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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노예(로버트 라이시, 오성호

사회의 선택(2)

다른 한 쪽은 가속페달을 계속 밟아 차가 질주 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빠른 성장, 가장 빠른 이동이나 전환의 길을 갈 수 있다. 우리 모두는 거대한 전세계 네트워크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 수입은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즉석 경매에 의해 좌우 될 것이다. 규제, 보험, 여러 혜택 등의 정부지원은 분류과정이 효과를 발휘함에 따라 모두 없어질 것이다. 각 국가의 최고의 부자에서 빈민에 이르기까지의 범위는 전세계의 부와 가난의 가장 넓은 범위를 그대로 반영할 것이다. 그 범위 내에서 자신의 위치는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자신을 판매했는지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물질적인 부는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우리 사회는 여러 갈래로 나눠지고 심하게 분류될 것이다. 어느쪽을 선택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양극단은 매력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두 극단 사이의 균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두 극단 사이의 최선의 사회적 균형은 무엇일까?

 

균형이 잡혀있는 사회라면 과거의 일자리, 지역사회 혹은 여러 관계를 그대로 보존한다거나, 그 반대로 가속페달을 밟고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려보는 쪽을 택하기보다 다음 몇가지 목표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갑작스러운 경제적 충격에 대한 완충장치를 제공한다. 종잡을 수 없는 신경제로부터 개인과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선택을 방해 하고 이동을 막는데 있어 신러다이트 방법보다 더 온건한 방법이 있다. 갑작스러운 실직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은 일자리를 얻게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현재 아무런 일자리가 없다면 공공서비스직으로 그 빈 자리를 메울 수도 있다. 게다가 실업보험은 소득보험으로 대체해 수입이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해가 빠뀌면서 수입이 50% 감소했다고 하자. 소득보험은 차액의 절반 정도를 보상해 주는 것이다. 해가 바뀌어 수입이 그 증가분의 일부를 소득보험 기금에 적립하는 것이다. 이런 소득보험은 가난한 사람에게도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갑작스럽게 경제적 기반을 잃을까 걱정하는 중상류층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보험을 설립해서 기업이나 금융자본이 갑자기 한 지역을 떠나는 데에서 오는 충격을 줄일 수도 있다.

 

무역관련법을 개정하여 현재로서는 국내산업이 수입증가에 의해 경쟁력에 상처를 입었을 경우에 한해서만 임시적인 보호장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경쟁력의 상처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상처도 고려해야 한다. 근로자와 지역사회는 해외로부터 수입급증으로 일자리에 실질적인 변화가 온다거나, 그 지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임시원조를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인 부의 수혜 범위를 넓혀야 한다. 수입과 부의 불균형 상태는 어느 시기보다 더 심화된 상태다.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경쟁에서 진 사람들이 대부분이 신경제에서의 성공에 필요한 첫 번째 필요조건인 적절한 교육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미래의 경제적 풍요를 위한 최선의 투지는 인적자본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다. 애정어린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도록 한다. 아이들, 노인, 장애인들이 지금 필요로 하는 애정어린 관심을 어떻게 하면 확실히 받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이미 말했듯이 간호보조사, 양료원간호사, 놀이방 선생님, 학교교사, 사회사업가로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인간적인 일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돈을 더 많이 주고 존경을 더 많이 받는다면, 관련 기술이 있는 사람들도 매력을 느낄 것이고, 이 일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이유가 많아질 것이다.

 

