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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샐리 티스데일 지음, 박미경 옮김)

좋은 죽음

정부는 '좋은 죽음이란 환자와 가족과 돌보는 사람이 피할 수 있는 고통과 괴로움에서 해방되고, 환자와 가족의 바람에 전체적으로 조화되며 임상적 문화적, 윤리적 기준에도 상당히 부합되는 것이다'고 규정했다. 당신은 어떤 고통에서 해방되길 원하는가? 환자의 바람과 가족희망사항이나 임상기준과 상충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의 순간은 요란하고 힘겨운 투쟁이다. 죽는 순간 역시 맹렬한 투쟁이다우리는 증상을 치료할 수는 있지만 죽어가는 사람이 원하는 것만 지원해야 한다. 사전에 작성해둔 서류, 평소에 나누었던 대화, 당사자 바람으로 알려지거나 추측되는 점을 바탕으로 진행해야 한다. 돌보는 사람이 자신의 바람이나 믿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어떤 퇴역군인은 통증을 완전히 느끼고 자기에게 벌어지는 일을 자각하고 싶다고 했다기본적인 욕구에 대한 도움마저 대부분 거절했다. 몸의 기능이 떨어지고 삶이 서서히 해체되고 소멸되는 것이 진정한 죽음이라는 의미에서이다. 그는 자신의 바람을 차분하고 또렷하게 밝혔다. 나쁜 선택이라도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과 상충된다할지라도 임종과정을 선택하고 주도할 권리는 인정해 주어야 한다.

 

죽음은 실패냐 성공이냐 문제도 아니고 성취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삶도 죽음도 어차피 혼자서 가야할 길이다. 죽음의 가치는 남들의 생각에 달려있지 않다내 죽음은 오로지 내 소관이며 내 죽음의 가치는 내가 정하는 것이다. 모든 좋은 죽음은 행할 수 있는 일이 다 행해졌다고 판단될 때 조용히 떠나는 것이 전제된다. 인간성은 자울성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인권이라는 개념에는 인간은 누구나 타고난 존엄성을 지닌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병마에 맞서 용감하게 싸웠다. 병상에서 내내 품위를 잃지 않았다'는 식으로 고인을 칭찬한다.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인내와 통제력을 높이 평가한다. 그래야 지켜보는 사람들이 덜 힘들기 때문이다우리는 주변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괴로움을 감추고 싶어한다우리는 생활이 안정되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질수록 자신을 더 당당히 드러내며, 상대의 겉모습보다는 내면을 바라보며 애쓴다. 자아가 확립되면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고 상대방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자율이란 자기결정권이다. 내 몸이 내 가치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늙고 병들었다고해서 내 가치도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보라부처님이 말했다. '너희도 이러할지니라‘  이런 일이 나에게 당신에게 우리 모두에게 벌어진다. 이 일은 삶의 한부분이요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 부분이다. 왜 고개를 돌리려 하는가? 부처님 존엄성은 신체기능의 소멸과 아무 관련이 없다. 자질이 몸에 베면 정신이 나가더라도 몸은 행동한다. 습관의 힘은 그만큼 강하다. 나는 낯선 환경에 처하거나 두려운 상황에서도 호기심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죽음은 자아를 형성한 씨실과 날실이 황급히 풀려간다. 놀라운 일에 익숙한 사람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잘 대처한다달리 아무것도 말할 수 없을 때는 호기심이 많이 도움이 된다.

 

질병은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갖는다. 형벌로 느끼는 사람도 있고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자연스런 현상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다. 질병과 고통은 늘 의미가 있다. 연민은 타인의 고통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이다안타까운 마음에 어떻게하든 고통을 덜어주고 싶어한다때로는 당사자의 바람을 무시하기도 하고 당사자 마음이 우리와 다르면 정도를 벗어났다고 간주하기도 한다. 돋보이려는 마음에 자꾸 간섭하고 환자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압박할수도 있다죽어가는 사람을 돌볼 때 에너지의 절반은 경청하는데 써야 한다. 우리는 늘 자신을 앞세우고 남의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도 뭐라고 말할지 궁리한다. 상대방이 말을 할 때 귀를 쫑긋 세워라. 마음이 불안하면 얘기를 듣고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럴때는 다시 얘기해달라고 청하라. 세가지를 명심해라. 차분하게 임해라.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 반복해라. 보호자가 죽어가는 사람의 요구를 들어줄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 문지기 역할도 해야 한다.

 

방문자 유형은 다양하다. 해결사 노릇을 하려는 사람도 있고, 자기가 아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고, 서글픈 얼굴로 찾아와 자신이 괴롭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조용히 앉았다 환자으 이야기를 들어주고 쓰레기라도 비워주고 오면 된다. 무엇을 도울지 필요한 것을 도우라. 뭐든 물어보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함부로 판단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도록 주의하라사적인 이야기 좋아하는 음식 주로 머무는 공간에서 불편한 점을 물어보라. 죽어가는 사람을 상대할 때 솔직해야 한다. 아픈 사람에게 부담주지 않는 선에서 당신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라참을 수 없을 때 잠시 벗어나야 한다. 편안히 앉아서 열린 자세로 이야기를 나누어라어린아이처럼 감정을 모두 드러내서도 안되지만, 꼭꼭 숨길 필요도 없다환자는 정신연령이 7살 아이와 같다현실에 적응하고 이를 받아들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어떤 이는 훨씬 어렸을 때 했던 행동을 다시 하는 시으로 퇴행하기도 한다. 자기행동에 책임지기를 거부하고, 다른 사람이 뒤처리를 해주길 바란다. 그런 행동을 마냥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책임을 떠맡아 모두 해결해주갰다고 하지도 마라. 환자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그게 아닐수도 있다.

 

사람은 달갑지 않은 관심이나 비판을 모면하려고 하고, 받아들기 힘든 자신의 고충을 타인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우리는 자신을 방어하고 싶을 때 현실을 부정한다. 부정한다고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데도 말이다.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성급하게 부정하거나 대응하지 말고 당사자 말을 충분히 듣고 생각한 뒤 반응하도록 해라. 환자는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알고 있다. 쉬쉬하며 은폐하길 바라지는 않는다. 죽어가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 당신이 바라는 점이나 생각하는 점을 앞세우지 마라. 죽어가는 사람이 마땅히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함부로 약속하지 마라. 거짓말도 둘러대지도 마라. 거짓말을 할 때마다 혹은 상황이 다른 척 할 때마다  당신은 신뢰를 잃는다. 병원에서는 누구하나 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다들 치료에 대해 말한다. 치료는 통제력을 말한다. 요청받기전에 함부로 조언하지 마라. 당신 자신의 편견에 주의하라상대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라. 뭐든지 다 알려고도 보려고도 하지 마라. 죽어가는 사람은 당신의 마음을 달래줄 의무가 앖다. 죽어가는 사람말에 함부로 반박하지마라. 그들은 매 순간 죽어라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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