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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노예(로버트 라이시, 오성호

하나의 상품으로서의 지역사회(2)

왜 당신이 자신과 가족에 대해 보장장치를 만들고 싶어하는지에 관해 두가지 기본사항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먼저 개인적으로 보험회사나 세금을 통해 정부로부터 보험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앞으로 얼마나 많이 필요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보험을 위해 실제로 지불하는 돈, 다시말해 보험금이나 세금으로 내는 돈은 그 그룹내의 다른 모든 사람의 평균 위험도 정도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어떤 그룹이든지 구성원의 위험도 정도가 비슷한 정도라면 또 메디케어나 사회보장제도와 같이 국가차원의 그룹이라면, 당신에게 부과 되는 비용은 다른 사람과 거의 같을 것이다. 사람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 이런 방식이 공평하다고 생각 할 수 있다. 강한 사회적 유대감이 없다면, 이러한 상태의 보험집단에 기여해야겠다는 동기의식은 거의 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 제도로부터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다른 사람이 얻는 것보다 훨씬 더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보험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 제도는 복지정책 형태이기 때문이다. 잘 살고 건강한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뒤에 놓아두고 자신들끼리 뭉치면 더 좋은 조건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전에 없던 이기심이라고 할 수 없다.

 

기술발전에 힘입어 한 사람의 위험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 세포에 있는 유전자 코드를 보면 생명에 위험을 주는 병에 걸릴 확률을 알 수 있다. 부모나 조부모가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무슨 병에 걸려 사망했는지와 같이, 그 가족의 내력을 보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당신이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와 양, 얼마나 활동적인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수입, 교육, 개인적 습관과 중독 등 현재 살아가고 있는 방식을 분석하면, 당신이 앞으로 병에 걸리고 사고를 당하는 것과 같은 불행한 일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더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이제는 당신에게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가 당신이 앞으로 어떤 도움을 받아야 될지를 모두 알고 있다는 뜻이다. 또 그런 정보의 정확성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좋은 조건은 당신의 돈이 당신보다 더 위험한 상태의 사람에게 보조금으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다. 보험업체들은 위험도가 낮은 사람을 목표로 삼아 더 낮은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원래 사회보장제도는 많은 돈을 받는 근로자들이 내는 세금의 일부를 이용해 더 낮은 봉급을 받는 퇴직자들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는 앞으로 얼마를 벌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공평한 제도로 보였다. 그러나 이제 교육 수준이 높고, 인맥이 넓은 젊은이들은 그렇지 못한 젊은이들보다 사회생활을 통해 훨씬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들의 돈으로 가난한 퇴직자들을 도와주는 것보다는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장래가 밝은 사람들과 뮤추얼 펀드 형식으로 합쳐서 그곳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얻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 

 

민간분야의 경영진은 더 이상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하지 않는다. 증권업계나, 벤처캐피탈업체, 기관투자가들에게 기업의 전망이 밝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흥미를 끄는 프로젝트를 가지고 인재를 끌고와서 계속 근무하게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주지사나 시장은 높은 기술과 높은 수입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을 자신의 지역으로 끌어오고,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은 다른 지역에 가서도 일자리 선택의 기회가 더 많으며, 충분한 인맥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이버 공간을 통해 지역에 관계없이 자신의 서비스를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지역은 졸업후 최소한 3년간 주를 떠나지 않는다고 약속한 학생에 한하여 수업료를 보조해 주고 있다. 수송과 통신의 비용이 점점 더 내려감에 따라 지도상의 제약이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법인세도 급감하고 있다. 안 좋은 것은, 기업인들에게 제공되는 세금 혜택과 보조금은 이 지역의 더 못사는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공적 서비스의 희생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학교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것이 그 예이다. 공적투자를 줄여서 기업 유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프로야구팀 뉴욕 양키즈 구단주는 뉴욕시에 새로운 야구장 건설을 요구하고 있으며, 뉴욕 시장은 기꺼이 그 요구를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원이 바닥난 뉴욕의 학교에는 아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왜 정치 지도자들이 이런 교환에 나서고 있는 것일까? 새로운 경기장을 건설하지 않으면 스포츠 팀이 그 지역을 떠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빈민가의 아이들도 갈 곳이 없다. 100년 전만해도 미국은 전세계를 향해 “피곤에 지치고 가난한 사람들, 자유의 공기를 호흡하고 싶은 사람들을 미국으로 오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지금으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똑똑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엔지니어 유치에 더 열중하고 있다. 가난한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몰려오는 데에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기업들은 외국의 첨단기술인력에게 미국의 비자 할당량을 철폐하기 위한 로비활동을 맹렬히 해왔으며, 성공을 거두었다. 다른 나라도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캐나다 같은 나라에서는 의사, 과학자, 경영자 등이 높은 세율 때문에 본국을 떠나고 있다. 국가원수들도 전세계 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과거 외교는 조약, 협정, 미묘한 세력균형에 관한 것이었고, 가장 중요한 회의는 국가원수간에 열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투자유치와 자본이탈 방지에 관한 것이 외교이며, 가장 즁요한 회의는 국가원수와 세계은행가 및 펀드매니저간에 열리고 있다.

 

각국 총리들이나 대통령은 세계투자자들에게 자본유치에 대한 대가로 자신이 약속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약속하면서, 투자를 유치하고 또 유지하고 있다. 세계의 돈의 흐름을 좌우하는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비위를 맞추고 있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기업에 대한 세금을 인하하느라 바쁘다. 필요할 경우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위해 사회보장과 의료, 교육분야의 공적지출을 자제하며, 예산적자를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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