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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위로( 앤서니 스토 지음, 이

진실하게 그립지만 절박하게 두려운(1)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는 인간의 기질이 저마다 다르며, 어릴적 환경과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로 억압 되거나 조장되기도 하지만, 기질의 차이는 대개 타고나는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고독에 대한 개인의 반응을 놓고 보면 특히 그렇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누구나 혼자다. 하지만 깨어있을 때 인간관계를 비롯한 경험을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는지, 또 혼자일 때 일어나는 일을 얼마나 가치있게 여기는지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다. 융은 프로이드와 아들러가 제시한 인간본성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융의 견해에 따르면 프로이트는 주체가 의미있는 객체, 정확히 말하면 부모를 비릇한 어린시절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대체로 그에 따라 성향이 결정되는 것으로 보았다. 아들러는 '주체를 중요한 객체들의 과도한 영향에 맞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본다고 융은 말한다. 아들러는 억압받고 열등하다고 느끼는 주체가 저항, 조정, 그리고 부모나 선생, 규칙, 권위, 상황, 제도에 등에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적합한 장치들을 통해 실체가 없는 우월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융은 내향성과 외향성을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작동하는 기질요소이며, 그 정도는 다르다 해도 모든 사람에게 존재하는 것이라 했다. 융의 견해에 따르면 신경증은 외향성 혹은 내향성이 과해질때 생긴다. 외향성이 과도해지면 개인은 다른 사람들과 사건들의 압박에 정체성을 잃고 만다. 내향성이 과도해 지면 개인은 외부의 체와 접촉하지 못하고, 자신에게만 열중할 위험이 있다. 독일의 미술사가 빌헬름 보링거는 '현대 미학이 감상하는 주체의 태도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했다. 미학적 즐거움을 향유한다는 것은 대상화된 자신의 모습을 즐기는 것이며 '미학적으로 즐긴다'는 말은 자신을 그 자신과 별개의 감각적인 대상으로 즐기는 것, 대상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보링거는 추상이 불안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힘에 스스로 지배된다고 느끼는 세계속에서 인간이 질서와 규칙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면서 추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보링거는 감정이입이 지나치게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하학적 형태를 이용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추상적인 규칙을 표현한다. 추상은 또한 과학자가 자연과의 만남에서 경험하는 일종의 만족감이다. 가설을 근거로 사건을 예측하는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규칙을 인지하고,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을 분리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추상은 자기보호, 객체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아들러의 내향적 태도, 독립, 그리고 더 나아가 통제와도 관련되어 있다.

 

심리학자 리암 허드슨은 인간의 성향을 분산형과 집중형으로 구분한다. 집중형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여가시간이면, 기계나 전문지식과 관련된 취미에 몰두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삶에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권위에 얽매이고 감정을 억제한다.  반대로 분산형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과목으로 예술이나 생물학을 선택한다. 그들은 창의적인 공상이 필요한 시험에 더 능숙하다. 그리고 여가시간에는 무생물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린다.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감정을 억제하지 않는다. 외향적인 사람들처럼 분산형 사람들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공감하고, 마음을 여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내향적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집중형 사람들 역시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사람보다는 무생물이나 추상적인 개념을 상대할 때 더 편안해 한다. 미국위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아이들을 형태관심형과 이야기관심형이라는 두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두 그룹의 아이들은 모두 똑같이 지능과 매력을 지녔지만, 매일의 경험에 확연히 다른 태도를 취한다고 설명한다. 이 차이는 세살이면 나타난다고 한다. 형태관심형 아이들은 그들이 구분할 수 있는 외형, 마주치는 형태와 규칙, 그리고 물리적인 특징은 색, 크기, 모양 등으로 주로 세상을 분석한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친하게 어울리는 일은 별로 없다고 한다. 이야기관심형에 속하는 아이들은 흥미진진한 사건이 벌어지는 공상 이야기뿐 아니라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 그러니까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큰 관심을 기울이며, 이런 얘기를 몇 번이고 들려달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고 심지어 사람들을 피하기도 하는 형태관심형 아이들은 질서를 발견하고 정하는데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집중형사람들과 비슷하다. 이야기관심형 아이들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는 점에서 분산형사람들과 비슷하다. 가드너의 설명에 따르면 내향적인 아이들, 인간 관계보다 형태만들기에 더 관심을 갖는 아이들이 신경증문제가 있다거나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으며, 다른 사람들의 지나친 관여에서 물러나 있는 능력, 일을 일관되게 꾸려가는 능력 또한 마음의 평화를 얻고, 정신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신경증환자의 회복을 위한 요소는 다음 두가지다. 하나는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사고체계를 갖추는 것이며, 두번째는 환자가 다른 사람과 유익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지능과 의식이 발달하고 본능적 행동 형태의 지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인간은 외부의 현실세계와 내면에 있는 상상의 세계 모두를 해석하고, 그 세계에 질서를 부여할 필요를 느끼는 성찰적 존재가 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지도를 받는다 해도, 스스로 삶을 이해해야 한다. 

 

세상의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 어떤 견해가 다른 견해에 비해 더 가깝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정해진 행동 형태가 꼭 진실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내향적인 사람들이라 해도 어느정도 인간관계는 필요하며, 아무리 외향적 사람이라 해도 어느 정도 정해진 행동과 질서는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