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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섹스 (알랭드 보통 지음,

맺음말

우리는 모순에 빠지거나 감상에 치우쳐서, 또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서 어쩌다 간혹 발광하듯 무분별한 방향으로 감정을 폭발시키고 만다. 그런 감정까지 일일이 존중한다면, 일관된 삶을 이끌어갈 희망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우리의 감정은 복잡한 작용으로 혼란스러워진 상태이므로 오히려 잠깐 잠깐 찾아오는 이성적인 시간 동안에 고수할 만한 기본원칙이 절실히 필요하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른 쪽에게 도덕적 책임을 집요하게 따지고,  ‘탈선의 충동을 느낀다니 역겹고 기막히다’며 독선적인 조롱을 쏟아낸다. 부부가 자신들의 삶이 결혼이라는 감옥에 갇혀있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외도의 충동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것도 두 사람 모두가 날마다 감사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기적이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굉장한 자제심과 관대함을 베풀며, 바람을 피우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말고, 가슴에 새겨야 한다. 

 

성욕이란게 없다면 우리는 훨씬 더 행복했을지 모른다. 살아가는 동안 거의 평생 성욕 때문에 골치를 썩고 괴로워해야 하니까 말이다.  물론 섹스 문제에는 또 다른 면도 있어서,  황홀경과 새로운 발견의 세계를 열어주기도 한다. 섹스는 우리를 집밖으로 그리고 우리 자신의 바깥으로 나돌게 한다. 성욕이란 게 없었다면, 우리가 할 일은 훨씬 적어질 것이다. 성욕이 없다면 우리 경제의 상당부분이 무의미 해질 것이다. 성욕이란 것이 없었다면, 우리는 너무 안전해서 탈이었을 것이다. 가령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느끼지 못했을 것이고, 거절과 치욕에 대해 절절히 깨우쳐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저 고상하게 나이들며 평온한 삶에 길들여져서 세상사를 훤히 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한편 성욕은 힘, 지위, 돈, 지성에 따른 통상적 위계를 무너뜨리고 혼란을 야기한다. 어느 여자 사원 때문에 이성을 잃기도 하고, 아이돌 그룹 이름을 외우고, 경멸했던 것에 관대해지기도 하고, 자신의 어리석음과 인간다움을 스스로 인식하게 된다. (성욕은 때로는 무미건조한 인생에 가하는 일탈 같은 거다.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끔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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