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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샐리 티스데일 지음, 박미경 옮김)

마지막 며칠

돌보는 사람은 툭정 행동의 의미와 중요성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당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반응해서 엉뚱한 말을 하거나 행동하기도 한다.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일을 언급하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라. 그런 일은 죽어가는 사람이 할 일이다. 자금 당신의 짐은 당신이 져야 한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짊어지라고 요구하지 마라. 환자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죽어가는 사람은 혼란에 빠진다. 날마다 피로와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벌어지니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자신이 어디 있는지, 누구인지, 지금이 몇시인지, 몇 년인지도 모른다시각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 청각에 일대 혼란이 일어난다. 환자는 흔히 섬망상태에서 벌어진 일을 나중에 기억하고 자신의 지각이나 행동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환자가 평소 듣던 음악을 들려주면 몸과 마음이 안정되기도 한다. 향기도 진정효과가 있다. 돌발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절박한 순간 격한 감정을 마지막 남은 생명의 불꽃을 일시에 발산하는 것이다.

 

심신의 고통은 자아를 온전히 지키는데 크나큰 위협이다. 환자는 죽음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거나 작별인사를 나눠야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인간으로 살아가는 동안 실존적 아픔을 느낀다. 실존적 고뇌는 우리를 위기에 빠뜨린다. 사람들은 죽음을 끔찍이 두려워하고, 무기력한 절망에 빠지거나 엄청난 회환에 잠기기도 한다. 환자가 버림 받았다고 느끼지 않도록 혼자만 남겨 둬서는 안된다. 환자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질문을 던지거나 가만히 기다려라.

 

우리가 죽을 때 의식이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깨어있음과 잠듦을 구분하는 경계는 우리가 자의적으로 그은 선에 지나지 않는다. 죽는 것은 수동적 행위만은 아니다. 우리가 통제할 순 없지만 실제로 그 일에 참여한다. 우리는 죽어간다. 그 일을 직접 거행한다. 환자가 아닌 환자가족을 치료하는 용도로 처방하지 마라. 가족이 괴롭다고 환자를 함부로 처방해서 안된다는 말이다. 거칠고 불규칙한 호흡은 죽어가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환자의 블편이 아닌 가족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약물을 투여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몸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되면 독소가 쌓이고 세포에 산소가 고갈된다셔원 눌랜드는 죽음을 이렇게 묘사했다.죽음은 신체의 모든 조직이 참여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다. 행위, 순간 또는 영혼이 떠나는 시간이라는 뜻의 다른 어떤 용어보다 과정이라는 말이 중요하다’  죽음을 앞두고 참으로 멋지고 복잡하고 소중한 복합시스템인 신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각부분이 조금씩 약해지면서 전체 시스템의 항상성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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