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이 되기는 쉽지 않다. 거의 모든 생물체의 운명은 無로 분해되어 버리는 것이다. 99.9% 이상이 그렇게 된다. 생명의 불꽃이 꺼지고 나면, 생명체가 소유하고 있던 모든 분자들은 다른 생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떨어져 나가거나 흩어져 버린다. 그것이 바로 세상의 이치이다. 사체가 퇴적층 속에 묻혀있어야 화석이 된다. 그래야만 젖은 진흙위에 떨어진 나뭇잎처럼 자국이 남거나, 아니면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분해되거나, 뼈 처럼 단단한 부위가 남고, 그 속에 용해된 광물질들이 채워져서 석질화된 사본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 후에 화석이 들어있는 퇴적층이 지각현상에 의해서 무자비하게 눌리고 접히고 옮겨지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 모양을 유지하고 있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몇천만 년이나, 몇억년이 흐른 후에 누군가에 의해서 발견 되어서 귀중하게 보관되어야 한다.
우리 뼈의 화석이 하나라도 발견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러니까 화석은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정말 희귀한 것이다. 지구에 살았던 거의 대부분의 생물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어느 경우 이거나 우리가 오늘날 확보하고 있는 화석은 지구가 탄생시켰던 생물종중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육상동물이 들판에 쓰러지고 나면, 다른 동물에 의해서 먹히거나 썩거나 아니면, 오랜세월에 걸쳐서 바람에 날려 가버린다. 따라서 화석기록의 대부분은 거의 언제나 해양생물들이다.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화석의 95%는 물속에서 그것도 얕은 바다에서 살던 동물의 것이다. 삼엽충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처음 나타난 시기는 곧, 고등생물들이 갑자기 터져나와서 일반적으로 캄브리아 대변성기라고 알려진 대략 5억4000만년전이었다. 그리고 나서 삼엽충은 3억년 정도 지난 후에 아직도 신비에 쌓여있는 페름기의 대멸종기에 다른 많은 생물들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삼엽충이 살았던 기간은 역시 역사상 가장 성공한 생물이었던 공룡이 생존한 기간의 두 배에 해당하는 3억년이나 된다. 포티에 따르면 인간이 존재한 기간은 그것의 0.5%에 불과하다.
영국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캄브리아기는 동물들의 신체구조에 대해서 전례없는 혁신과 실험이 이루어졌던 시기였다. 거의 40억년에 걸쳐서 생물들은 특별한 방향의 복잡성을 추구하지도 않고 빈둥 거렸다. 그러다가 500만년에서 1000만년의 짧은 기간 동안에 오늘날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모든 기본적인 신체의 디자인이 한꺼번에 만들어졌다. 오늘날 선충류에서부터 캐머런 디아즈에 이르는 모든 생물들이 캄브리아기의 잔치에서 처음 만들어진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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