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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생명의 기원(2)

태고의 세계에서는 축하할 일도 많지 않았다.  20억년 동안에 박테리아 정도의 생물체가 유일한 생명 이었다. 생명이 태어나고 10억년이 자니는 사이에 언젠가 사이아노박테리아, 즉 남조균이 물속에 엄청난 양으로 녹아 있어서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었던 수소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들은 물을 빨아들여서 수소를 섭취하고, 폐기물인 산소를 뱉어냈다. 그런 과정에서 그들은 광합성방법을 발명했다. 광합성의 출현은 지구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대사 과정의 발명임이 틀림없다.  광합성을 발명한 것은 식물이 아니라 박테리아였다. 남조균이 번성하게 되면서 세상은 산소로 가득 채워지게 되었고, 당시 세상에 살고 있던 다른 생물들은 산소의 독성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 무산소성 생물의 세계에서 산소는 독성이 매우 강하다. 실제로 우리의 백혈구는 산소를 이용해서 박테리아를 죽인다. 

 

산소가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에게는 산소가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게 들리겠지만, 그렇게 된 것은 우리가 산소를 활용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다른 생명체들에게 산소는 두려운 존재다.  버터가 상하고 쇠가 녹이 스는 것도 모두 산소 때문이다. 우리도 어느 정도까지의 산소만을 견뎌낼 수 있다. 우리 세포속에서의 산소농도는 대기중의 산소 농도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새로 출현한 산소를 사용하는 생물체는 두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산소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더 효율적인 수단이기도 했지만, 경쟁상대가 되는 생물체를 제거해주기도 했다. 수를 알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물들은 적응에 실패해서 죽어버렸다. 남조균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처음에는 그들이 만들어 내는 여분의 산소가 대기중에 축적되는 대신에 철과 결합하여 산화철이 되어 원시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세상은 수백만년에 걸쳐서 문자 그대로 녹이 슬었다. 그런 역사는 오늘날 세계의 철광석을 제공해 주고 있는 띠 모양의 철광상( 땅속에 유용한 광물이 천연적으로 모여서 채굴의 대상이 되는 부분)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약 35억년 전에 무엇인가 획기적인 일이 일어났다.  얕은 바다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눈에 보이는 구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상의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남조류들은 아주 조금 더 끈적끈적해졌고, 그래서 먼지와 모래처럼 작은 입자들이 달라붙어서 단단한 구조를 만들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스트로마톨라이트이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매트리스라는 뜻의 그리스에서 유래되었다. 모양에 상관없이 그들은 일종의 살아있는 이었고 세상에서 최초로 협동에 의한 삶을 보여주었던 예였다. 표면에 노출되어서 살거나, 그 속에서 사는 다양한 종류의 원시생물체들이 서로에 의해서 만들어진 조건을 이용해서 살아가고 있었다. 세상에 처음으로 생태계가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무디게 보이는 돌들은 생명체로 가득차 있고, 제곱미터당 36억마리의 생명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억년 동안에 그렇게 배출된 산소가 지구 대기의 산소를 20%로 끌어올림으로써 다음 단계의 더욱 복잡한 생명의 역사가 시작될 수 있었다. 생명에 복잡하게 진화하는 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던 한 가지 이유는 단순한 생명체들이 대기중에 충분한 양의 산소를 불어넣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포티에 따르면 동물들은 움직이기에 충분한 양의 에너지를 얻을 수가 없었다. 대기중의 산소 농도가 대체로 오늘날의 수준으로 늘어는 데에는 지구 역사의 40%에 해당하는 20억년 정도가 걸렸다. 산소농도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자 새로운 형태의 세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핵과 세포기관이라는 작은 몸을 가진 세포가 출현했다. 모험심이 강한 박테리아가 포획되어 미토콘드리아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이용해서 영양분으로부터 에너지를 방출시킨다. 우리는 미토콘드리아가 없으면 2분 이상 살 수가 없다. 그러나 10억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미토콘드리아는 우리와는 함께 살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해 왔다. 미토콘드리아는 그 자신만을 위한 DNA를 가지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주인 세포와는 다른 시기에 번식을 한다. 그들은 박테리아처럼 생겼고, 박테리아처럼 분열되고, 때로는 항생제에 대해서 박테리어처럼 반응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서 그들은 자기 보따리를 따로 챙겨두고 살고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고있는 세포가 사용하는 유전언어도 함께 쓰지 않는다. 마치 집안에 손님을 모셔둔 것 같지만, 그 손님은 10억년동안 함께 살아왔다. 새로운 형테의 세포를 진핵세포라고 부른다.  구식의 세포는 핵이 생기기 전이라는 의미로 원핵세포라고 한다. 진핵세포는 원핵세포보다 크다. 결국 1만배나 더 크게 되었고, 1000배나 더 많은 DNA를 가지고 있다. 세상은 점점 식물처럼 산소를 배출하는 생물체와 인간처럼 산소를 소비하는 생물체의 두 종류가 지배하게 되었다. 결국 진핵생물은 더욱 독특한 마술을 배우게 되었다. 함께 모여서 복잡한 다세포 생물을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 혁신 덕분에 크고, 복잡하고, 눈으로 볼 수도 있는 우리와 같은 생물이 태어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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