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학산에서. 금학산은 고대산, 지장산과 이어진다. 그 산봉우리들 사이로 담터계곡이 길게 이어져 캠핑족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추석때 쯤 금학산에서 내려다 보면 황금벌판을 볼 수 있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 황금빛을 발하지는 못하지만,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불어온다. 요즘 길지 않은 산행에도 가끔 무픞과 어깨 통증을 느끼면서 언제 이 산을 다시 찾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길지 않은 세월 뭐 그리 탐할 것이 많고, 뭐 그리 아쉬운가? 그냥 내가 지은 밥 잘 먹고, 잘 싸고, 잠 잘 자면 뭘 더 바라겠나 싶다. 그리고 내 육신과 정신이 아직 건강하고, 내가 읽을 책이 있고, 내가 즐길 자연이 있는데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학랑소(謔浪笑) -김시습(金時習)
나는 안다, 나는 안다
박수치며 깔깔대고 한바탕 웃게 하는 것들을
고금의 잘난 모든 이들이 본질을 잃으니
맑은 개울가에 초가집 짓고 사는 것만 못하구나.
험한 길 발 붙이려 분주하지만
편히 앉아서 아침 햇볕 쪼이는 것만 못하구나.
인생백년, 고작 기장밥 익는 시간
담소에도 뽕나무로 거북 삶는 걸 경계하고
(말조심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뜻)
백 가지 일 마치면, 천 가지 일 생기리니
가만히 앉아서 잊어버림만 못하리라.
푸른 산 높고, 푸른 개울은 넘실넘실
홀로 노래부르고, 홀로 춤 추며
근심도 즐거움도 모두 잊는다.
혹 쓰러지고 혹 눕고, 혹 걷고 혹은 주저 앉고
혹 땔감 줍고 혹은 베며, 혹은 열매 따고
한 벌 베 적삼에 반쯤 팔뚝이 드러난다
앙상한 뼈, 솟아 오른 힘줄 옴딱지 붙어있다
갓은 남루하고, 갓끈은 늘어져 있고
내 눈에 남과 내가 보이지 않네
달따라 거닐며 길게 노래 부르니 춤이 절로 나누나.
골짜기, 구름 자욱한 곳으로 웃으며 가네.
원문은 한문으로 된 시인데 내가 대충 정리한 것이니
알아서 이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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