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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위로( 앤서니 스토 지음, 이

삶이 마지막을 향해 갈 때

어린시절 관계는 대상관계에 좌우된다. 아기는 스스로를 보살필수 없으며 '아동기'라는 오랜기간 동안 다른 사람들의 보살핌에 의존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에 관심을 덜 보이고 혼자 있는 것에 더 만족하며, 내면의 관심사에 더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든 사람들이 배우자와 자녀, 손자 손녀에게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다. 관심의 강도가 어느 정도 줄었다는 의미다간관계의 관심이 줄어드는 이런 변화는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도록 만드는 성적충동이 중년이나 그 이후의 나이에 이르러 감소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어쩌면 이런 변화는 죽음으로 인해 사람들과 어쩔수 없이 해야 하는 이별을 덜 고통스럽게 하려는 자연의 자비로운 섭리인지도 모르겠다. 속세의 목표와 애착에서 벗어나면서 죽음을 준비하고, 내면에 있는 정원을 경작하기 시작한다. 인생의 이야기에서 관심을 거두고 삶의 형태에 관심갖는 것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라 해도 뭔가를 배워야 하므로 선생님들과 전임자들의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의심할 바 없는 천재의 작품이라 해도 제1기의 작품에서는 예술가 개인의 목소리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과거에 어떤 부분에서 벗어날 용기를 갖게 되는 제2기에서 그의 전문지식과 개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시기의 예술가는 얘기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능한 한 폭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전달할 필요를 느낀다. 

 

제2기는 예술가의 삶에서 긴 부분을 차지하는데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의 제3기에 들어갈 정도로 오래 살지 못한다. 베토벤의 경우 제3기에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은 첫째 소통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  둘째 전통에 얽매이지 않으며, 셋째 과장된 표현이나 누구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넷째 인간관계의 경험보다 내면의 혹은 개인을 초월하는 외딴 영역의 경험을 보인다예술가는 자신의 정신구조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에게 공감할 것인지, 그를 이해할 것인지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인간관계보다 내면의 관계에 더 관심을 갖는 성향이 나타난다. 감상이라는 말과 비슷한 향수라는 말에는 과거에 이룬 업적이나 기쁨에 대한 그리움보다 놓친 기회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 있는 듯하다. 미국 소설가 헨리 제임스의 제3기에는 특별히 관심을 가져볼만한 특징이 있다.

 

"... 할 수 있는 한 삶을 즐겨라.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이다. 인생을 맘껏 누린다면 특별히 무엇을 하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인생을 누리지 못한다면 다른 무엇을 누리겠는가?.....피가 뜨거웠던 젊은 시절에 저지른 방종은 하나도 후회되지 않는다. 그러나 냉담했던 시절에 끌어안지 못한 일들과 가능성들은 후회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