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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不失其所者久

不失其所者久 부실기소자구

자기의 위치를 잃지 않으면 오래 간다이게 무슨 의미일까? 언제 어디에 있든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아마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자기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생각합니다. 이것이 자기의 존재감을 지키는 일입니다. 노년의 소임은 무엇일까요? 노년에 나는 무엇으로 나를 지킬까? 새해를 맞으면서 나의 화두話頭입니다

이번 겨울, 눈 내리는 날 아침 우리 동네 사진입니다.
인간은 태어나면 줄곧 죽음을 향해 걸어갑니다. 인생이란 그런 과정입니다. 모든 사람이 줄지어 천천히 걸어가고 그 길의 끝에는 삶의 종점이 있습니다. 나에게도 이제 그 종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일상에서 온 몸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나를 침울하게도 하지만 성찰하게도 합니다.
 

 

노년이 되면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그게 에너지 소비가 적기 때문입니다. 노년이 되면 몸도 정신도 활동이 저하됩니다. 노년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몸과 정신 활동을 살리는 것이라 나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몸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하고,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성찰해야 합니다.
 
지금 건강하게 일상의 삶을 살고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삼시세끼 거르지 않고 비바람 피할 집이 있고, 가족들 모두가 큰 탈 없이 건강하니 지금 나는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내 삶도 나는 기적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5년 10년 15년, 언제까지 내 육체와 정신이 온전하게 살 수 있을까?
 
젊었을 때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활동적이었던 삶이 좋았습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그런 삶은 점점 나에게서 멀어져 갔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친구들과의 만남 등의 사회적 관계에 신경 쓰는 것이 피곤하고 공허했습니다. 모임에 갔다 돌아오는 길이 왜 그리 공허한지? 한 동안은 홀로 있다는 게 힘들었고, 모임에 가지 않으니 친구들에 대해 무관심했던 죄책감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할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모르고 방황했습니다. 성공적인 노년을 위해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다들 말합니다. 정말 많은 인간관계가 풍요로운 삶인가?
 
이제 피상적인 관계의 짐을 내려놓고 내 삶의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려 합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지금 나는 잘 지내고 있는가? 내가 살고 싶은 내 삶의 방식은 무엇인가?
 
인간에게는 일정한 에너지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그 에너지도 점점 줄어갑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육체적으로 별 하는 일 없이 하루 종일 그렇게 좋을 수 없는 손자를 보는 것조차도 힘이 듭니다. 지금은 사회적 관계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면서 자연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내 에너지를 나를 위해 쓰게 됩니다.
 
홀로 있는 시간이 많으니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지금은 나에게 묻고 답하며 나와 대화합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이게 공부 아닌가!! 사회적 기대를 위해 무엇을 하는 대신,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더 집중하려 합니다. 산책, 독서, 사고 습관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나만의 시간을 갖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 친구가 되고자 합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 특별히 이루고자 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렇게 살다 어느 날 갑자기 ‘그냥 죽었다’ 그게 내가 바라는 죽음입니다.
지난 해까지 2년 동안 초등학교 아이들 돌보는 일을 해왔습니다. 새해에도 계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내가 하는 일은 경제적으로도, 사회적 지위도, 일하는 환경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해도 정말 별 볼일 없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나에게 아이들이 함께 있어 좋았습니다. 나를 보고 해 맑게 웃어주고, 나에게 말을 걸고, 혹 서운하게 대하면 ‘쎔과의 관계가 이것밖에 안되느냐’며 투정하고 애교를 부리는 아이들이 너무 고맙고 귀엽습니다. 새해가 되면 간혹은 아이들에게 새해 인사문자를 받으면, 혼자 감격하며 생각합니다. 정말 나는 노년을 잘 보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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