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에게나 그 사람이 다름아닌 그 사람이라는 필연적인 이유가 배후에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이제는 실감할 수 있다. 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 나이 들고 세상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 새로운 혼란을 제대로 보는 입장에 처해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젊었을때보다도 복잡하게 몇 겹으로 가리워진 사물의 내면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말은 사물의 배후에는 무한한 깊이와 숨겨진 부분이 보이게 된다는 것이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점점 더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깨닫는 것일뿐이다.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지금 노인의 심경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 따라서 노인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한다면 실례를 범하는 일이 될 것이다. 현실과 예감은 명백하게 다르다. 그러나 나는 그 예감에 사로잡혔던 것
이다. 어쩌면 부모 세대와 함께 살아가면서 나이듬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떠한 노인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훌륭하게 늙어가는 노력을 나이들면서 시작한다면, 이미 때 늦은게 아닐까? 그렇다고 지금부터 노력하고, 준비한다고해서 유비무환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까지 내 운명을 좌우할 만한 중요한 일에 있어서 예측대로 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물론 희망이 이루어진 적은 있었지만 그것은 예측은 아니었다. 경제적으로도, 의식적으로도 나의 계획은 사사건건 어긋났던 것이다. 지금 나는 스스로 노년을 전망하면서 그것이 전혀 무의미한 작업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지금은 평화로운 세상에 살고 있지만, 10-20년 후에는 전란의 황야에 서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혹 노년이 되기 전에 죽을지도 모르고 ..........철이 들면서 동시에 심리적으로 이중적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하거나, 바라거나 하는 것과 개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 인간은 집단의 일원이라는 관점으로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노인이 되었을 때,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 예를 들면'하루에 기저귀를 6회이상 갈어 주어야 한다' 라는 것이 권리가 될 것인가? 누워만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노인의 권리는?
동물로서 생존이 적합한 환경을 부여 받을수록 인간의 정신은 또 다른 불만에 시달리게 된다. 하루 세 번의 식사를 제때 할 수 없게 되면 그것이 불만의 명확한 목표가 되지만, 세 번의 식사가 제대로 되어도 그 식사의 질 또한 커다란 불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인간은 고독해도 괴롭지만 집단에 속해 있어도 증오심을 갖게 된다.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내가 아직 의식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늙음을 자각할 수 있고 주관적으로 괴로워할 입장에 놓여진 상태가 두려운 것이다. 몇 살부터 혹은 어떠한 사람이 노인인지, 연금 받는 나이부터 혹은 정년퇴직을 한 나이부터... 이러한 구분 방법은 아무 신뢰성이 없다. 인간의 노화 정도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받는 것을 요구하게 된 사람을 나이에 관계없이 노인라 생각된다.
인간은 어렸을 때에는 우선 받는 것 부터 시작한다. 부모는 아기에게 젖을 물려주고 포대기로 업어주고 학교갈 무렵이면 챙겨주고 , 그처럼 받기만 한다. 그것은 때에 따라서 20년 이상 계속된다. 그러다가 그 아이는 어느새 주는 쪽에 서게 된다. 처자를 부양하고 아이를 교육시키며, 연로하신 부모를 모시며 돌보게 된다. 그리하여 수십 년이 지나면, 그는 늙고 또다시 자식이나 손자나 사회로부터 도움 받으면서 받는 자의 입장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가 정말로 제 몫을 하는 사람이었던 기간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베풀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성년이란 육체적 연령에 관계없이 베푸는 사람이며, 누군가가 베풀어 주기만을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리 젊은 사람이라도 노인인 것이다. 그렇다면 젊었을때부터 운 나쁘게 질병으로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가 된 사람은, 20세에 노인이라는 말을 들어야 되는가? 그렇지 않다. 만일 그 사람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자신의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간호하는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는 훌륭한 성인이지노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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