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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섹스 (알랭드 보통 지음,

사랑과 섹스

섹시함도 고상하고, 심오해 질수 있는가? 어떤 사람이 섹시해서 마음에 들더라도 그 사람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가까워진 후에 그런 호감을 밝혀야만 한다. 첫눈에 사랑에 빠져서는안된다. 우리 사회는 사람들을 내면과 외면으로 이루어진 존재로 생각하며, 내면을 외면보다 더 특별하게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체적인 측면이 운명과 욕망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눌만한 시간을 가져보기 전에 그 사람과 자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릴 수도 있다. 패션은 예술의 한 형태로서 좀더 야심찬 임무도 맡고 있다.  여자들에게 다양한 의상을 제공해줌으로써, 호감에 대한 여러가지 관점을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패션의 특성을 통해 나름의 가치관, 윤리관, 심리적 성향 등을 드러내준다.

 

사람들은 저마다 성적 취향이 왜 그렇게 천차만별일까?  사람들은 왜 특정 화가를 다른 화가보다 더 열렬히 선호하는 걸까?  독일 미술사회학자 빌헬름 보링거의  ‘추상과 감정이입’에 따르면 '우리는 누구나 성장하면서 내면의 무언가가 결여되기 마련이다. 모든 미술작품에는 특유의 심리학적, 도덕적 분위기가 담겨있다. 그림에 따라 평온하거나, 불안하거나, 과감하거나, 조심스럽거나, 절제 되거나, 대담하거나,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이거나, 세속적이거나 고상하다.  이런 여러가지 특징들 중에서 우리가 어떤 분위기를 선호하는지 살펴보면, 우리의 심리적 내력이 거기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우리가 미술작품에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 삶에 결여되어 있는 특정한 속성이다.  어떤 작품이 심리적으로 결핍된 가치를 채워줄때, 우리는 그 작품을 보고 아름답다고 감동한다.  반면 위협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나 고압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을 대할  때는 보기 싫다는 반감이나 거부감을 갖는다.

 

예술작품에 대한 풀이와 같이 섹스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해 볼 수 있다.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었거나 혹은 성장 과정에서 뜻밖의 사건으로 인해 우리가 불균형상태가 된다면 마음속의 어떤 부분에서는 넘치고 또 어떤 부문에서는 너무 부족해졌다.  걱정이 너무지나칠 수 있고, 너무 독단적 일 수 있고, 너무 남성적이거나 너무 여성적일 수 있다. 그래서 상대에게 자신에게 없는 보완적인 특징을 찾아냈을 때 그 사람을 섹시하다고 느끼고, 자신의 불균형 측면을 더 자극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감을 갖게 된다. 사랑과 섹스에 대해 입밖에 꺼내어 분명히 밝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 개방적인 세상이 되었다해도 말이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에둘러 말하거나, 조심스럽게 회피 하면서도 자신의 욕구를 감춘다. 그러다 보면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해서 상대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절망과 죄책감으로 괴로워 한다. '평생 당신을 사랑하면서 소중히 지켜주고 싶어요'하고 말하고 싶어도 왠지 이런 말은 남자답지 못한 것 같다.

 

속마음을 정확하게 털어놓지 않아도 어떻게든 그 바람대로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애매한 태도는 결국 배신으로 끝나거나, 헛된 기대만 키우다가 허무하게 엇갈려버리기 일쑤다.  좀 더 행복한 결말을 맞이 하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두 사람 중 누구에게든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말아야 한다.  두 사람이 남들의 시선이나 도덕적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바람을 자유롭게 밝힐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섹스에 대한 욕망과 사랑에 대한 욕망이 평등한 지위를 갖고 도덕적 허식을 걷어치울 때다. 사랑과 섹스는 누구나 자유롭게 느낄수 있는 욕망이며, 동등한 가치와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사랑이든 섹스든 상대의 이성에게 그 욕망을 갈구하기 위해 억지로  거짓을 꾸미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상대에게 섹스에 대해 거절을 당했을 때 낙담과 좌절을 훌훌털고, 무너진 정신과 자존감을 추슬러야 한다. 거절의 이유가 무엇이든 상대는 단지 우리의 몸에 흥분을 느끼지 못한 것일 뿐이다. 그런 거절은 이성의 힘이 닿지 않는 무의식과 억압된 잠재의식에 따른 판단이므로 이성적으로 바꿀수 없다. 이런 점을 인식하고, 그것으로 위안으로 삼으면 된다. 거절하는 사람은 일부러 우리를 괴롭히거나, 못되게 굴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달리 어쩔수 없어서 거절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흥분을 느낄 것인지는 자기 마음대로 정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우리의 성적 영역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성은 그것을 바꾸도록 설득할 수 없었을 이다. 이성에게 거절 당할때 생기는 고통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곳엔 그 거절을 도덕적 판단으로 해석해 버리는 나쁜 버릇이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단순히 우연에 불과할 수 있는 일을 두고, 괜한 고문을 하는 셈이다. 잘풀리지 않는 그 일을 사소한 불운으로 인정 해라. 그녀에 거절 당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뭔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변덕스러운 불운 때문에 연애의 들판에 홍수가 나 휩쓸려 가버린 것이다. 오늘은 일찍 자고 싶다고 말하는 연인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 고통에 휩쓸려 있을 때는 힘들겠지만 'NO'가 그냥 'NO'일 뿐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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