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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行到處 至至發處 도봉산 Y계곡을 올라서면 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도봉산 정상이다. 온 세상이 한 눈에 보인다. 하늘이 푸른 날은 기분 은 더 없이 좋다. 산을 오르면 좋은 것은 온 세상이 한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또 스스로를 성찰하게 하고, 이 세상을 품을 수 있을 만큼 마음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복잡하고, 모든 것이 불분명한 미로 같은 인생도 좀 더 크게 보고, 좀 더 길게 보면, 단순해 진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신라 의상대사가 화엄경을 요약한 것이 법성게이고, 법성게를 8자로 요약한 것이 '行行到處 至至發處'이다. '걸어도 걸어도 그 자리고, 가도가도 떠난 자리다' 인간이 제 아무리 날고 뛰어도 그 자리가 그 자리다.
대화 여수 밤바다. 아내가 갑자기 여수밤바다 보러 가잔다. 별 계획없이 나선다. 좀 멀다. 요즘은 여행하기 정말 편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를 어떻게 가고, 어디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관광안내까지 모든 것을 알려준다. 누구에게 물을 필요가 없다. 여행은 만남이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 새로운 맛집 등등. 예전에는 여행 한번 하려면 정보 수집하고 경험자에게 묻고, 지도 보고 어디를 어떻게 갈것인지 계획하고. 현지 가서도 많이 묻고 그래서 인연도 만들어 지고, 그렇게 누군가를 만났다. 이제 누구에게 아쉽게 물을 필요가 없다. 대화가 필요 없다. 만남이 없다. 업무적인 일 이외에 누구와 대화할 필요를 못 느낀다. 괜히 이야기하다 보면 상처받고, 시비가 생기고, 차라리 개나 키우지. 필요하면 구글에 묻고,..
기운 청남대. 무덥고 짜증나는 날의 연속이다. 시원한물과 숲이 함께 있는 곳을 생각하다 청남대를 찾았다. 대청호 호수가의 시원한 숲길을 기대하며. 그러나 청남대내의 대청호수 산책길은 날파리 같은 벌레들이 이미 점령하고 있다. 바람은 막혀 있고, 물은 썩었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면 오장육부가 작동하여 영양분을 각 기관에 공급한다. 오장육부가 건강하게 작동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좋은 기운이다. 햇빛, 바람, 물,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환경의 기운이다. 나는 삶에서 이 기운氣運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산을 자주 찾는 이유도 그러하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따스한 햇살, 계곡 물소리, 새소리, 나무, 꽃, 풀의 향기. 내 감각기관을 통해 느껴지는 이러한 기운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하지만 인..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수년전 서울에서 이런 하늘을 보았다. 비바람 세차게 불면, 이런 하늘을 기대한다. 그 이후로는 본 기억이 없다. 수년전 이제 은퇴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 그때 이런 하늘을 보았다. 그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은퇴후 '어떻게 살것인가?' 나는 인간의 삶을 4단계로 구분해 생각한다. 부모에게 의존하여 스스로 살아갈 능력을 배우는 시기,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시기, 그리고 은퇴하여 어느 정도 삶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시기, 마지막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시기다. 각 삶의 단계는 그 환경이 많이 다르다. 그러한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기 위해 인간은 배워야 한다. 다른 삶의 환경으로 건너가기 위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공부다. 은퇴후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도, ..
학랑소(謔浪笑) 금학산에서. 금학산은 고대산, 지장산과 이어진다. 그 산봉우리들 사이로 담터계곡이 길게 이어져 캠핑족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추석때 쯤 금학산에서 내려다 보면 황금벌판을 볼 수 있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 황금빛을 발하지는 못하지만,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불어온다. 요즘 길지 않은 산행에도 가끔 무픞과 어깨 통증을 느끼면서 언제 이 산을 다시 찾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길지 않은 세월 뭐 그리 탐할 것이 많고, 뭐 그리 아쉬운가? 그냥 내가 지은 밥 잘 먹고, 잘 싸고, 잠 잘 자면 뭘 더 바라겠나 싶다. 그리고 내 육신과 정신이 아직 건강하고, 내가 읽을 책이 있고, 내가 즐길 자연이 있는데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학랑소(謔浪笑) -김시습(金時習) 나는 안다, 나..
용마산에서. 강남방면으로 약속이 있어 나가는날 하늘이 높고 푸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바로 용마산을 올랐다. 수도권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차산과 이어지는 용마산도 정말 많이 올랐지만 휴일이 아닌 날 오르기는 처음이다.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지금 바라보는 풍경은 또다른 새로움이다. 이래서 산을 찾고 자연을 찾는다. 우리의 삶에 뭔가 새로움이 있어야 열정을 갖게 하고 감동하게 한다. 그 새로움이 다음을 기대하게 하고, 희망을 갖게 한다. 세상은 계절따라, 날씨 따라, 시간에 따라, 또 내 기분에 따라, 다른 색깔, 다른 형태를 보여준다. 여행을 가는 것도,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또다른 새로운 뭔가를 찾아가는 것이다. 새로운 그 무엇이 나를 새롭게 하고, 또 어제와 다른 나는 똑같은 것들에 대해서..
우주의 운행이치 관악산에서. 햇살에 눈이 부시고 푸른 하늘에 눈이 시리다. 오랜만에 혹시 노을지는 아름다운 서울의 풍경을 볼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오후에 산을 오른다. 저녁 햇살 속의 도시는 참 많이 포근해 보인다. 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도시는 평화롭기만 하다. 서서히 어둠은 한낮 동안 오염된 도시의 모든 것들을 정화시킨다. 지금 도시의 풍경은 충분히 행복해 보인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이 들고, 달은 또 찼다가 이저러지고, 여름의 무성함이 가고, 가을의 수확이 낙엽과 함께 지면, 서리 내리고 눈내리는 겨울이 오고, 봄이 오면 또다시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고.....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해와 달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끝없는 순환이 우주의 운행이치이고 모든 존재가 生하고 또 滅하는 이치다...
감성 단풍과 암봉이 어우러진 가을 풍경이 일품인 산이다. 현등사를 중심으로 좌 청룡능선, 우 백호능선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10월말 쯤이면 그 경치가 절정이다. 이른 아침, 흐리고 안개 자욱 하던 날씨가 오후에는 파란하늘, 단풍, 바위, 바람과 함께. 나만의 공간에 황홀해진다. 세상은 내가 인식하는 것보다 항상 훨씬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내가 인식하는 것은 그 중 아주아주 일부일 뿐이다. 자연은 언제나 흥미로운 것들을 쏟아낸다. 산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마치 내가 항상 대단한 특권을 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양성의 바다에 마음을 열면, 내가 함께 느낄 수 있다면, 그 공간에서 나는 몰입하고, 황홀해진다. 그러한 감성을 키우는 것이 예술이다. 그림, 문자, 소리로 표현하려 노력하는 과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