부모들이 근무시간을 신축성 있도록, 또 어린아이나 노인들을 돌보아야 할 유급휴가를 받을수 있도록, 기업을 유도하거나 필요할 경우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양육은 한 개인의 역할 뿐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다. 부모중 한 명이 일을 하지 않고, 세살 이하의 아기와 함께 집에 있기로 결정했다면, 세금혜택 등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 잘사는 시민들의 대부분은 이 사회가 잘되는 것을 항상 생각하고 있으며, 지금보다 더 분화되고 계층화 되는 것을 막고 싶어할 것이다. 점점 벌어지고 있는 빈부격차는 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 물론 이런 안정과 평화에는 잘사는 사람들의 안정과 평화도 포함된다. 그러나 잘사는 사람중에는 자신만의 삶 속에서 경제적 안정이 더 증대되기를 원하고, 현재의 경제적 기반을 잃을 위험도가 감소하는 쪽을 더 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가파른 절벽 위에 서 있다. 20년 넘게 구축해온 경제와 기술의 힘이 그 절정에 이르려하고 있으며 또 이로 인해 우리의 개인적인 삶과 사회적인 삶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바뀌려 하고 있다. 과거의 일자리, 과거의 안정, 과거의 가족, 과거의 사회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우리는 우리 신경제가 가져다준 구매자의 천국시대를 즐기고 있으며, 그 기술의 힘에 감탄하고 있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신의, 우리의 열정을 쏟을 대상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의 친구, 가족, 지역사회를 위한 공간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의 도덕가치는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공은 어떤 방법으로 측정할 것인가?  성공적인 삶의 척도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나 가지고 있는 재산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은 분명하다. 성공적인 사회의 척도 역시, 국민 총생산의 범위를 넘어선다. 우리의 정신적인 발판, 관계의 풍성함, 무너지지 않는 가족, 지역사회의 성격 등이 성공을 좌우한다.

 

몇 년이 지나면 분자와 유전자에 관한 연구발전 뿐만 아니라, 초고속 무선인터넷 접속을 통해 현재의 환상적인 조건도 그 빛을 잃을 것이며,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이 새로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더 싸지고 더 빨라지며, 더 강력한 기능을 선보일 것이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신경제에 열광하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구매자 천국시대라는 것만으로는 우리 삶의 나머지 부분을 희생하며, 이를 위해 치르는 대가가 그럴만한 가치 있다는 것을 입중하지 못한다. 족쇄가 풀린 자본주의 위험과 약탈 행위, 다국적 기업과 국제금융의 힘과 탐욕, 그리고 때로는 이민자, 소수민족의 무단침입에 대한 것도 두려운 대화다. 신경제가 만들어 내고 있는 변화는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거나, 방향을 감각을 잃고, 또 자신에게 지워지는 부담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해할만하다. 선진국의 생산직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수입이 줄어드는 경험을 해왔다. 그러데 이제는 많은 봉급생활자, 전문직이나 서비스 종사자들이 같은 경험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러나 이러한 두려운 대화는 그 비난의 대상이 잘못되고 있다. 지각변동의 원인이 기업, 세계화, 국제적인 자본의 흐름, 혹은 이민자나 소수민족의 이동 등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원인과 결과를 혼돈 하는 것이다. 기업이나 자본 흐름, 이민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열려 있는 더 많은 선택의 기회, 더 좋은 조건으로 점점 더 쉽게 이동하는 상황, 그 결과 발생하는 치열한 경쟁에 답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소리로 불평을 터뜨리는 사람중 일부도 같은 시각에 신경제가 주는 혜택을 입고 있다. 그 다음 힘든 대화는 새로운 시대에서 균형을 이루면서 살기 힘들다는 내용의 개인적인 대화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우정, 지역사회 심지어 가장 내면의 자기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불안감을 순전히 개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더 바람직한 균형 상태를 이루기 위한 모든 개인적인 노력을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더 큰 세력의 실체는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소비자로서 얻는 환상적인 조건에 대해 기뻐하면서 다국적 기업이나 무역, 이민자들이 마구 침입해 온다고 안달하며, 또 이와 동시에 일이 삶의 나머지 부분에서 개인적인 것을 많이 빼앗아 가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구매자 천국시대에서 성공을 올바르게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무엇일까? 신경제는 엄청난 혜택을 주고 있지만, 사회적인 변화와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 정도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에게 훨씬 더 좋은 조건의 거래와 큰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 모든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사회적인 지각변동에 대처해야 할 것이며, 일이 우리 삶의 나머지 부분에서 요구하는 것이 늘어나면서 지금보다 더 힘든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우리는 발전하는 기술의 노예가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더 걱정스럽고 덜 원했던 결과에 대한 비난을 잘못된 곳으로 돌려서도 안될 것이다. 모든 사회는 더 큰 규모의 이러한 사회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 아니 실제로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사회적 선택에 의해 형태를 갖춰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