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30)
모두에게 작별을 (2) 4억 5천만년전부터 식물들이 땅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식물을 위해서 죽은 유기물을 분해해서 재활용할수 있도록 하는 진드기를 비롯한 다른 생물들이 나타났다. 큰 동물들은 육상으로 올라오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대략 4억년 전부터는 그들도 물밖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육상생물이 번성했던 데본기와 석탄기의 산소 농도는 오늘날의 20%보다 훨씬 높은 35%정도였다. 그래서 육상동물들은 놀라울 정도로 빠른 시간에 놀라울 정도로 크게 자랄 수 있었다. 그리고 광활한 습지가 떨어진 잎을 비롯한 죽은 식물성물질들이 완전히 부패되지 않고, 축축한 퇴적층으로 쌓여서 결국은 오늘 날의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해준 거대한 석탄층로 압축되었다. 높은 산소농도 덕분에 육상동물 몸집이 커지게 된 것은 분명하..
모두에게 작별을 (1) 지의류는 사실 진균과 조류의 연합체이다. 진균류는 산을 분비해 암석을 녹이고, 조류는 그때 녹아나온 미네랄을 먹이로 변환시켜서 함께 살아간다. 거친 환경에서 사는 모든 생물들이 그렇듯이 지의류도 느리게 성장한다. 지의류가 셔츠 단추 크기만 하게 자라려면, 반세기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생명이라는 것이 그저 존재한다는 것을 간과하기 쉽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생명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계획과 희망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부여된 존재라는 스스로의 믿음을 끊임없이 이용하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지의류에게 생명이란 무엇일까? 지의류가 존재하고 싶은 충동은 우리만큼 강하거나 어쩌면 더 강할 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숲속의 바위에 붙어서 수십년을 지..
생명의 행진 화석이 되기는 쉽지 않다. 거의 모든 생물체의 운명은 無로 분해되어 버리는 것이다. 99.9% 이상이 그렇게 된다. 생명의 불꽃이 꺼지고 나면, 생명체가 소유하고 있던 모든 분자들은 다른 생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떨어져 나가거나 흩어져 버린다. 그것이 바로 세상의 이치이다. 사체가 퇴적층 속에 묻혀있어야 화석이 된다. 그래야만 젖은 진흙위에 떨어진 나뭇잎처럼 자국이 남거나, 아니면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분해되거나, 뼈 처럼 단단한 부위가 남고, 그 속에 용해된 광물질들이 채워져서 석질화된 사본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 후에 화석이 들어있는 퇴적층이 지각현상에 의해서 무자비하게 눌리고 접히고 옮겨지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 모양을 유지하고 있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몇천만 년이나, 몇억년이 흐른 후에 누..
작은 세상(2) 땅속에 사는 미생물은 크기가 아주 작고, 아주 게으르다. 가장 활발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한 세기에 한번 분열하거나, 500년에 한번 이상은 분열하지 않는 것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장수의 비결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인 모양이다. 사정이 나빠지면 박테리아는 모든 것을 닫아버리고, 좋은 시절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의 생물들도 전통적인 분류에는 맞지 않는 것들이 있다. 버섯, 사상균, 곰팡이, 효모, 말불버섯과 같은 진균류는 거의 언제나 식물로 취급되지만, 번식과 호흡 방법은 물론이고 자손을 만드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도 식물과 일치하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보면 진균류는 특유의 질감을 주는 키틴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동물과 공통된 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식물과..
작은 세상(1) 박테리아(세균)는 당신의 몸은 물론이고, 우리 주위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박테리아로부터 도망가려고 애를 쓸 필요도 없다. 피부에 붙어서 사는 박테리아는 매일 떨어져 나오는 100억개 정도의 피부 조각과 땀 구멍과 갈라진 틈으로 새어나오는 맛있는 기름과 힘을 북돋워주는 미네랄 성분을 먹고 산다. 그들에게 사람은 가장 이상적인 음식 창고인 셈이다. 내장과 콧구멍에 숨어있는 것과 머리카락과 눈썹에 붙어있는 것, 눈의 표면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이빨의 에나멜에 구멍을 뚫고 있는 박테리아들도 엄청나게 많다. 소화기관에 살고있는 것만해도 적어도 400종에 100조마리가 넘는다. 당을 먹는 것도 있고 녹말을 먹는 것도 있으며 다른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것도 있다. 사람..
생명의 기원(2) 태고의 세계에서는 축하할 일도 많지 않았다. 20억년 동안에 박테리아 정도의 생물체가 유일한 생명 이었다. 생명이 태어나고 10억년이 자니는 사이에 언젠가 사이아노박테리아, 즉 남조균이 물속에 엄청난 양으로 녹아 있어서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었던 수소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들은 물을 빨아들여서 수소를 섭취하고, 폐기물인 산소를 뱉어냈다. 그런 과정에서 그들은 광합성방법을 발명했다. 광합성의 출현은 지구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대사 과정의 발명임이 틀림없다. 광합성을 발명한 것은 식물이 아니라 박테리아였다. 남조균이 번성하게 되면서 세상은 산소로 가득 채워지게 되었고, 당시 세상에 살고 있던 다른 생물들은 산소의 독성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 무산소성..
생명의 기원(1) 단백질은 아미노산을 길게 연결한 것으로, 우리는 많은 종류의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단백질을 만들려면 전통적으로 생명의 기본재료라고 부르던 아미노산을 마치 알파벳을 특별한 순서로 연결해서 단어를 만드는 것처럼 특별한 순서에 따라 연결해야만 한다. 문제는 아미노산 알파벳으로 구성되는 단어들이 엄청나게 길다는 것이다. 콜라겐이라는 단백질을 만들려면 1055개의 아미노산을 정확한 순서로 연결 시켜야만 한다. 단백질은 아무런 지시도 없이 자발적으로 스스로 만들어진다. 바로 그렇게 때문에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간단히 말해서 단백질은 복잡한 것이다. 146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되는 헤모글로빈은 단백질 중에서도 꼬마에 해당하지만, 아미노산을 배열하는 방법은 10¹⁹⁰에 이른다. 단백질이 쓸모가 있으려면 아..
망망대해 맛이나 냄새도 없고 성질도 심하게 변해서 온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치명적이기도 한 ‘산화 이수소’가 지배하는 세상에 적응해서 살려고 애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산화이수소는 당신을 익혀버리가도 하고 얼려버리기도 한다. 유기분자와 함께 섞여 있으면 아주 고약한 탄소거품을 만들어서 나뭇잎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동상의 표면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엄청난 양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면, 인간이 만든 어떤 건물도 견뎌내지 못한다. 그 물질과 함께 사는데 익숙한 사람에게도 때로는 살인적인 물질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물'이라고 부른다. 물은 모든 곳에 있다. 감자의 80%, 소의 74%, 박테리아의 75%가 물이다. 65%가 물로 되어 있는 인간의 경우에도 액체가 고체보다 거의 두배나 더 많다. 물은 이상한 물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