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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샐리 티스데일 지음, 박미경 옮김)

마지막 몇 달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은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사람 수만큼이나 많다죽음을 대하는 태도에는 정신력과 체력, 교육과 소득, 성별, 나이, 직업, 종교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력을 미친다. 추세변화가 있기도 하다. 옛 자아가 사라지고 새로운 자아가 등장한다. 우리는 진단을 받음과 동시에 비탄에 빠져든다. 죽어가는 사람과 돌보는 사람이 직면한 첫 번째 과제이자 가장 힘든 과제 중 하나가 만사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죽음을 서서히 받아들이면서 온갖 경쟁력에서 면제되고 신경쓸 필요도 없어서 오히려 편하다. 아무것도 무서울게 없었다협상은 대개 은밀하게 이뤄진다. 속으로 하는 기도와 은밀한 맹세, 다짐은 죽어가는 사람만 안다오랜 투병생활에서 겪어야 하는 변화는 원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피로는 떼놓을 수 없는 동반자다. 피로는 단순한 수면부족이나 피곤한 상태와는 다르다. 피로의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다독소 축적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고, 치료 휴유증 때문이라고 한다. 심각한 피로는 사람의 생기를 다 빼앗기도 한다. 가벼운 운동은 규칙적으로 하면 도움이 된다. 자꾸 움직이다보면 기력이 생기기도 한다. 오랜 투병에서 그 다음 문제가 되는 건 통증이다. 노화와 불치병이 반드시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다. 죽어가는 사람은 흔히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많은 이에게 통증은 성가시고 짜증스럽다. 통증이 느껴지면 '내가 살아있구나' 하고 느끼는 사람도 있는 통증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통증은 주관적이다. 환자가 아프다고하면 아픈 것이다. 통증은 다스려야 한다. 통증에는 독한 약이 필요하한 것이 아니다. 명상, 시각화, 가벼운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도통증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된다. 르핀이 중증 질환자에게 두루 처방되고 있다. 암과 뼈질환, 정기부전 등으로 인한 통증을 다스리는데 특히 유효하다. 제대로 처방하면 매우 안전한 약물이다. 모르핀은 기본변화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행복감이나 도취감을 야기한다.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어떤 약물이든 오랜기간 복용하면 내성이 생긴다. 내성은 간에서 약물을 분해하기 위한 효소를 생성한다는 뜻이다. 동일효과를 얻으려면 복용량을 늘려야 한다.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가볍게 산책하거나 소설에 대해 얘기하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도 좋다. 음식을 먹는 것도 함께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면, 신뢰감도 쌓이고 소화도 더 잘될 것이다., 우울증은 약물이나 뇌의 유기적 변화 때문에 올 수도 있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매사에 흥미가 없으면, 말수도 줄고 입맛도 떨어지고 잠도 잘 못자는 등 임상적 우울증의 여러 징후는 임종 말기의 여러 증상과 상당히 흡사하다.

 

사람은 무기력감을 느끼거나 삶의 목표를 상실하거나 정신적 고뇌를 이기지 못하면 의기소침해진다죽을 날이 다가올수록 '왜 지금? 왜 나를?'에 대해 따져 묻는다. 왜 죽느냐는 원초적 의문을 탐색하는 과정은 종교나 과학,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죽음의 이유에 대한 탐색은 각자가 수행해야하는 과정이다. (인간의 모든 삶의 과정 사회생활, 가정을 꾸리고 결혼하고 자식을 키우고 죽어가는 부모를 돌보고 자신이 늙어가고 또 죽어가는 과정을 탐색하는 전 과정은 살아면서 인간이 수련해야 하는 과정이다죽음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타인의 임종 자리에서 강요해서는 안된다. 세상의 풍파는 함께 겪을지라도 빠져나가는 길은 각자가 알아서 찾아야 한다. 의미를 찾으려면 일단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찾을 의미가 다른 사람의 의미일 수는 없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언제 죽을지 선택할 수 없다. 할수만 있다면 어디서 죽을지는 선택하여야 한다. 음을 가정에서 가족들 속에서 맞이하려 한다하지만 집에서 모시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죽어가는 사람을 집에서 모시려고 한다면, 먼저 누구 도와줄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환자를 돌보고 시중드는 일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한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해도 때로는 화가 나고 자신에게도 좋지 않다. 다른 가족들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가정이 파괴될 수도 있다 의술은 치료에 초점을 맞춘다. 예전에는 위로가 의술의 핵심이었다. 현대 의술에서도 여전히 뭔가를 한하는 것이 의료행위들로 분류된다. 때로는 당신이 하려는 일을 막는 것이 좋은 의술을 뜻한다. 좋은 의술은 환자가 다른 무엇보다도 자기 삶을 그리고 죽음을 어떻게 느끼는지에 더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 좋은 죽음을 제공하려면 의료진은 '환자에게'가 아니라 '환자를 위해' 의술을 베풀어야 한다. 환자는 병이 아니다. 증상의 집합체도 아니고 해결이 필요한 문제도 아니다. 당신은 의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해고할 수도 있다. 당신 인생의 권위자는 의사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다. 의사는 당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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