은 산소를 이용하여 태우는 것과 같다. 먹이의 영양가를 말할 때 연소의 단위인 열량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소를 생성하는 광합성 노동이 계속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아마 동물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원생생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산소 소비량은 종류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광합성생물들이 최초의 동물보다 먼저 출현하여 원래의 대기 조성을 바꾸고 산소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시안세균과 조류는 세상을 동물들이 살기에 적합하게 만들었고 그 뒤로 동물이 번성했다. 다세포생물들 즉, 식물과 동물보다 단세포 생물들이 먼저 출현했고, 식물이 나왔고 동물이 그 뒤를 따랐다. 우리는 생명의 역사에서 이런 선후관계가 여러차례 나타났음을 알게 된다.

 

우리 인류가 효소를 제대로 만들고 감염 저항성을 유지하려면, 식물로부터 양분을 얻어야 하듯이 동물들은 언제나 먹이에 얽매여 왔다. 먹이가 부실하면 동물은 영양결핍증세를 보이고 건강을 헤치게 되며, 먹이가 없으면 굶어죽는다. 식물들이 광합성에 필요한 소중한 연료인 빛을 차지하기 위해서 경쟁을 한다면, 많은 동물들은 종이나 개체로서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달리거나 기어다닌다. 그러면서 경쟁은 격렬해졌다. 경쟁에서 지면 멸종이라는 댓가를 치를 수도 있다. 현재 전세계 곳곳의 캄브리아기대 후기 암석에서 동물 화석들이 발견되고 있다. 선캄브리아기대 동물 화석은 영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1957년 레스터셔 찬우드 숲에서 존 메이슨이라는 젊은이가 발견했다. 줄기가 하나 있고 잎을 둘로 가르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주맥이 뻗어 있었다. 그리고 잎 전체는 비스듬이 많은 열편으로 갈라져 있었고 열편에는 줄무늬가 나 있었다.

 

고대화석 동물은 에디아카라 동물군이라고 불리며, 그에 따라 선캄브리아대 후기도 '에디아카라세'라고 불리곤 한다. 에디아카라 동물군 중의 하나가 스프리기나이다. 이동물은 카르니아보다 작으며, 초승달 모양의 머리와 여러 몸마디로 이루어진 약간 구불거리는 몸을 지녔다. 우리 자신을 비릇한 많은 다세포 동물들처럼 그들도 좌우대칭 동물이다. 해파리는 조직 구성도 최소한으로 이루어져 있다. 혈액도 없고 신경계도 원시적이다. 체벽은 겨우 두 층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사이에 젤리가 있다. 해파리는 독침으로 먹이인 플랑크톤을 마비 시킨다. 그렇게 단순히 플랑크톤을 잡아먹으며 사는 방식은 자유롭게 떠다니는 생활을 하는 단순한 조류세포들이  대양에 우글거리기 시작한 뒤인 원생대때 부터 가능해졌을 것이다. 해파리는 아마 풍부한 광합성 산물들을 수확한 최초의 동물중 하나였을 것이다. 선캄브리아대 후기는 자세포의 사냥터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이 동물의 친척들은 앞서 나타난 세균및 조류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번성하고 있으면서 단순한 생물들이 영속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다세포 생물들은 대부분 동물이 아니라 식물이라 생각했다. 가장 오래된 것은 그리파니아인데 지름이 약 1센티미터인 나선 모양이며, 시대는 20억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것이 다세포 생물이 출현한 최소연대가 된다. 다세포생물이 출현했을 때부터 에디아카라 동물군을 이루는 다양한 동물들이 출현하기까지 왜 14억년이 걸렸는지를 놓고 지금도 논쟁이 벌어진다. 동물과 식물의 출현시기도 크게 차이가 난다. 가장 단순한 설명은 남조류와 조류가 아직 큰 동물이 호흡할 수 있는 수준까지 대기중의 산소농도를 높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동적인 동물들은 대사활동에 그다지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몸속의 세균들이 그 일을 했으니까.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큰생물이 작은세균을 삼킴으로써 진핵세포가 기원했다는 것이 린 마굴리스이론이다. 에디아카라 동물들은 다른 세계에 살았다. 뜯어먹거나 잡아먹는 포식자를 걱정할 필요없이 움직이지 않는 커다란 동물들이 얕은 바다에 엎드린채 선캄브리아대 말의 햇빛을 즐기는 세계였다. 거의 동물이라 할 수 없는 동물이었다. 두 생물계 사이에 거의 걸쳐있는 생물들이었다. 고대세계 즉 20억년 전의 세계와 캄브리아기에 시작된 새로운 세계질서 사이에서 대규모 멸종사건이 있었다. 이 절멸의 규모를 제대로 알려면 에디아카라 동물들을 확실히 이해해야 할 것이다. 살아있는 지구가 보여주는 경이로운 연속성이 대개 생명의 역사 초창기를 주도했던 초라한 세균과 조류에서 나타난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이것은 중요한 발전이다. 무엇인가 사라진뒤 두번 다시 나타나지 않은 일이 처음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전 까지 변화는 각종 생물이 점점 더 추가되는 것을 의미했다. 지구역사상 가장 큰 변화중 하나가 선캄브리아대가 끝나고 캄브리아기가 시작될 무렵에 일어났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사건을 계기로 지구는 유년기에서 사춘기로 넘어갔고, 성년기의 특징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기가 서서히 맑아지고 광합성으로 생긴 산소가 서서히 축적되는 과정은 결코 긴박하게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캄브리아대 말에 일어난 일은 하나의 혁명이었다. 겨우 수백만년 사이에 껍데기를 지닌 동물들이 출현했을 뿐 아니라, 다양성도 크게 증가했다. 그중에는 현재 우리가 흔히 바다에서 볼수 있는 행태들도 있었다. 그들이 설령 현재 생물의 직계조상들은 아니라고 해도, 현재 산호초와 해안 웅덩이에서 번성하는 해양생물들의 오래 전에 잃어버린 사촌들이었음이 분명하다. 공식적으로 캄브리아기의 경계지점으로 정의된 곳은 뉴펀들랜드섬이다. 암석에 코를 박다시피하면서 기거나 걸으면서 꼼꼼히 살펴보면, 고생물학자는 사암이나 실트암의 표면에서 어떤 흔적들을 발견하게 된다. 껍데기는 아니며 몇 센티미터의 길이로 나 있는 물결무늬나 나선무늬이다. 그것들은 퇴적암 자체에 형성된 것이다. 아마 표면에 찍힌 자국일텐데 관모양의 구멍도 가끔 보인다. 그것들이 굴을 파는 생물들이 돌아다니거나 구멍을 판 흔적일 것이다.  그것은 진짜 동물이 아니고서는 만들 수 없는 흔적이다. 이런 것들을 생흔 화석이라고 한다. 6억년전 동물들이 모래밭이나 뻘을 꿈틀거리며 돌아다녔다는 증거가 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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