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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샐리 티스데일 지음, 박미경 옮김)

마지막 몇주

우리는 소멸을 두려워 한다. 어쩌면 우리는 공포를 다스리는데 최선을 다한다상에는 여러 형태의 위로가 있고 여러 경로의 두려움이 있다. 우리는 죽을 준비가 되면 자신의 내밀한 죽음, 즉 신념, 선함, , 후회, 응보, 초자연적 힘, 사사로운 의문 등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평생 바라보지 않던 문제를 똑바로 바라본다. (우리는 무엇을 잊기 위해 잡념을 제거하기 위해 무엇에 몰입하고 단순한 일에 집중하기도 한다하지만 때로는 그 잡념들 문제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 잡념들은 내 몸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 무엇일 수도 있다그 잡념에 찬찬히 집중해보라. 어떤 것들이 있는지, 왜 그런지, 어떻게 할 것인지, 헛깨비인지, 내 삶의 중요한 무엇인데 빠뜨리고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 나는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어떤 의사도 몸이 언제 어떻게 그 기능을 상실할지 예측할 수 없다. 죽음은 바람처럼 정체를 드러낸다조각 하나가 움직이면 연쇄적으로 다른 조각도 차례로 움직이면서 돌아가기 시작한다. 사람의 몸은 목잡하게 얽혀있다. 저마다 몸 상태가 다르고 질병의 종류가 같아도 사람마다 다르게 발현된다. 하지만 죽음에 가까이 갈수록 증상은 비슷해진다. 언제나 마지막이 있다. 마지막으로 나간 산책 , 마지막 목욕, 마지막으로 먹은 스테이크 마지막으로 즐긴 낚시가 있다그곳에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혼자 낚시를 즐겼다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맑은 정신으로 자유를 만끽했다. 힘든 삶이었지만 그 순간 그의 삶을 구속하는 것이 없다.

 

생명의 기운이 다 없어지는 것, 그게 바로 죽음이다. 환자는 눈을 감기 전에 자질구레한 일을 마무리하고 싶어한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죽어가는 사람을 돕고 싶다면 당사자가 처리하기 어려운 자잘한 일을 도와주라. 환자의 피부도 신경을 쓰야 한다. 나이가 들면 그렇지 않아도 피부가 얇은데 체중까지 빠지면 종잇장처럼 얇다. 환자가 가끔 자세를 바꾸도록 도와주라. 자세를 바꿔주고 마사지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된다호흡장애, 호흡곤란은 임종이 가까워지면 흔히 나타난다. 호흡곤란이 나타나면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한 느낌을 받게된다.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휘파람을 불듯 입술을 오므리고 호흡하면 호흡하기도 쉽고 효과도 좋다. 시원한 바람이 환자의 뺨을 스치도록 하는 것도 좋다. 환자는 음식물을 점점 덜 먹고 덜 마시다가 결국엔 다 끊게된다 배고픔과 갈증은 생체의 반사적 반응이며 건강한 몸의 욕구를 충족 시키는 것이다. 더 이상 먹거나 마실 수 없다면 죽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음식이나 음료를 억지로 먹이지 마라. 단순히 살고싶지 않아 음식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임종을 앞둔 환자는 아무것도 먹거나 마지지 않아야 오히려 편안하다브를 끼워 영양을 공급하는 것은 특정시 일시적으로 활용되지만 죽어가는 사람에게 고문이나 다름없다. 동물들도 언제 멈춰야 하는지 알고, 먹이 활동을 중단한 채 한적한 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다음 글은 인생 후반기를 버몬트 시골에서 50년이상을 함께 행복하게 보내고 100살이 넘은 남편 스콧 니어링의 임종을 표현한 내용이다. 가장 이상적인 죽음, 아름다운 마무리다. 그는 좀좀 더 천천히 숨을 쉬다가 결국 멈췄어요. 가을에 단풍잎이 나뭇잎에서 떨어져 바람에 살랑살랑 흩날리다가 땅에 살포시 내려 앉듯이 그이도 몸에서 살며시 빠져나갔어요” (헬렌니어링)

 

환자를 돌보느라 당신은 너무 지쳐있다. 잠시라도 혼자 있을 시간 필요하다. 어디 골방이라도 가서 숨을 돌리거나 근처 커피솝에서 차라도 한잔 마실 여유를 가져야 한다. 누군가를 만나 하소연을 널어놓거나 기분을 전환할 이야기라도 해야 한다. 당신이 딱히 해주는 것이 없어도 환자를 혼자 두고 나갈 수는 없다. 이럴 때는 도움을 받아야 한다. 환자가 죽음의 문턱을 서성일 때 주변사람도 두발로 굳건히 서 있기 힘들다케이트 캐롤드 쿼츠는 치매 어머니를 오랫동안 돌보았다.그녀는 이야기 한다.  ‘죽음이 어떤건지 아세요? 정말 사람의 진을 다 빼 갑니다. 숨둘릴 짬이 없어요. 늘 비상 상황이고 응급상황입니다.' 모든 게 변한다. 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든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것 같다가 돌연 마구잡이로 터진다. 그러다가 조용해 진다. 우리는 나란히 길을 걷거나 한 사람이 앞서고 나머지는 뒤따르며 걷는다. 죽어가는 사람이 귀를 닫고 입을 다물고 싶을 때가 온다그는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아이들 얘기도 더 이상 나누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냥 홀로 걷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우리는 혼란에 빠진다. 뿌연 안속을 헤매다 결국엔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간다. 죽음은 다르지만 결국엔 같아진다.

 

보건 의료에서 '무익함'이라는 말은 법률 용어로 사용된다. 의사와 일단의 사람들 심지어 병원에서도 무익한 치료라는 이유로 고통만 연장시키는 치료를 거부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의사나 간호사들도 환자를 살아있게 하려는 노력만 안할뿐 할 게 무척 많다. 무익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실제로 올바른 돌봄 행위다. 당신은 두렵고 고통스러운 이별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당신이 병상에 누운 사람의 대리인이라는 사실을 지각해야 한다환자가 원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신은 자신의 믿음 한쪽에 제쳐두어야 한다

 

당신 머릿속을 꽉채운 갈망을 무시해야 한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주장해서는 안된다. 죽어가는 사람의 관심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으로 향하지만 본인도 딱히 설명할 수 없다그들은 살아가는 일을 다 마쳤고 우리와 얽힌 인연도 끊을 때가 되었다. 우리가 입을 다물어도 일상의 소음은 좀 체 끊이지 않는다. 어디선가 드려오는 목소리, 텔레비전, 라디오에서 나는 소리, ! 메시지 수신을 알리는 소리 등 일상생활을 영위할 때 들리는 온갖 소리가 들여온다. 침묵은 집중이다. 바로 여기에 바로 지금에 집중하는 것이다이제 곧 봄이 오면 예쁜 꽃봉오리가 피고 아름다운 꽃을 볼 것이다. 세상만물이 전보다 더 사소하기도 하고 좀 더 소중해지기도 할 것이다. 사소하고 중요한 것의 차이가 별게 아닐 것이다. 세상만물이 피어나는 순간, 그 순간이 눈에 들어오고 그 모습이 참으로 경이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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