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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에세이

하늘과 바람과 달을

 

오랜 세월 오며 가며 지내도 정이 가지 않고 떨떠름한 경우가 있다그런가 하면 오래 사귀지 않았는

데도 서로 마음의 길이 이어져 믿고 따르는 사이도 있다. 맹목적인 열기에 들떠 결점도 장점으로

착각하기 일쑤지만, 그 열기가 가시고 나면 밝은 눈으로 실체를 볼 수 있다세월이 눈을 뜨게 한다.

 

해마다 겪는 여름철 더위인 데 방송과 신문마다 몇 년만의 찜통 더위라고 호들갑을 떨기 때문에 사람

들은 기가 질려 더위를 더 탄다. 여름이 더운 것은 당연한 계절의 순환이다. 여름이 덥지 않고 춥다면

그것은 이변이다.

 

경제대국들의 과도한 산업화에 따른 과소비로 인해 지구환경은 스스로 조절하며 균형을 유지해

오던 그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화석 연료는 사람이 만들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은 한번 쓰면 그것

으로 끝나는 재생 불가능한 지구 자원이다. 현대 문명은 언제 고갈될지 모르는 화석연료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석유,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그 자리에서 멈추어 폐허로 돌아갈지 모른다. 이와 같이. 지속이

보장되지 않는 아주 허약하고 위태로운 문명이다

 

덧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언젠가 자기의 일몰 앞에 설 때가 반드시 온다그 일몰 앞에서

삶의 대차대조표가 훤하게 들어날 것이다. 그때는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 그때는

이미 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는 꽃 향기 골짜기에 가득하고

우짖는 새소리 숲 너머에서 들려 온다.

그 절은 어디 있는가?

푸른 산의 절반은 흰구름이어라.

 

늦은 봄날 절 안의 한가로운 풍경이다. 꽃이 지고 새소리 들려 오는 곳. 그런 절이 어디 있는가 묻는

이에게 푸른 산의 절반이라고 슬쩍 비켜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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