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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위로( 앤서니 스토 지음, 이

진실하게 그립지만 절박하게 두려운 (2)

사람들의 기질 차이가 주로 유전적으로 결정되긴 하지만, 개인이 성장하면서 접하는 다양한 환경요인에도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 오늘날에는 아주 내향적인 사람을 외향적인 사람보다 더 병적이라고 여기곤 한다. 이것은 대상관계를 강조하고, 사람들이 혼자 있을 때 일어나는 과정을 경시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혼자 있을 필요가 있다. 얼핏 생각하면 외향적인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타인과 신뢰할수 있는 관계를 맺는 개방적이고, 사교적인 사람들 이므로 그들이 혼자 있을 필요를 말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외향적인 사람들은 상대와 지나치게 깊은 관계를 맺거나, 그 관계에 몰두해 내적욕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행사나 모임에 참석해, 피곤해 하다가 다시 혼자가 되면 기운을 회복하고, 원래의 자신으로 되돌아오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회가 제대로 적응하려면 누구나 때로는 마음과 다르게 행동한다. 피곤한데 반기는 척 해야 하고, 투덜거리고 싶을 때 미소지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사람을 지치게 한다

 

옛날에 여성은 매일 오후 혼자만의 공간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 시대 여성은 관습에 따라 자신의 욕구와는 상관 없이,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뭐가 필요한지 살피는데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오후 휴식시간은 충실한 청취자의 역할, 자신의 마음을 절대 표현해서는 안 되는 역할에서 벗어나는 시간이었다. 겉치레란 순종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거짓자아라는 장치를 일시적으로,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예의바른 어른들은 어떤 모임에서는 평소보다 더 고분고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들이 사람들에게 보이는페르소나는 진짜 느낌을 나타내는게 아니라 것을 잘 알고 있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얼굴과 혼자 있을 때 얼굴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거절당하거나, 비난 받거나, 반박당하거나, 바보 같은 느낌이 드는 두려움 없이 뭐든 느끼는 대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안정감은 위니콧이 말하는 경험, 즉 아기일 때 엄마가 곁에 있다는 걸 알기만 하면, 불안해하지 않고 혼자 있었던 경험, 그리고 조금더 자라서는 사랑받고 절대적으로 인정받는다고 느꼈던 경험을 반복하면서 생긴다. 불안한 애착이 성인이 되었을 때, 혼자 있을 필요를 유독 많이 느끼는 이유가 된다. 확실하고 믿을 만한 유대를 형성하지 못한 아이는 부모에게 그리고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 나는 이런 다양한 반응의 바탕에는 두가지 기본 주제가 있다고 생각한. 하나는 회유 또 하나는 회피다.

 

나는 회유가 우울증적 개인성의 발달과 관련 되어 있으며, 회피가 분열적 개인성의 발달과 관련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느끼는 불안한 애착이 전적으로 어머니의 책임은 아니다. 아이들은 유전적으로 다르며 어머니가 아무리 아이를 사랑하고 충분히 돌본다 해도 안정적 애착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가 아이를 무시하거나 확대하는 일이 전혀 없지만, 아이는 그런 부모의 사랑이 조건부라 느낄 때가 있다. 그러면서 계속 부모의 사랑을 받으면서 안전하게 지내려면 진짜 모습이 아닌 부모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믿는다. 다른 사람들과 있을 진짜자아를 감춰두고 거짓자아를 보이다가 혼자 있을 때 비로소 진짜자아를 드러낸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가치있고 중요한 존재라는 확신은 누구라도 지닐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산이다. 자신의 진짜 천성을 일부 부정하거나 억압하면서까지 순종해야 한다고 느끼는 아이들은 자아존중감을 지키기 위해 외부요소에 언제까지나 의존한다. 그런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성공하거나, 선해지거나 모두에게 인정을 받아야만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누구나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역경, 시험이나 구직실패, 실연, 사별 등의 상실에 유독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

 

어떤 사업가는 파산하고 나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 또 어떤 사람은 고층 건물에서 몸을 던진다. 후자의 경우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성공을 거둬야 자아존중감이 지켜지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들 내면에는 의지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으며,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식도 없는 듯하다. 우울증에 걸릴수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상황에 취약한 성격소유자라 할 수 있다. 정신병리학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른 이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그들에게 비난을 들을 수 있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며, 인정받으려면 순종해야 하고 그러려면 진짜 자신은 어느 정도 감추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남을 기쁘게 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나고 싶어 혼자 떨어져 있으려고 한다. 폭력을 쓰는 엄마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일반아이들에 비해 친근하게 대하는 또래나 보호자들을 피하고, 그들을 공격하거나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며, 보호자들에게 예측 불가능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성향이 강하다. 또한 엄마가 아이를 보고 좋아하지도 않고, 아이가 못되게 굴때 조차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식으로 냉담하고 둔감하게 대할 때도 아이가 회피행동을 보인다.

 

행동분열이란 무엇인가? 환경변화와 상관없이 행동이 양극단으로 오가거나, 필요없는 상황에서 어떤 행동이 반복될 때 행동이 분열되었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가 겁을 먹으면 애착을 강력하게 원하는데, 애착의 주된 기능이 위험으로부터의 보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위험의 원천이 아이가 보호를 청해야 할 바로 그 사람이라면, 아이는 해결할 수 없는 갈등에 직면한다. 그런 상황에 놓였을 때 아이는 접근, 회피, 분노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이러한 행동의 분열을 줄이려면 아이가 엄마와 할 수 있는 모든 걸 피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회피는 상대가 자기를 미워해 해치거나 파괴할 거라는 두려움과 연관된다. 순응은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거라는 두려움과 관계된다. 전형적인 정신분열증 환자의 딜레마는 사랑을 절박하게 필요로 하면서, 동시에 친밀한 관계맺기를 똑같이 절박하게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