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나 냄새도 없고 성질도 심하게 변해서 온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치명적이기도 한 ‘산화 이수소’가 지배하는 세상에 적응해서 살려고 애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산화이수소는 당신을 익혀버리가도 하고 얼려버리기도 한다. 유기분자와 함께 섞여 있으면 아주 고약한 탄소거품을 만들어서 나뭇잎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동상의 표면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엄청난 양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면, 인간이 만든 어떤 건물도 견뎌내지 못한다. 그 물질과 함께 사는데 익숙한 사람에게도 때로는 살인적인 물질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물'이라고 부른다.
물은 모든 곳에 있다. 감자의 80%, 소의 74%, 박테리아의 75%가 물이다. 65%가 물로 되어 있는 인간의 경우에도 액체가 고체보다 거의 두배나 더 많다. 물은 이상한 물질이다. 우리는 형태도 없고 투명한 물과 오래 전부터 함께 지내왔다. 대부분의 액체는 식으면 부피가 10% 정도 줄어든다. 물도 마찬가지이지만 어느 정도까지만 그렇다. 물이 어는 상태에 아주 가까워지면 오히려 부피가 늘어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얼음이 되고 나면 부피가 거의 10% 정도 늘어난다. 얼음이 되면서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에 얼음이 물에 뜨게 되는 것은 존 그리빈의 말처럼 정말 ‘괴상한 성질’이다. 만약 물이 그런 기막힌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얼음은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이고, 호수와 바다는 바닥에서부터 얼어붙을 것이다. 물속의 열을 붙잡아줄 얼음이 수면을 덮고 있지 않다면, 물이 가지고 있던 온기가 그대로 방출되면서 점점 더 차가위지고 결국은 더 많은 얼음이 생기게 될 것이다. 바다도 곧장 얼어버릴 것이고 아주 오랫동안 어쩌면 영원히 그런 상태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생명체가 살아가기에는 힘든 조건이다.
큰 산소 원자 하나에 두 개의 작은 수소원자가 결합되어 있는 물의 화학식이 H2O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수소원자는 주인인 산소 원자에 단단하게 붙어있으면서도 다른 물분자와 우발적인 결합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물이 없으면 인간의 몸은 빠른 속도로 무너져버린다. 물은 우리의 생명에 너무나도 결정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지구상의 물 중에서 아주 적은 양을 제외한 대부분이 그속에 들어있는 소금 때문에, 우리에게 독성을 그것도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서 소금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아주 적은 양만 필요하다. 바닷물 에는 우리가 안전하게 소화시킬수 있는 양의 70배가 넘는 양의 소금이 들어있다.
소금을 너무 많이 먹으면 몸속의 대사과정에 위기상황이 벌어진다. 갑자기 섭취한 과량의 소금을 묽혀서 제거하려면 모든 세포에서 물분자들이 마치 화재현장으로 달려가는 소방관들처럼 쏟아져 나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세포는 정상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물이 위험할 정도로 부족하게 된다. 세포들은 말 그대로 탈수가 되어버린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탈수 때문에 마비, 의식불명 또는 뇌 손상이 일어난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과부하가 걸린 혈관세포들이 소금을 신장으로 옮겨가야 하고, 결국은 신장도 압도 되어서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신장이 기능을 잃으면 우리 몸은 죽게 된다.
지구상에는 13억1000만 세제곱킬로미터의 물이 있는데 그것이 전부이다. 아무것도 더해지거나 사라질 수 없도록 닫혀져 있다. 마시는 물은 지구가 생겼을 때부터 끊임없이 그런 일을 해왔던 것이다. 바다는 38억년전부터 대체로 지금과 같은 부피를 가지게 되었다. 지구상 물중에서 97%는 바다에 있고 그중의 상당한 부분은 지구표면의 절반이상을 덮고 있고, 모든 육지를 합친 것보다도 더 큰 태평양에 들어있다. 모두 합쳐서 태평양은 바닷물 절반이상을 가지고 있다. 대서양에는 23,6%, 인도양에는 21.2%가 있으며 나머지 바다에 3.6%가 포함되어 있다. 바다의 평균 깊이는 3.8킬로미터이고, 태평양은 대서양이나 인도양보다 300미터 정도 더 깊다. 지구 표면의 60%는 1.6킬로미터 이상의 깊이를 가진 바다로 되어 있다. 필립 볼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은 지구가 아니라, 수구水球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지구에 있는 물의 3%에 불과한 민물의 대부분은 빙하로 존재한다. 아주 적은 양, 정확하게는 0.036% 만이 호수, 바다 , 저수지 등에 들어있고, 더 적은 양 겨우 0.01%만이 구름이나 수증기로 존재한다. 지구에 있는 얼음의 거의 90%는 남극에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그린란드에 있다. 남극에 가면 얼음의 두께가 거의 3킬로미터나 되고, 북극에서는 겨우 4.5미터에 불과하다. 남극 대륙만 하더라도2500만세제곱킬로미터의 얼음으로 되어 있어서 모두 녹아버리면, 바다의 높이가 60미터나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대기중에 있는 수증기가 모두 비가 되어서 모든 곳에 균일하게 내리더라도 바다는 겨우 2.5센미터 정도 올라갈 뿐이다. 아직도 마리아나 해구 깊이까지 들어갈 수 있는 잠수정은 없고, 지구 표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심해 바닥인 심해평원까지 들어갈 수 있는 잠수정은 알빈을 포함해서 다섯척이 있을 뿐이다. 잠수정은 보통 하루에 약 2만 5000달러가 들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바다 속에 들여보내지도 않고, 우연히 무엇인가 흥미로운 것을 찾게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내려보내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1977년 소형 잠수함 알빈은 갈라파고스 제도 근처에 있는 심해분출구와 그 부근에서 대형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들은 분출구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황화수소로부터 에너지와 영양분을 얻고 있는 엄청난 박테리아 군락 덕분에 그곳에서 살고 있었다. 황화수소는 수면에 사는 생물에게는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물질이다. 그곳은 햇빛이나 산소를 비롯해서 일반적으로 생명과 관계되는 모든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광합성이 아니라 화학 합성을 근거로 살아가고 있었다. 분출구에서는 엄청난 양의 열과 에너지가 흘러나온다. 그런 분출구 20여개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는 대형발전소에 버금가는 정도이고, 그 부근에서의 온도 차이도 엄청나다. 분출구의 중앙에서는 온도가 섭씨 440도 정도이지만, 몇 미터만 떨어진 곳의 물은 물이 어는 섭씨0도 정도에 불과하다.
왜 바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짜게 되지 않은가? 바다에는 많은 양의 소금이 있다. 매일 수백만 리터의 민물이 바다에서 증발하지만, 소금은 그대로 바다에 남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해가 갈수록 바다의 염도는 점점 더 높아져야만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무엇인가 늘어나는 만큼의 소금을 바다로부터 제거해 주고 있는 것이다. 지구물리학자들은 바다 속의 분출구들이 어항 속의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이 지각속으로 스며들때에는 소금이 걸러진다. 바다속의 굴뚝을 통해서 깨끗한 민물이 다시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