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은 아미노산을 길게 연결한 것으로, 우리는 많은 종류의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단백질을 만들려면 전통적으로 생명의 기본재료라고 부르던 아미노산을 마치 알파벳을 특별한 순서로 연결해서 단어를 만드는 것처럼 특별한 순서에 따라 연결해야만 한다. 문제는 아미노산 알파벳으로 구성되는 단어들이 엄청나게 길다는 것이다. 콜라겐이라는 단백질을 만들려면 1055개의 아미노산을 정확한 순서로 연결 시켜야만 한다. 단백질은 아무런 지시도 없이 자발적으로 스스로 만들어진다. 바로 그렇게 때문에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간단히 말해서 단백질은 복잡한 것이다. 146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되는 헤모글로빈은 단백질 중에서도 꼬마에 해당하지만, 아미노산을 배열하는 방법은 10¹⁹⁰에 이른다. 단백질이 쓸모가 있으려면 아미노산들이 정확한 순서에 의해 연결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일종의 화학적 종이접기에 따라서 아주 특별한 모양으로 접혀야만 한다. 그런 구조적 복잡성을 만족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스스로 복제를 하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 그런데 단백질은 자기복제를 하지 못한다.
복제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DNA이다. DNA는 복제의 귀재로 몇 초만에 스스로를 복제할 수는 있었지만, 다른 일은 별로 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역설적인 입장에 놓이게 된다. 단백질은 DNA가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고 DNA는 단백질이 없으면 존재의 목적이 사라진다. 그 뿐만이 아니다. DNA와 단백질을 비롯해서 생명에 필요한 다른 성분들은 그것들을 담아둘 일종의 막이 없으면 번성을 할 수가 없다. 원자나 분자들이 독립적으로는 생명을 만들어낼 수가 없다.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가 말했듯이 ‘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을 필요로 한다면, 그렇게 다양한 종류의 분자들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 신체를 구성하는 탄소, 수소, 산소와 같은 모든 성분을 물과 함께 통에 넣어서 심하게 흔들면 완성된 사람이 등장하게 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그런 일은 정말 놀라울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가 ‘눈먼 시계공’에서 주장 했듯이, 아미노산이 한 덩어리로 조직화 되는 데에는 일종의 누적적인 선택과정이 필요했다. 어쩌면 어떤 이유 때문에 두세 개의 아미노산이 서로 연결이 되었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비숫하게 생긴 다른 덩어리와 만나게 되었으며, 그런 과정에서 더 좋은 점이 발견되었을 수 있다.
노벨상을 수상했던 벨기에 생화학자 크리스티앙 드 뒤브의 말처럼 생명은 ‘조건이 적당하기만 하면 어느 곳에서나 출현할 수밖에 없는 물질의 의무적인 발현’이다. 우리가 살아 움직이도록 해주는 화학물질이 놀라울 정도로 특별하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금붕어나 상추나 인간처럼 살아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탄소, 수소, 질소의 네가지 주된 원소들과 주로 황, 인, 칼슘, 철을 비롯한 몇가지 다른 원소들이 조금씩 필요할 뿐이다. 이런 원소들은 30여가지 방법으로 조합하면 당이나 산을 비롯하여 살아있는 어떤 것도 만들수 있는 기본적인 화합물은 만들수 있다. 도킨스가 지적했듯 ‘생물을 구성하는 물질에는 특별한 점이 아무것도 없다. 살아있는 생물도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분자들의 집합일 뿐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지구과학에서 가장 놀라웠던 일 중의 하나는 지구의 역사에서 생명이 얼마나 일찍 출현 했는가를 알아낸 것이었다. 1969년 9월 어느 일요일에 하늘에서 불덩어리가 오스트레일리아 맬버른 북쪽의 골번계곡에 있는 머치슨이라는 마을 위에서 폭발해서 작은 조각으로 떨어져내렸다. 머치슨 운석은 45억년 이나 되었고, 그 속에서 아미노산이 잔뜩 들어 있었다. 모두 74종의 아미노산이 발견되었고 그중 8종은 지구상의 단백질에 쓰이는 것이었다. 2000년1월에 캐나다 유콘의 태기시 호수에 운석이 떨어지는 모습은 북아메리카의 거의 전 지역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 운석들도 역시 우주에 실제로 유기화합물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이제는 핼리 혜성의 약 25%가 유기분자라고 믿고 있다. 그런 것이 지구처럼 적당한 곳에 떨어지게 되면 생명이 출현하기에 필요한 기본요소가 모두 갖추어지게 된다. 지금까지 살았던 모든 식물과 동물들은 모두 동일한 원시생물에서 시작되었다.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먼 옛날에 약간의 화학물질이 생명이 되기 위해서 안달을 하고 있었다. 그 생명은 약간의 영양분을 흡수해서 부드러운 숨을 쉬면서 아주 잠깐동안 삶을 유지했다. 한 생명으로부터 아주 적은 양의 유전물질이 다음 생명에게도 전해졌고, 그 이후로는 그런 일이 한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