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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허버트 스펜

커리큘럼 재구성 (2)

 

 무언가를 익힌다는 데에는 두가지 가치가 있다. 지식과 훈육으로서의 가치이다. 지식과 훈육은 커리큘럼을 거론할 때, 아울려 고려해야 할 개념이기도 하다.  예컨대 인생은 다양한 활동으로 구분되고, 중요도가 낮아지는 순서에 따라 여러 활동을 본질적으로 본질과 유사에게 혹은 보편적으로 규정한다. 이런 활동을 규정하는데 영향을 주는 주체를 지식과 훈육으로 본다. 실수가 잦은 인간의 손에 맡기기에는 너무도 중대한 문제가 교육인지라, 자연이 이를 스스로 감당하고 있다. 아기는 시기마다 직접적인 자기보존을 위한 지식을 습득하느라 바쁘다. 어떻게 몸이 균형을 잡고 움직임을 제어하고, 충돌을 피할지 어떤 물체가 부딪치면 아플지 ....  경험을 체득하고, 훈육을 수용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자연재해로 입는 피해도 그렇지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는 상해, 즉 생리법칙을 어긴 탓에 걸린 질병이나 죽음 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삶을 완성해 가려면 갑작스레 목숨을 을 잃는 사고뿐만 아니라, 백해무익한 습관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이나, 건강을 서서히 악화시키는 일도 피해야 한다. 건강과 활력이 없다면 직장인, 부모, 사회인 등의 역할은 조금도 감당해낼 수 없으니까 말이다.

 

몸이나 머리가 피곤해지면 일을 중단하고, 폐쇄된 공간에 있으면 답답해서 환기를 시키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면 신체기관은 언제나 정상으로 돌아간다. 생명원리에 무지한 사람은 오감이 안전의 길잡이라는 사실을 알 리가 없다. 자연은 건강을 지키는 안전장치를 제공했지만 무지한 인간이 이를 무용지물로 만든 셈이다. 자연적인 통증과 피로, 우울증, 시간과 돈 낭비도 문제겠지만, 건강이 나빠지면 본분에 얼마나 큰 차질이 빚어질지 상상해보라. 업무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 데다 마비될 때도 더러 있을 테고, 분노를 참지 못해육아도 그르치며, 시민다운 역할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여가도 즐거울리 없다. 그러한 인생은 비운을 맛보는 것뿐만 아니라, 돌연 종국에 이르기도 한다. 사람이 질병이나 장애를 극복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모든 경우를 통털어 피해는 죽을 때까지 지속되게 마련이다. 건강을 지킴으로써 직접적인 자기보존에 보탬이 되는 지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 문명에서는 인간의 욕구가 일탈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뻔히 알면서도 당장의 만족을 위해 장래의 결과를 도외시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건강의 원리는 우선 머리로 깨달아야 완벽히 적용할 있으므로 건강한 삶에 대한 지식이 전해져야 마땅하다. 건강과 왕성한 혈기는 행복을 구성하는 최대변수이고, 이를 관리하는 요령을 가르치는 것은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경제력을 늘려 결과적으로 간접적인 자기보존에 도움이 되는 지식은 굳이 그 가치를 역설할 필요가 없다. 생업에 적합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에 모두 동조하고, 이를 최우선으로 여길테지만 정작 이를 위한 어떤 교육이 적합한지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독서, 작문, 산수는 실용성이 인정되어 교과로 채택 되었다. 학교를 졸업한 남자들이 고용될 분야는 어딜까? 대부분 제품 생산과 가공, 혹은 유통분야이다. 그렇다면 생산, 가공, 유튱의 효율성은 무엇이 결정할까? 늘 그렇듯이 제품의 성질에 맞는 방법을 활용하고 물리적, 화학적인 특성을 충분히 파악해야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즉 과학이 효율성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다. 고도의 건축 기술에도 수학이 필수다. 천문학에 응용되는 기하학은 항해술을 발달시켰다.

 

기하학 덕분에 인구 대다수를 먹여 살리고 무역업이 가능해진 셈이다.  수학과 물리학은 수백만명의 노동력과 맞먹는 증기기관차를 세상에 내놓았다. 인간의 생업과 훨씬 관계가 깊은 분야는 단연 화학이다. 생물학도 간접적인 자기보존에 근본적으로 관계가 있다.  농업에서는 동식물 생장에 맞게끔 농사법을 적용해야 하므로 이를 구해야 하는 생물학이야말로 농업의 근간이다. 금융시장 현황을 매일 확인하고, 현재 시세를 훑어보고,  수익성이 있어 보이는 옥수수, 면화, 양모를 논하고,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등 여러 데이터를 감안하여 상업활동을 결정하기 위해 사회학이 필요하다. 판단의 옳고 그름에 따라 수익을 내기도 손해를 보기도 한다. 제조업자와 상인은 각종 데이터를 통해 사회의 보편적인 원리를 깨닫고, 수요와 공급을 계산하여 이를 거래의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제품의 생산이나 거래 혹은 유통분야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해당 부서와 관련된 과학지식에 친숙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 산업에든 직간접적으로 발을 담근 사람은 수학, 물리학, 화학에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간접적인 자기보존의 성패는 한두개 이상의 과학지식에 크게 좌우된다. 합리적인 지식이 아니라, 경험으로 체득한 지식으로도 그렇다. 과학의 기초교육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